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을 벗겨라! 시공 청소년 문학 35
조앤 바우어 지음, 이주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올케들이 아직 어린 조카들에게 너무 일찍부터 영어공부, 수학, 과학공부만 시키는게 아닌가 싶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서적으로 재미있는 책을 추천하는 것이 아닐까.

시작은 그랬습니다.

그래서 가끔 어린이, 청소년책 분야도 둘러보곤 했는데 창신강의 <열혈수탉 분투기>, 로저 젤라즈니의 <날고양이들>이상으로 강추하는 책을 발견했어요.

바로 이 책, 조앤 바우어의 <껍질을 벗겨라!>

뉴욕주 배인스빌이라는 사과과수원이 주를 이루는 시골마을이 배경. 이 마을에는 <꿀벌>이라는 지역신문 하나에 배인스빌 고등학교 학생들이 발행하는 학교신문 <핵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에 오래된 낡은 집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루머가 돌면서, 평화롭던 마을이 어수선해집니다. 살인으로 의심되는 사체도 발견되고 흉흉한 낙서벽보도 붙으면서 안그래도 요 몇년 흉년으로 걱정하는 마을 농부들에게 걱정거리를 안깁니다. 이 과정에서 영혼과 대화를 한다는 영매도 이사를 오고, 유령에게 효과가 있다는 부적같은 것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여기에 공포를 조장하는 지역신문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베인스빌 고등학교 신문 <핵심>의 기자들, 힐디, 대럴, 엘리자베스, 그리고 폴란드 민주화운동을 겪었던 카페주인 민스카와 악과 싸우는 할머니들, 고지식해보이는 보안관, 그리고 전학온 잭의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지도하는 까칠한 베이커 폴턴 기자도.

 

표지의 파란 사과가 왜 등장했는지 알려주는 저 부분,    

큰아버지가 주의를 주었다.
"네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그게 전부 다 옳은 건 아니다."
"그러면 뭐가 진실인지 어떻게 알아요?"
큰아버지가 설명했다.
"사과를 보는 것과 같아. 빛깔이 문제가 아니라 안에 뭐가 들었느냐가 문제지."


그리고 공포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는 것, 사람들이 겁을 먹으면 무언가 탓할 것을 찾는다는 것. 그리고 진실을 직시해야 힘이 생긴다는 것.

우리는 미디어 과잉의 시대를 살고있습니다. 인터넷, 신문,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

<껍질을 벗겨라>는, 넘쳐나는 정보와 뉴스들속에서 제대로 된 뉴스와 정보를 분별하는 관점을 아주 쉽고 유쾌하게 풀어낸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요.

진실은 사과를 보는 것과 같아서 표면적인 내용이나 빛깔이 아니라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죠.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은 현실에서도 신문이 싣는 기사의 내용과 그 뒤에 숨은 의도와 의미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신문의 독립성이 왜 중요한지, 광고주에 의지해 움직이면 신문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런데, 우리도 신문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할 때가 있을까.

 

정보과잉시대에 신문은
사람들이 신뢰하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
가장 빠를 필요는 없다. 심지어 가장 마지막이 되어도 좋다.
그러나 반드시 옳아야 한다.

-피트 해밀, 뉴스는 동사다

신문이 사라진 사회에서 긍정적인 면은, 사람들이 신문을 아쉬워한다는 것이다. 뉴스가 없으면 사람들이 각자 고립된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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