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무대로 한 소설 <한자와 나오키>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을 영상화시키며 일본의 국민 작가로 사랑받고 있는 이케이도 준의 소설 <아키라와 아키라>. 이 작품 역시 이미 TV 시리즈와 영화로 제작된 소설로 제목과 표지만 보고 두 사람의 대결 구도를 다룬 건가 했는데 의외의 스토리가 이어져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영세한 작은 공장주의 아들 야마자키 아키라와 대형 해운회사 '도카이 해운'의 후계자 가이도 아키라. 두 사람은 이름만 같을 뿐 자라온 환경은 전혀 달랐다. 소설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같은 직장에서 만나기까지 두 아키라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공장이 도산하고 쫓기듯 도망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야마자키와 할아버지 때부터 일궈온 가업을 물려받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해가기로 결심한 가이도 두 사람은 뱅커가 되어 같은 직장에서 만난다.연수원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두 사람은 모두의 이목을 받으며 은행 내에서 승승장구한다. 소설은 두 아키라의 인생을 통해 석유파동, 거품경제 그리고 이후의 일본의 장기 불황 이슈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언제 등장하는 건가 기다리며 페이지를 넘기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살기 바쁘다. 정해진 숙명을 거부하던 가이도 아키라가 제자리를 찾아가는가 싶은 그 무렵이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였다. 은행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일 뿐이지만 그 순간 야마자키 아키라가 자신의 사명을 떠올리며 가이도 아키라의 회사를 돕기 위해 작성한 품의서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특히 두 아키라들의 기업가 정신과 직업 정신을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대립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확고한 신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두 사람의 행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소설을 읽기 전엔 제목과 표지 그리고 목차를 통해 어느 정도 스토리를 예상하고 읽게 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어 의외였던 <아키라와 아키라>. 스릴러 소설에 등장하는 류의 반전은 아니었지만 또 다른 신선한 반전을 주는 소설이었다."등장인물의 수만큼 인생이 있고, 인간의 삶을 써가는 것이 자신의 문학"이라고 하는 이케이도 준의 마음이 진하게 느껴지는 <아키라와 아키라>. 지난번 읽은 <육왕>도 그랬고 그의 작품에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나면서도 재미와 감동이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