이방인 을유세계문학전집 105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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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뫼르소는 엄마의 죽음에서조차 냉담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법정에 앉아 있는 와중에도, 마치 그 사건 밖에서 제 3자의 입장으로 관조하는, 사람을 왜 죽였냐는 물음에 ‘햇빛’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넘실거리는 지중해와, 저녁 무렵의 알제, 그 거리의 향기를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을 만큼 섬세하고, 반면 인간관계에서는 그 어떤 형용사도 갖다 붙일 수 없는 ‘무색무취’의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자이나, 그 어느 순간에서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즉, 우리가 인지하는 ‘보편성’, ‘상식’의 거의 모든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인물이다.
 
통상 그런 이들은 타인의 이해를 받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뫼르소가 투옥되었 듯 사회에서 (자의든 타의든) 격리되어 살아간다. 그리고 이런 이들의 사연을 목도하면, 그 카테고리 안에 속해있는 (어쩌면 속해있다고 ‘믿는’) 보편적인 우리는, 자연스레 그 개인을 비난한다. 이상한 사람, 사이코패스, 이들을 표현하는 넘치게 존재하며, 비난은 쉽고 신속하다.
 
평화롭고 해악 없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개개인이 지켜야 할 규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규칙’은 뫼르소에게 그러했듯, 쉽게 왜곡되고, 자의적이며, 무자비하고, 폭력적이다. 작품 속 법정의 모습은 (살인자 옹호할 생각 추호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사학으로 치장된 ‘타인의 입’으로 증명되는 ‘보편’ 과 ‘상식’, 그리고 ‘규칙’ 이, 한 개인의 고유한 특징과 진실을 어떻게 짓밟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흡사 들장미 한 송이를 가져다가 인간이 만든 장미 쇠틀에 넣어 찍어보고, ‘너는 잎이 이 틀의 모양과 맞지 않으니 소멸 되어야 하며, 그것이 사회의 정의(正義) 다’ 라고 말하는 듯.

 

굳이 실존주의, 데카르트식 명제 이런 어려운 말들로 치장할 것 없이, 서술되는 사건을 바라보는 자체로 사유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런 단어들을 들먹거리며 자신의 작품을 카테고라이즈 하는 광경을 보았다면, 카뮈는 쫌 불쾌해 했을 것도 같다. 또 이러네? 하며) 이 작품이 출간된 시대를 고려하면 이 작품이 주었을 충격과 반향이 어느 정도였을 지는 감히 상상도 안된다. 종교, 사상, 그딴 거 다 집어치우라는 스물 아홉 살 젊은 작가. 그 와중에 이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받아들인, 급기야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버린 프랑스 문학계의 개방성. 무엇보다, 카뮈의 문장, 특히 자연과 햇빛을 묘사하는 문장은 정말 아름답다. 그저 놀라울 따름.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이방인은, 중간중간 주를 달아 해석과 번역에 도움이 될 정보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즉각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작품이기에, 처음 이방인을 읽어볼 이들에게는 특히 을유문화사의 이방인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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