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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 ㅣ 내 몸 내가 고치는 시리즈
조엘 펄먼 지음, 김재일 옮김 / 북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에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나지만, 사실 먹을거리는 관심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이다. 좋은 먹을거리를 찾아 잘 해 먹는 거 자체가 상당히 번거롭고, 때론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마트에 가면 뭐든 조리되어 돈만 있으면 꼼짝 않고도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때에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고 좋은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구별해서 먹는 데에는 상당한 '이념'과 '결심'이 필요하다.
뇌졸중, 암, 당뇨 등 흔히 '부자병'이라도 불리는 무서운 질병들, 결국은 우리 인류가 너무 풍족해지고, 너무나 편해지고, 너무나 배가 불러서 생기는 질병들이다. 사실 거의 매일 두끼 이상씩 외식을 하면서도 두려워질 때가 있다. 이 음식들이 몸에 쌓여 나의 건강을 해치지나 않을까, 하는. 아무래도 집에서 먹는 것보다 덜 신선한 재료에, 조미료, 화학물질 등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그렇게 많이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된 게 불과 몇 십년 되지 않았다. 그런 식사가 쌓이고 쌓여서 어떤 재앙을 불러올까?라는 생각에 가끔은 정말 두렵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뭐가 있을까?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그렇게 많은 식당과 편의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꼼짝없이 집에서 식사를 해야 했고, 다른 대안은 별로 없었다. 나를 포함해, 요즘 젊은 부모들, 30대 세대들은 청소년 시기부터 엄청나게 쏟아지던 패스트푸드점과 각종 음식점들에 둘러싸여 자라왔다. 외식도 늘고, 친구들과 패스트푸드점에서 먹고 마시는 게 문화였고, 놀이였다. 그게 사실 얼마나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을지... 그런데 우리가 낳을 아이들은 더더욱 풍족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이미 거기에 물들어 있는 우리 세대가 갑자기 집에서 만들어 먹고, 건강을 생각해서 번거로움을 무릎쓰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책은 좋지 않은 서양 음식들을 조금 경계하고, 최소한 어린 아이들에게는 좀더 좋은 음식, 좀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는 노력이라도 해 볼 수 있게, 경각심을 불어 넣어 준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주로 점심, 간간히 저녁까지 사먹기 때문에 주말엔 남편과 함께 뭘 먹더라도 사먹지 않고, 집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한살림 같은 공동체를 통해 식자재료를 공급받고, 몸에 좋다는 것을 좀 먹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물은 꼭 집에서 끓여 먹고, 밥은 꼭 잡곡으로, 뭐 그런 식으로.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헤이헤져 가는데... 다시 한 번 먹을거리가 건강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경각시켜 준 게 이 책이었다. 특히 조엘 펄먼 박사의 말투는 강해서 아, 무섭구나, 좀더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파스타, 흰빵, 흰밥은 으식이 아니다> <건강은 편의점에서 팔지 않는다> <암은 과일, 채소를 싫어한다> <칼슘, 차라리 오렌지를 먹어라> <하루 권장량은 허구다> <심장마비, 30초마다 한 명이 걸리고 있다> <비만이 낳은 재앙, 당뇨병> 등등. 제목만 봐도 섬찟해지는 것들이 많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내내 채소, 과일-특히 생것-이 좋다는 얘기에 세뇌되는 느낌이었다. 책 전반에 걸쳐, 우리가 좋다고 믿었던 고기, 심지어 우유나 유제품까지도 다 독을 품고 있는 식품이라는 얘기를 한다. 정제된 밀가루나 흰 빵이 건강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건 정말 일말의 식품가치도 없는 거라는 것! 오히려 채소와 과일 안에 우유나 유유제품보다 훨씬 흡수가 잘 되는 칼슘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생선보다도 채소와 과일이 낫다고 박사는 말하고 있다. 이 박사, 채식주의자가 아닐까?
물론 이 책은 한국 사람이 아닌 미국 사람에 의해 씌여졌기 때문에, 구체적인 식단을 짜거나 식생활에 대한 비판을 할때 분명 미국적 식사 습관이 전제를 이루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린 사실 미국 사람들보다 여기서 말하는 중국사람-날씬하고 건강한-에 가깝기 때문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 세세한 부분은 감안하고 읽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이 책 내용이 머리에 남는 건, 인류 보편적으로 필요한 영양분에 그에 맞는 식품을 담고 있어서이다.
나는 지금 임신 막달 들어가는데, 저번 달부터는 책을 읽는 내내 과일, 야채를 준비해서 먹으려고 무진장 애쓴 것 같다. 특히 과일은 워낙에 사람에게 좋다고도 하지만, 과일 안에도 우리가 생각했던 비타민 뿐 아니라 칼슘 같은 영양분도 많은데다 심장질환, 뇌졸중, 암의 발병률까지 낮춘다니..... 겨울이라 웬간한 과일이 다 비쌈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사다 먹고 있다. ^^;; 이젠 시장에 가면 과일과 채소 코너를 기웃거리며, 그것만으로도 우리 건강을 지키고, 중대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버렸다. 자꾸 이 책을 쓴 조엘 펄먼 박사가 말을 시키는 것 같다. 그거, 그거, 그게 먹을거리다, 저건 먹을 가치가 없다. 그건 영양분이 없는 거다. 그래서 야채, 과일 코너를 더욱 기웃거리게 된다.
물론 난 고기와 밀가루 음식도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조엘 펄먼 박사의 식단대로 쭉~ 살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특히 한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 아이들이 먹을거리 때문에 죽어 간다는 말에 공감하며, 아이들의 어릴적 식생활이 조기 사망과 질병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믿는다. 그리고 주스도 과일이 100% 함류된 것이라면 좋은 것이라 여겼던 나에게 이 안에 얼마나 많은 화학 물질이 들어 있으며 아이들을 비만으로 이끌고 좋지 않은지 또 알게 해 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먹을거리를 통해 건강만은 잃지 않도록 해 주는 게 부모로서 최소한, 그리고 최대한 해 줄 수 있는 게 아닐까 다시 다짐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조엘 펄먼 박사의 글에는 조금 극단적인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책을 옆에 끼고, 가끔씩 먹을거리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졌을 때 들춰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다시 무엇이 내 몸에 좋고, 무엇이 나쁜지를 읽고 깨닫고, 주방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참고 도서로 오래 옆에 두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