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경의 치유의 말들
박주경 지음 / 부크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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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좀 있어서, 일주일 내내 미움과 원망으로 덕지덕지 얼룩진 마음이었다. 자는 동안에도 두통이 있을 정도였다. 이런 감정들이 오래 마음에 또아리를 틀면 간단한 사리분별도 안 되는지라, 일주일 통으로 휘청거렸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스스로 이토록 힘들게 하는지, 남도 나도 불완전하니 상처 주는 만큼 받을 수도 있는거지, 그거 뭐라고 그렇게 아득바득 미워하는지. 작가님처럼, 택배기사 아저씨들을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드리고, SNS 의 고마운 인연들과 안부인사를 전하면서, 단정하고 따뜻하게 살고 싶은데. 여전히 이렇게 뾰족하다 싶어서, 문득 슬퍼지기도 하고.

책이 시종일관 여리고 산들거리진 않는다. 위정자, 위안부, 세월호까지 아프고 날카로운 이야기들도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허나 책의 문장 어느 것 하나 상처나 분노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그 기저에 탄탄하게 자리하고 있는 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온기가 기어이 치유의 기재가 되는 건, 오로지 희망, 오로지 절망이라는 뜬금없는 이상이 아닌, 절망에 발을 딛고 끝끝내 다다를 곳이 희망이라는, ‘솔직하고 현실적인’ 온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내리 닷새 약도 안 듣던 두통이 사라졌다. 몸도 사뿐하고. 책을 읽다 보면 작가도 작품도 ‘아다리’ 가 기가 막힌 경우가 있는데, 전작 #따뜻한냉정 을 읽을 때도 그랬고, 마침 이런 시기에 이 책을 만나는 우연 정도면, 작은 기적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혀, 세상의 아픔들이 조금씩 조금씩 희미해지고 사라지기를. 나의 그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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