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뭔데 - 전우익의 세번째 지혜걷이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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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구나 실천이 따르지 않는 겉만 번드르한 이야기는 넘치고도 넘쳐요. 그래서 어지간히 감동적인 말가지고는 일단 의심부터 해보기도 합니다. 진심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남에게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하는 말인가.

<사람이 뭔데>라는 얇은 두께의 재생용지를 사용한 소박한 책을 처음 발견하고 읽었을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무조건 앞서 달려야만 성공하고 살아남을 것같은 시대에 가던 길 멈추고 땀을 식히는 여유를 가지게 만들었어요. 이런 책이야말로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 하는데, 하면서 안타깝던 차에 TV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된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새각합니다.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의 전작은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글입니다. 전우익 할아버지는 시골에서 나무 키우고 농사지으며 삽니다. 신경림 시인은 그분을 가리켜 '깊은 산속의 약초같은 사람'이라고 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이윤기님도 그분을 대해서는 선뜻 큰절을 올렸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분은 글을 쓰다 세상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간 분이 아니라, 그렇게 평생을 나무와 함께 농사지으며 사신 분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는 생활이 묻어난, 소박하고 욕심내지 않는 삶을 사는 그분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한 사람이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와락 가슴으로 와닿는 글들이 있는데, 그분이 독서하면서 때때로 적어두었던 메모속에서 혹은 가식없이 들려주는 독백에서도 그렇습니다.

옛날 젊은이는 결혼할 때 "함께 고생해봅시다." 했답니다.

일거리에 귀하고 천한 건 없으나 삶의 모습에는 귀천이 있다.

사람이란 '출세했느냐' '못했느냐'가 아닙니다. '치사하냐' '떳떳하냐'지요.

일이란 금맥이 아니고 인맥이다. 인맥속에서 금맥을 찾아라. 금맥속에서 인맥을 찾진 마라.

결코 어렵지 않은 말들이었는데, 그 글들은 내게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만드는 단비같은 느낌.

힘들지만 신난다고 말할 수 있는 삶! 순간순간 고단해도 그런 삶을 살고 나면 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란 없을 것 같아요.

옛날 젊은이는 결혼할 때 "함께 고생해봅시다." 했답니다.

인생이란 장사가 아닌데 왜들 계산하고 따져가며 살려고 해요? 남는 장사 누가 못해요? 오르막길이 없으면 내리막길 생기지도 않아요. 이 땅덩이가 그냥 평탄했다면 정말 재미도 없고 살맛 없어 다 미쳐버렸을 겁니다. 밑지는 인생을 살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본전치기 때때로 손해를 봐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산다는 것이 힘들지만 그 힘든 고빌 넘기면 신나는 데가 있습니다. 힘들지만 신난다, 이런 게 사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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