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매긴 성적표]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육성회비를 내야했어요.그 때는 사는 게 힘들어 육성회비를 내는 것 조차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아침 조회 시간이면 담임선생님이 육성회비를 내지 않은 아이들 이름을 불러 집으로 보냈답니다. 물론 선생님들도 위에서 시킨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해야했지만. 어린 아이들이 집으로 가봐야 별 다른 방법도 없는데.한 번은 저도 집으로 가야 했는데 부모님은 장사하시느라 집에 계시지 않아 빈집에서 깜박 잠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엄마얼굴과 함께 선생님이.......
다음 날, 선생님은 더 이상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았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선생님께서 대신 제 육성회비를 내주셨다는 것이었어요. 엄마가 한사코 싫다고 해도, 저에게는 비밀로 하자시면서.
얼마후, 엄마는 육성회비를 선생님께 직접 드렸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 옥수수며 과일을 담은 봉지와 함께. 선생님께서는 어린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어요. 힘들고 어려워도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용기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는 노력을, 약속을 지킴으로써 상대방에게 힘이 되어주는 믿음을, 말없이 품어주는 사랑을.......
그 선생님의 마음을 닮은 선생님이 많았으면 합니다.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든든한 곁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