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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 중독과 저항, 새로운 정체성의 관문
김지윤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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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세계, 즉 ‘화면’이 유해하다는 단순하고도 뭉툭한 선언에 늘 의구심이 있었다. 편의성을 제외하고는 집중력 저하, 사유의 종말 등으로만 우려되는 이 세계가 과연 말그대로 해롭고 위험하기만 한 것인가. 책은 태어날 때부터 화면과 함께 자라온 MZ세대 아이들의 세계를 필두로 화면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정체성을 설명한다. 중독과 일탈로만 인식되어 온 게임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과 사회성을 배우고, 다양한 미래를 구축하기도 하며, 온라인을 통해 연대와 결속을 배운다는 것. 책은 이제는 온라인 디폴트의 미래를 인정하고, 흐릿한 우려보다는 지속 가증성을 위한 보다 섬세한 제도와 교육 등의 사회적 조치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들이 있다. 과연 10초 미만의 쇼츠와 릴스에 최적화된 우리의 뇌가 ‘찾아내고 궁리하고 돌파하는 연습’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호흡이 짧고, 리셋이 언제든 가능한 게임의 세계에 익숙해진 이들이 현실 세상에서의 ‘실패’ 경험을 이겨낼 지구력과 강단을 어디에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책이 지향하는 방향은 공감해 마지 않으나, ‘어떻게’에 대한 물음표가 다시 남았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느낀 건, 대부분의 기성세대, 기득권자가 된 플랫폼 생산자를 제동하는 제도적 조치와 사회적 책무에 대한 고민이 더 시급하다는 것. 크리에이터든 관중이든 소비자는 플랫폼 생산자의 룰을 넘어서기 어렵다. 그러니 결국 이 문제는 기성세대의 몫이라는 것. 세대차로 치부하지만 말고, 잘 알아야 한다는 것. 읽고 나서도 물음표가 가득 생기는 책이고, 이 물음표를 갖고 살아야 할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어떤 도구가 ‘당신을 유혹하고, 조종하려 하고, 당신에게 뭔가 요구한다면’ 더는 그것이 단순한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답을 미룬 질문이 부채로 늘어난다.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지혜를 구하는 사이, 화면을 만드는 손길은 거침없고 대범한 행보를 이어간다. 새로운 규범이 필요하다고 아이들이 외치는 동안에도 맹목적인 질주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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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마음 - 나를 키우며 일하는 법, 출간 5주년 기념 리마인드 에디션
제현주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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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마음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보통 직장인에게는 ‘회사에 충성한다’ 는 뜻으로 해석되곤 한다. 회사일인데 뭘 그렇게 애쓰냐는 자조, 혹은 회사에 아부한다는 욕망으로. 또 일을 ‘많이’ 하고 싶다는 뜻으로 남용되기도 한다. 해서 스스로 ‘일 잘하고 싶다‘ 라는 표현은 특히 직장인들에겐 흔치 않다.

하지만 분명히 있다. 일을 너무너무 잘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이 흔치 않은 고백에 백번 천번 동감하고 끄덕이는 사람들. 조직의 이익을 위한 목표이나, 그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성장과 성취를 연계된 목표로 함께 세우는 사람들.

무엇보다 책에서 말하는 ‘일 잘하는’ 의 정의가 참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어떤 일이든 배움에 가치를 두고 부지런히 달려왔으나, 바삐 움직이는 발만 쳐다보지 않고 지속적으로 고개를 들어 걷고 있는 길의 방향과 속도를 확인하는 사람이다. 이도 저도 쉽지 않고 그 두 가지를 모두 해내는 건 더욱이 녹록지 않은 일인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가고 있는 방향까지 선하고 올바르니, (그 와중에 스키도 그렇게 잘 탄다니) 얼마나 멋지고 근사하던지.

작가가 책의 초판을 썼을 무렵이 딱 지금의 내 나이대였다고. 그래서인지 작가가 책을 통해 공유한 고민의 종류가 지금의 내가 갖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 특히 더 큰 위험과 책임을 안고 넓은 세상으로 투신하느냐, 보통의 안위와 평온함을 추구하느냐,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마침 전자를 택한 작금의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건 축복이었다. 어느 쪽으로 선택하라는 조언은 없다. 다만 그 어떤 성취도 위험과 책임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를 만나서, 불투명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단단한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그의 말처럼, 할 수 있는 한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가봐야겠다. 앞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나가야겠다. 그가 내게 그래주었듯, 나 역시 언젠가 후배들에게 가슴 뜨거워지는 영감이자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한 번 경계를 넘어본 사람은 두 세계, 두 차원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제 그는 경계를 넘기 전과 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다.“

🖇️ ”무엇보다 그냥 갈 수 있는 한 멀리 가보고 싶어졌다. 나에게 주어진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을 다 써보고 싶다. 남김없이, 전부.“

🖇️“가파른 기울기의 짜릿함을 맛본 사람은 다른 경험에 직면해서도 그런 기울기를 추구한다. 가파른 기울기는 즐거움의 총량을 늘린다. 즐거움은 탁월함의 다른 이름이다. 무엇이 즐거운 지는 나만 정할 수 있고, 탁월함 또한 그렇다.“

+ 출판사에서 한 권 선물받고, 선물용으로 세 권 산 거 실화 맞구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across_bo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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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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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날씨를바꾼다

이상적이고 현학적으로만 보이는 철학, 예술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조목조목 반증하는 문장들, 이것들이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 먹고 사는 데 소모되어 몸도 마음도 허물어질 때, 먹고 사는 것들과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이들의 문장과 작품이 위로가 되는 이유, 아름다우나 무용해서 유약해 보이기만 한 것들이 어떻게 나를 키우고 지키는 지를 책은 다양한 주제와 예시로 보여준다. 신선한 재료들로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소개하는 레시피처럼.

무엇보다 책이 인용하는 레퍼런스가 어마어마한데, 이 많은 책과 작품을 일상의 다양한 화두와 연결하는 저자의 통찰력이란 읽고 보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영감이고 자극일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 벤야민, 헤겔, 토마스 만, 쥐스킨트, 보들레르, 호메로스, 쿤데라 (반갑), 심지어 하루키까지. 일단 더 읽어야지. 기갈 든 사람처럼 읽고 또 읽어야지 다짐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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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의 도서관
앤드루 랭.오스틴 돕슨 지음, 지여울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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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냥꾼의도서관

소위 책의 황금기라 불리던 19세기 말~20세기 초 책에 미친 자들이 그야말로 광적으로 책을 모으고 다듬는 이야기, 장서가 꿈나무는 가슴이 몹시도 뛰었다는 것. 시대 감안해서 읽어야 하는 불편한 지점이 살짝 있으나, 책에 미친 자들은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포인트들이 너무 많았고. 빵빵 터지며 단숨에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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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라는 세계 - 엄마들이 모인 공간은 정녕 '마녀들의 소굴'인가
정지섭 지음 / 사이드웨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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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에 출산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맘카페’는 신문에서나 보는 단어라 생각했는데, 최근 출산 육아 중인 여러 지인을 통해 그 파워(?) 를 자주 간접경험하며 그 세계가 퍽 궁금하던 차였다. 매일 자리를 바꿔 가며 판매하는 푸드 트럭의 위치가 궁금할 때 그 지역 맘카페에 간단히 문의하면 3초만에 그 트럭의 위치가 댓글로 달린다고도 하고, 맘카페 운영자가 자신의 가게에 방문했다며 긴장 혹은 반색하던 지인도 있었다. 마침 최근 내게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가 둘 생겼고. 생애 처음으로 유아 동반 가능하고 유아차 이동이 가능한 장소를 검색하거나, 조카 선물을 고르며 어떤 제품과 브랜드이 좋을 지 찾아보는 과정에서 전체공개 된 몇몇의 맘카페 글들을 접하곤 했는데, 시의적절하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맘카페의 구성과 운용 방식 등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여러 방면에서 우리 사회의 선의와 모순을 동시에 보여주는 집단임은 분명한 듯하다. 다만 어디 물어볼 데 없고 긴박한 상황에서 십시일반하여 서로를 돕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커뮤니티가 시간을 거듭하여 쌓인 관계와 정보를 통해 일종의 세력이 되고, 이를 이용하려는 또 다른 권력을 만나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는 현상은 맘카페가 아니라 여타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동일하게 보이는 현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성에 대한 사회의 양가 반응 (숭배와 혐오) 이 맘카페에서의 현상을 조금 더 부각시키고 있는 듯하다. 이 환상 (무결하고 희생적이며 자비롭고 이타적이어야 한다는) 이 만들어 낸 혐오는 오랜 문화와 사상의 힘을 받아 여타의 혐오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하고 견고한 듯하다. 혐오의 대상자들은 앞서 언급한 동일한 사유로 윤리적 부채감까지 떠안으면서 척박한 육아 과정을 견뎌야 했을 것이고. 그래서 되려 맘카페에서의 연대와 공감이 절실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부정적인 면면까지 미화하고 옹호할 수는 없다. 다만 둥글고 너그럽되 구성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집단이 되진 말았으면 좋겠고, 반대로 잘못이 집단 전체의 혐오로 이어지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어느 한 쪽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아득한 마음이 들지만, 책은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싶었던 것 같다. 답답하거나 억울하더라도 끝까지 집요하게 설명하고 질문을 던져보자고. 이런 논쟁을 피하지 말자고.

나와는 크게 상관없다 싶어도 읽어보면 다 내 친구 내 동료들의 이야기다.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다시 한번 자각하는 계기가 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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