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불의 향기
이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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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불의 향기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시와 소설 중 소설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시는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시어들로 인해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고 어렵다. 소문난 시집이라도 10만권 이상 판매되기는 어렵지만 괜찮은 평을 듣는 소설은 백만부도 쉽게 팔린다. 또한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을 무한하게 펼칠수 있기에 독자들의 욕구를 잘 풀어줄 수가 있다. [하늘 꽃 한송이 너는]으로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 재능을 화려하게 꽃 피우지 못했던 허난설헌의 안타까운 삶을 소환해 주었던 이진 작가의 상상력을 [허균, 불의 향기]에서 다시 만나보자

당대 최고 명문가의 적자로 태어났지만 그의 삶은 다른 명문가 적자들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았던 조선 최고의 문장가, 혁명가 허균을 만날 수 있다. 반역자로 능지처참을 당했기에 그의 삶을 알 수 있는 글들이 많이 존재하지 않지만 남겨진 그의 글들을 통해 그의 삶 일단을 살펴볼 수 있다. 큰 뜻과 놀라운 재능이 있어도 그 능력을 펼칠 수 없었던 서얼, 천민, 기생들과 어울려 지내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며 그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래왔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어떤 상상력으로 혁명적인 그의 삶을 우리들에게 전해줄까. 궁금해진다.

그러나 독자들은 책을 읽다가 약간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혁명을 향해 나아가는 허균의 이야기가 아닌 혁명의 실패후 능지처참을 당한 효수된 머리를 둘러싸고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혁명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에 서지 못한 아쉬움이 생긴다. 다만 의효와 인영의 못다한 사랑, 향아 돌한과 홍희 그리고 아지와 같은 소설적 장치를 통한 빠른 이야기의 전개가 독자들을 책에 몰입하게 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이야기를 좀 더 확대해 허균의 성장과정에서 혁명가의 길로 나아가게 된 계기를 스승 이달과 엮어 전반부를 전개한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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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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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세상 만물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몸 또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과학의 원리를 이용하면 세상의 많은 현상들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학에 별 관심이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간의 상식으로 138억년의 우주나이와 빛의 속도로 수백억광년을 가야하는 크기는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과학을 몰라도 사는데 지장이 없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 세계는 과학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역설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또한 과학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과학을 더 잘 알아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기초가 튼튼해야한다. 한단계 도약을 위한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그 기본이 사람들에게 친근한 과학이 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사람들과 호흡하는 뛰어난 과학자들이 많이 등장했다. 정재승, 김상욱. 이정모, 이명현등등 참으로 반가운데 한국교원대학교 총장을 지내신 권재술교수님의 [우주를 만지다]를 만나니 기쁨이 배가된다.

4장으로 구성된 과학에세이다. 어려운 과학용어들이 짧은 글로 얼마나 해소될까? 의문이 생기겠지만 우리들은 전문 연구자가 아니니까? 그 맛만 느끼면 된다. 참으로 재미난 맛이 난다. 이웃집 할아버지가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우리 사는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 졌고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떻게 변화시킬수 있는지 친근하게 들려주는 듯하다. 글 맨 끝에 어려운 용어들을 시를 통해 한번 더 기억시켜주니 그 맛이 더욱 일품일 수밖에 없다.

책 끝 부록에 미시세계 작은 우주단위를 이야기하면서 동양에서 작은 단위를 이르는 말이 없다에 공감하면서도 어릳때 끝없이 이어졌던 반의 반의 반의 반이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이 우주만큼 끝이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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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道德經) - 노자는 최고의 수련가이고 도덕경은 최고의 수련서이다
이승훈 지음 / 지혜의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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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20세기말 EBS교육방송에서 진행되었던 도올 김용옥교수의 동양고전 강의를 통해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났다. 하지만 고전의 해석에 관해서는 정답이 없다. 처음 도올의 [노자와 21세기]가 출간되었을 때 인터넷 통신시대 크게 활약했던 이경숙은 [노자를 웃긴 남자]를 통해 도올의 강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노자의 도덕경은 혼란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에 관한 책이라는 그의 주장을 후에 도경, 덕경 두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동안 노자의 도덕경은 어렵다.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해석은 상당히 쉬워서 꽤 공감을 했었다. 이렇듯 노자의 도덕경은 접근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이번 이승훈선생의 수련서로서의 [도덕경]이 출간되어 읽어 보게 되었다. 저자는 전통 도가의 수련자로 도덕경을 마주 하고 있는데 기존의 접근 방식과 또 다르게 접근하고 있어 도덕경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모든 책은 첫 구절이 어떤 느낌을 주느냐에 따라 그 책의 호, 불호를 나눌 수 있다. 특히 고전일때는 더욱 그렇다. 도덕경의 첫 구절은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으로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큰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저자 또한 수련하는 과정에서 첫 구절에서부터 막혀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수련서의 [도덕경]을 집필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또 다른 혼란이다. 기존 학자들의 해석이 너무 오랫동안 정석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고전에 접근할 때 좀 더 유연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훈선생의 [도덕경]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특히 오랜 시간 수련해오는 과정에서의 깨달음이 더해졌기에 더 반가운 이유다. 사람이 몸과 정신을 맑게 유지하며 사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물질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노자의 의도가 치세에 있든 처세에 있든 중요하지 않다. 지금 우리들의 몸과 마음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수련서로서의 [도덕경]이 가지는 큰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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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특서 청소년문학 5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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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가끔 어린시절을 되돌아 본다. 당시 벌써 반 상설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5일장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있는 시장통 한복판이 내 살던 곳이다. 5일마다 장날이 되면 시장안은 파는 사람 사는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여느 아이처럼 우리들은 시장통을 누비는 못말리는 개구쟁이였다. 생각하면 그리운 추억이다. 이런 추억과는 달리 아픈 기억들도 많다. 우리 집은 아버지의 몇 번이나 잘못된 대출보증으로 언제나 빚에 쪼들린 상태였다.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런 어린시절의 추억을 기억나게 하는 소설 한정기 작가의 [깡깡이]를 만나보자.

사는 지역은 달라도 가난한 자들의 팍팍한 삶은 별 차이가 없다. 작가는 현실과 과거를 넘나들며 성장기 자신의 삶을 가감없이 진솔하게 적고 있다. 아버지의 부재(?)는 필연코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 희생은 어머니들의 몫일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들이 산업화에 성공해 세계속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그런 어머니들의 굳건한 버팀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비록 지금 요양원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배들은 일정시간 바다를 운행하면 이곳 저곳에 녹이 슬고 따개비들이 배에 붙게 된다. 주기적으로 녹과 따개비등을 털어내지 않으면 배의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때 녹이나 따개비를 털어내기 위한 망치질 소리가 깡깡 울린다고 해서 깡깡이일이라고 불렀다. 빚에 쪼들려 어쩔 수 없이 어머니는 깡깡이일을 하러 나가고 맏딸 정은은 중학교 진학도 미룬 채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아픈 기억들이 이어진다.

이른 아침부터 온 동네를 울리는 깡깡이소리는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어린시절의 안타까운 기억을 털어내는 소리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내 삶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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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뭐라고 - 깨달음이 도대체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거죠?
고이데 요코 지음, 정현옥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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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뭐라고

 

중학교때인가? 반야심경을 외우려고 잠자기 전 노트위에 한자, 한자 열심히 쓴 기억이 난다.

뭐 딱히 불교신자도 아니었는데 왜 하필 반야심경이었을까?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이었을까? 하지만 생각만큼 잘 외운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마하반야바라밀다로 시작되는 앞부분은 기억에 잘 남아있다. 더욱이 불교방송에서 우리말 반야심경을 광고시간에서 낭송을 해 주어 반가웠던 적도 있다. 그렇게 불교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지내온 시간이었다.

-깨달음- 언제나 매달리는 말이었지만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깨달음은 거창하니까? 평범한 나는 가까이 할 수 없다는 마음속 경외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겠지.

[깨달음이 뭐라고]의 저자 고이데 요코는 이런 경외감에 반기를 든다. 특별한 수행을 거치지 않아도 일상의 삶속에서 깨달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진짜 그럴까? 평범한 일상에서 깨달음을 느낄수 있을까? 평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해온 여섯분의 스님을 찾아 깨달음이 무엇인지 평범한 일상의 삶에서 얻을 수 있기는 한지 스님에게 묻는다. 긴 시간동안 수행을 해온 여섯분의 스님들은 이제까지 수행해 왔던 깨달음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친근하게 들려준다. 여섯분의 스님들이 불교라는 같은 틀속에서 수행을 해 왔지만 각자의 개성과 생각에 따라 나오는 대답은 다양하지만 크게 다르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평소 깨달음은 혹독한 수행을 거친 특별한 경지에 이른 존재만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미네 스님의 진실된 말을 듣고 그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라는 말이 크게 가슴에 와 닿았다.

평소 우리 불교의 연륜과 수행의 깊이가 깊어 여타 다른 나라의 불교에 대해 무관심해 왔다. 특히 일본불교에 대해서는 우리를 통해 불교가 전파되었고 더욱이 일제 식민지시절 스님들의 수행에 많은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해 왔다. 하지만 불교학적인 측면에서 그들의 역량은 그렇게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일본 스님들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가 반가웠다. 주제는 어려울지 몰라도 스님들의 말씀을 즐겁게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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