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 알츠하이머병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낸시 에이버리 데포 지음, 이현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7월

우리 중에 누가 기억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전에 한번 글을 쓴 기억이 있는데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살게 된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아짐으로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며 삶을 이렇게 저렇게 꾸미기보다는 과거를 돌아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것은 객관적이기보다는 나의 주관적 판단이다. 이 말에 동의하는 후배도 있다. 오해가 없으시기를

알츠하이머병은- 보통 우리들은 치매라고 부른다. -우리들 노년의 즐거움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리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병이 순식간에 다가와 우리 몸과 뇌를 장악해 버린다면 이런 두려움도 없을 것인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과 뇌를 잠식하기에 당사자의 두려움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가족들에게 신경질적인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래전부터 치매는 우리 사회를 불안감으로 물들이고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않은 채 개인가정의 문제로 방치하다시피 했다. 이것은 이웃 일본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래서 종종 우리 사회에 큰 뉴스로 한번 씩 등장하게 된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는 않지만 새 정부 들어 와 이 병을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할거라고 한다. 고통 받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알츠하이머를 앓았던 엄마를 추억하며 당시 가족들이 느꼈던 고통과 슬픔 좌절을 그리고 지금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이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를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아주 오래전의 기억에 마음이 아파온다. 다정했던 백모님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모든 기억을 지워야 했으니 한번 씩 뵐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노래가사처럼 헤어질 때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하는데 그런 마지막 순간을 원망으로 채워야 할 지경이 되도록 만드니.......

그런 우리들에게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는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는가? 그 방법을 우리들에게 전해준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어떻게 대해야 하고 가족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그 소중한 경험은 우리들에게 큰 지혜와 용기를 준다.

[100자평] 알라딘 캐시(30,000원)

알라딘 캐시(30,000원)

평소 중고서적을 많이 이용하는데 검색하다가 진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했을때 카드도 없고 현금도 없을 때 평소 저축하듯이 넣어 놓은 돈으로 구입할 수 있어 좋다.

광신자치유

광신자 치유 - 우리 안의 나쁜 유전자, 광신주의를 이기는 상상력의 힘
아모스 오즈 지음, 노만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6월

광신자 치유

2017년 8월 17일 오후 바로셀로나 구시가지 람블라스 거리에서 흰색 밴 차량이 보도에 있던 군중을 향해 돌진 100여명의 사상자 발생

9,11테러 이후 전 세계는 이슬람추종자들의 불특정다수에 대한 테러가 광범위하게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분노도 점점 증가해 테러와 무관한 이슬람 신자들 또한 불안감이 증폭되어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불안한 사회 불신의 사회를 치유할 방도는 없는걸까?

이스라엘 소설가, 평화운동가 아모스 오즈의 저서 [광신자 치유]라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 지구상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일 것이다. 끝없이 일어나는 두 민족간의 충돌을 두고 아모스 오즈는 종교전쟁도, 문화전쟁도, 서로 다른 두 전통의 불화도 아닌 단순한 부동산 쟁의로 규정하고 그 해법의 첫걸음은 더 나은 상호이해와 고통스런 타협을 통한 두 국가의 인정이 될 것이다. 이후 팔레스타인 난민문제의 해결 그리고 그 누구의 도움도 없는 두 민족만의 노력이 들어간, 과거의 어리석음과 우매함을 반영한 공동의 기념비를 제작해 지난 시절을 반성하는 것들을 진행한다면 쉽지는 않지만 아니 많은 고통이 따르지만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껏 일어난 세계 도처의 테러에는 단순히 부의 불평등의 문제가 아니다. 그 기저에는 광신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종교적 광신으로 위장한 자신만이 절대선이라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모스 오즈는 이런 광신주의자들은 어떤 치료해법을 내놓고 있는가? 독서를 통한 상상력의 증대를 제시한다. 또한 유머감각이 광신주의의 치료제라고 말한다. 유머감각이 있는 광신자를 단 한번도 본적이 없고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 그 감각을 상실하지도 않았는데 광신자로 돌변한 경우도 본 적이 없습니다.(78P)

위에 제시한 이런 해법들이 조금은 낭만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충분히 음미해 볼 만 하다. 양보와 타협은 그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어려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문학작품을 통해 상대방의 아픔을 간접적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면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
리즈 무어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7년 7월

보이지 않는 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의 주인공 에이더는 보스턴 공과대학 비트연구소장인 아버지 데이비드의 주도로 홈스쿨링을 하며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어느 날 데이비드의 이상한행동으로 그의 수수께끼 같은 과거의 행적들이 하나 둘 드러난다. 하지만 데이비드가 준 플러피디스크의 암호를 풀지 못해 결정적인 그의 과거는 밝혀진 것이 없이 의문만 남았다.

이십여년의 긴 시간이 지난 후 어릴적 동무 그레고리의 도움으로 암호를 풀게 돼 의문만 남았던 데이비드의 삶을 알게 된다.

태초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인간이라는 고등생명체가 생겨났다. 이런 인간은 공진화의 결정체로써의 자기 역할을 수행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힘을 가진 유일한 존재라는 오만함으로 자신의 이익이나 필요에 의해, 집단의 이익이나 필요에 의해 다른 생명체들을 착취하고 파괴하고 있다. 오래 전 멸종의 이유가 자연적인 힘에 의했다면 지금은 인간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더욱이 같은 종의 인간까지도 억압과 착취로 인해 괴로움에 빠져 살고 있다.

데이비드는 어린시절 아버지의 이중적인 생활태도와 누나 수전의 죽음으로 당시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동성애를 추구한다. 이로 인해 차별과 생명의 위협으로 자기의 신분을 감추고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억압과 멸시가 없는 인공지능으로 구현되는 가상현실세계라는 또 다른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에이더 또한 아버지의 베일에 싸인 과거를 찾는 동안 이전까지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불신감과 혼자라는 절망감을 가상현실세계 구현을 위해 매진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자칫 인간성파괴라는 극단적 상황에 놓일 수 있었음에도 리스턴의 사랑과 데이비드의 사랑이 진실임을 깨닫고 잘 극복해낸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주는 즐거움은 가상현실세계를 단순히 인간들이 즐기기 위한 단순한 도구의 역할이 아닌 인간의 거짓과 가식적인 행위의 탈출구로 삼았던 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닥친 어려움과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은 그것을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사랑과 믿음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유럽에 반하다

유럽에 반하다 - 유럽의 도시.자연.문화.역사를 아우르는 순간이동 유럽 감성 여행 에세이
김현상.헬로우트래블 지음 / 소라주 / 2017년 6월

유럽에 반하다.

오랜 세월동안 세계의 중심으로 군림해 온 유럽은 발길 닿는 곳곳이 눈길 주는 곳곳이 문화유적지이다. 동유럽이든 서유럽이든 다름이 없다. 다만 나름의 독특한 특징을 자랑할 뿐이다. 가히 문화유적의 보고라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유럽의 문화뿐만 아니라 오랜 강대국시절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든 다른 대륙의 다양한 문화유적, 유물까지 더해졌기에 여행에 관심이 있는 세계인의 눈길이 발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유럽의 도시, 자연,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순간이동 유럽감성 에세이 [유럽에 반하다] 는 이런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끌어당기는 책이다.

한창 혈기왕성할 나이에 입시와 취업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던 청춘들이, 메마른 가슴에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담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눈을 돌릴 수 있는 곳이 유럽이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여행을 원하는 모든 이들의 로망이 아닐까? 책속에 이 네 나라의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 평범한 일상의 삶에서부터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의 한마당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우리들이 막상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하더라도 실제 여행을 떠나기는 쉽지가 않다. 의사소통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구체적인 목적지선정에 대한 문제 등 그런 예비여행자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다. 단순히 화려한 여행을 위한다면 세계적인 축제가 열리는 날을 참고해서 계획을 짜고, 이탈리아 품페이, 프랑스 몽파르나스 공동묘지를 통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다. 당신에게 목적있는 여행안내서 역할을 충분히 해 줄 것이다.

[유럽에 반하다] 책 속 사진들을 보면 잘 보존된 문화유적과 그것을 유지하려는 시민과 정부관계자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데 그럴 때 마다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 출토된 문화유적들을 혹시 불이익이 생길까 덮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건설업자, 문화유적에 낙서를 남겨 놓는 몰지각한 여행자들, 정권의 치적을 위해 도굴식 발굴을 저지른 정부권력자들, 갈길이 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