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와 아키라
이케이도 준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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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무대로 한 소설 <한자와 나오키>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을 영상화시키며 일본의 국민 작가로 사랑받고 있는 이케이도 준의 소설 <아키라와 아키라>. 이 작품 역시 이미 TV 시리즈와 영화로 제작된 소설로 제목과 표지만 보고 두 사람의 대결 구도를 다룬 건가 했는데 의외의 스토리가 이어져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영세한 작은 공장주의 아들 야마자키 아키라와 대형 해운회사 '도카이 해운'의 후계자 가이도 아키라. 두 사람은 이름만 같을 뿐 자라온 환경은 전혀 달랐다. 소설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같은 직장에서 만나기까지 두 아키라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공장이 도산하고 쫓기듯 도망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야마자키와 할아버지 때부터 일궈온 가업을 물려받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해가기로 결심한 가이도 두 사람은 뱅커가 되어 같은 직장에서 만난다.


연수원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두 사람은 모두의 이목을 받으며 은행 내에서 승승장구한다. 소설은 두 아키라의 인생을 통해 석유파동, 거품경제 그리고 이후의 일본의 장기 불황 이슈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언제 등장하는 건가 기다리며 페이지를 넘기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살기 바쁘다.


정해진 숙명을 거부하던 가이도 아키라가 제자리를 찾아가는가 싶은 그 무렵이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였다. 은행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일 뿐이지만 그 순간 야마자키 아키라가 자신의 사명을 떠올리며 가이도 아키라의 회사를 돕기 위해 작성한 품의서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특히 두 아키라들의 기업가 정신과 직업 정신을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대립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확고한 신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두 사람의 행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소설을 읽기 전엔 제목과 표지 그리고 목차를 통해 어느 정도 스토리를 예상하고 읽게 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어 의외였던 <아키라와 아키라>. 스릴러 소설에 등장하는 류의 반전은 아니었지만 또 다른 신선한 반전을 주는 소설이었다.


"등장인물의 수만큼 인생이 있고, 인간의 삶을 써가는 것이 자신의 문학"이라고 하는 이케이도 준의 마음이 진하게 느껴지는 <아키라와 아키라>. 지난번 읽은 <육왕>도 그랬고 그의 작품에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나면서도 재미와 감동이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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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7 - 전쟁과 평화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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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장편소설로 무려 10부작의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는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 한번 펼치면 순삭이어서 매번 아쉬워하며 마지막 장을 덮게 되는데 드디어 7권이 출간되었다. 지난 6권에서는 북위와 후연의 대립, 고구려가 백제와의 전투에서 승리해 담덕이 아신왕에게 노객의 맹세를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광개토태왕 담덕은 널리 알려진 영웅이지만 현재 그에 대한 직접적인 자료는 중국 집안에 위치한 6.39미터의 비문에 새겨진 것이 거의 전부인 상황이다. 20여 년에 걸쳐 한정된 자료를 바탕으로 광개토태왕 담덕의 자취를 되살려 낸 저자의 노고 덕분에 고대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떠오르는 해 북위와 저무는 해 후연


7권에서는 학창 시절 시험문제에 광개토태왕의 업적으로 단골 출제되었던 요동정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고구려와 국경을 접한 북위와 후연의 전쟁으로 주변 정세는 어지러웠다. 하지만 그 덕에 고구려는 잠시나마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같은 선비족이지만 적대적인 북위와 후연 둘은 끊임없이 대립했다. 후연 포로들의 시체를 불태워 요동 벌판에 산처럼 쌓아 올린 탁발규의 백골탑, 이에 복수에 눈이 먼 후연의 노장 모용수는 무리하게 정벌 전쟁을 벌인다. 결국 모용수는 퇴각하는 수레에서 홀로 숨을 거두고, 그의 아들들은 서로 정권을 잡으려 내분을 일으킨다.


도래인(渡來人)


당시 한반도나 중국 대륙에서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간 사람들을 도래인이라 부른다. 그중 일본인이 도래인이라 부르는 이주자의 다수는 백제인이었지만 타국인들도 많았다. 담덕이 어릴 적 반란을 일으키고 일본으로 도피한 해평, 백제에서 세력 다툼의 희생양이 될 뻔하다가 역시나 일본으로 건너간 목만치가 등장한다.


왜국에서는 이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지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의 세력 다툼이 한창이었다. 그중 고마 헤이로 개명한 해평과 소가노 마치로 개명한 목만치가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었다. 왜국 왕 응신은 친선국 백제를 위해 고구려를 친다는 명분 하에 도래인들의 세력을 교묘히 이용해 백제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려 한다.


당시 국제정세는 몹시 어지러웠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음모와 야합을 벌이고 서로 칼을 겨누기도 하지만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었다. 선비족의 다툼을 지켜보던 담덕은 그 틈에 요동성을 정복하고, 담덕에게 노객의 맹세를 했던 아신왕은 왜국의 힘을 빌려 고구려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역사소설은 결론을 알고 읽지만 빈약한 뼈대뿐이던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고구려의 전성기였던 5세기 초반 광개토태왕 담덕의 굵직한 몇몇 업적을 단어로만 암기하고 있어 이어지는 8권에서는 어떤 사건을 중점으로 스토리가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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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평범한 가족
마티아스 에드바르드손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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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 마티아스 에드바르드손의 스릴러 소설 <거의 평범한 가족>. 고등학교에서 스웨덴어와 심리학을 가르치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상상을 통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된 딸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인물 내면의 심리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저자가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상이 조만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고 한다. 지명과 이름은 조금 낯설지만 평소 생각하던 북유럽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읽다 보니 두꺼운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스웨덴의 소도시 룬드에 사는 목사인 아담과 변호사인 울리카 그리고 그들의 딸 스텔라는 여느 평범한 가족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된 스텔라는 아시아 여행을 꿈꾸며 경비 마련을 위해 일을 하던 중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 당일 서른두 살의 사업가 크리스토퍼 올센은 몸에 여러 차례 자상을 입고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그날 밤 아담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스텔라를 걱정하며 문자로 귀가를 재촉했고 답이 없던 아이는 늦은 새벽에야 집으로 돌아온다.


이튿날 부부는 경찰에게 스텔라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실 스텔라는 최근 몇 년간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켜왔고 이번 사건에서도 의심할 만한 구석이 분명 있었지만 아담과 울리카는 그들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불사하고서라도 아이를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소설은 아담과 스텔라 울리카 세 화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내 의도가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듯 한집에 사는 부부와 아이의 입장 또한 달랐다.


소중한 아이의 모든 걸 다 안다고 자부할 때도 있지만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지, 한때는 세상 전부였지만 그렇게 믿었던 부모님의 어두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또한 내 가족이 살인사건 재판의 피고인이 된다면 나는 과연 어디까지 지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8년 스웨덴에서 출간된 이후 전 세계에서 고루 사랑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거의 평범한 가족>의 가장 큰 매력은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반전이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의 마음속은 우주와도 같아 누군가에 대해 함부로 단정 짓는 건 자만한 마음에 불과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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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이도 신의 레벨 혼자살이
가마타미와 지음, 스즈키 나쓰코 옮김 / 비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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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가마타미와의 두번째 만화책 <혼자살이도 신의 레벨>. 앞서 출간된<혼자살이도 프로의 영역>과 1년 여 텀을 두고 출간한 <혼자살이도 신의 레벨>에서는 좀 더 발전된 혼자살이 스킬을 보여준다.


자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들과 귀여운 스타일의 작화 덕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학창시절 이후로는 만화책에 흥미를 잃은지 오랜데 가마타미와 덕분에 간만에 편하게 누워서 읽으며 힐링할 수 있었다.


오래도록 싱글라이프를 즐기다보니 어느덧 가치관의 중심이 '생활'로 바뀐 가마타미와는 모든 초점을 실용성에 두고 생활한다. 남들에게 대접하기엔 조금 부끄럽지만 나름 영양소를 고루 갖춘 집밥을 해먹고, 혼잣말로 시작된 혼자놀이의 스킬은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낄만큼 나날이 발전한다.


하지만 문단속을 깜박할 때, 자면서 잠꼬대를 하다 스스로 놀라 깨어났을 때는 누군가와 같이 살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렇지만 현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꿋꿋이 생활해나가는 가마타미와의 모습에 동질감이 들면서 웃음과 동시에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혼자놀기 스킬업 필수 코스는 바로 혼자 여행! 가마타미와는 남들이 추천하는 곳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본능이 끌리는 곳을 선호한다. 물론 그 바람에 저녁도 못 먹고 여행지에서 주린 배를 부여잡고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잠들기도 하지만 자신의 성향을 감안해 무리하지 않는선에서 취향을 충실히 반영한 혼자 여행은 꼭 따라해보고 싶어진다.


같은 경험자로 특히나 공감되던 파트 운동 도전과 좌절의 역사. 대학시절 재즈댄스를 배우겠다며 학원에 등록하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나란히 그만두기도 하고, 권투를 배우겠다고 찾아가 몸살만 앓다 포기, 헬스클럽의 자양분이 되어 회비만 납부하던 기억 등 추억의 운동의 역사가 생각나 미소짓게 된다.


그치만 다양한 운동을 거치며 다행히 지금은 걷기와 달리기, 수영을 평생 하고픈 운동으로 만들어 두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아직도 꾸준히 할 운동을 찾지 못한 가마타미와가 어서 본인에게 꼭 맞는 운동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당사자는 분명 슬픈 상황인데 보는 사람은 재미난 시트콤 같은 일상을 보내는 가마타미와의 이야기는 기분 전환용으로 최고였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수많은 공감포인트로 인해 저자와 교감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혼자살이도 신의 레벨>. 조만간 출간될 그녀의 세번 째 혼자살이 에피소드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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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이도 프로의 영역 혼자살이
가마타미와 지음, 스즈키 나쓰코 옮김 / 비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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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


대학생 시절부터 혼자 살기 시작해 어느덧 자취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가마타미와의 <혼자살이도 프로의 영역>. 선풍기 돌아가는 여름밤 누워 깔깔대며 읽기 좋은 재미난 만화책으로 혼자 사는 자취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가마타미와는 대학시절부터 마음속에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을 품고 있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우선 회사에 입사한다. 하지만 경제관념이 부족한 탓에 전업 프리랜서는 쉽사리 될 수 없었고 어느 날 각성(!) 하게 되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해 지난 2005년 드디어 프리랜서가 된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적 재능을 살려 자신의 일상을 그린 가마타미와의 <혼자살이도 프로의 영역>에는 그녀의 지난 20년의 자취 노하우가 모두 담겨있다. 작가의 스타일 자체도 개그 캐릭터인데 번역을 한국에 사는 일본인이 해서인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코믹스러우면서도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숙제는 아마 음식일 것 같다. 나 역시 그러했고 요리하기 귀찮아 대부분 외식으로 대체하는 데 음식 맛이 질리는 건 둘째치고 아무래도 골고루 먹질 않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질 때가 많다. 가마타미와 역시 같은 이유로 아픈 적이 많아 그 이후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간이 없는데도 건강관리는 제대로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자신이 개발한 '간단하고 영양 듬뿍인 레시피'를 소개하는데 그 이름이 재밌다. 일명 '잣쓰고항' 팁이라 불리는데 잣쓰고항이란 조잡하고 대충 만든 밥이라는 뜻. 처음엔 이걸 따라 하라고?! 싶지만 읽다 보면 묘하게 설득되어 한번 따라 해볼까 싶어진다.


(참고로 하루 채소 섭취량은 350g. 이게 은근 양이 많았다. 그냥 하루 야채를 마시면 어떨까)


책 속에는 가마타미와가 몸소 체득한 노하우는 물론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공감하며 웃게 된다. 샤워 후 발가벗고 뛰어다녀도 잔소리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좋아하는 모습. 오래 혼자 살다 보니 혼잣말이 늘어 결국엔 물건들과 대화하는 모습.


마트 마감 세일에 잔뜩 장을 봐와 1인분씩 소분하는 부지런함을 보여주는 반면 한편으로는 보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자꾸만 게을러져 난장판이 된 집안에서 벌레와 사투를 벌이는 에피소드까지 가감 없이 모두 보여준다. 그러면서 '취미가 혼자살이'인 동료를 늘려가고 싶다는 포부를 전한다.


가장 공감되면서도 재미있었던 부분은 샤워 후 옷 입지 않고 그대로 나와 시간을 보내다 건조대에 널린 옷을 바로 걷어입기였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이 점이 불편했는데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었던 것 같다. 자유를 만끽하는 기분이랄까.


작화도 귀엽고 내용 또한 모두 공감 가는 부분 일색이라 오랜만에 만화책을 읽으며 폭소한 것 같다. 이어지는 시리즈 <혼자살이도 신의 레벨>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로 반겨줄지 기대된다. 아껴뒀다가 책 읽기 싫을 만큼 지친 날 힐링용으로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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