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일가 - 교토 로쿠요샤, 3대를 이어 사랑받는 카페
가바야마 사토루 지음,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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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에 있는 로쿠요샤는 1950년 처음 개점하여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카페이다. 일본 특유의 가업잇기처럼 보이지만, 강요에 의한 일이거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삶도 있었지만, 어릴적부터 접해온 커피 철학이 이어졌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대부분의 오래 된 가게가 겪는 것처럼 경영난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옛것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읽다보면 커피가 주제가 아니라 경영이 주제인 것처럼 보인다.

지하층의 낮/밤 그리고 1층을 특성있게 따로 운영하게 한 2대와 100년+a를 향해 나아가는 3대의 역할이 참 흥미로웠다. 하나이면서도 구분되는 가게이니 3번에 나누어 방문해야 이 곳을 모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내게 더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초대 미노루의 생존력이다. 시기상 버블경제에 힘입어 카페가 잘 된 점도 있겠지만, 난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내려는 의지와 행동력이 대단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노력과 철학을 가진 태도가 좋았다. 우리나라의 대를 잇는 기업 초대회장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면모인 것 같다.

오로지 이 오래 된 가게와 일가족의 역사를 짚어보는 이 책을 읽어보니 언젠가 교토 여행을 간다면 꼭 방문해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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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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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근래에야 EOL(End of Life)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죽음을 슬프고 어둡고 피해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누구나 맞이해야하는 단계이자 일생의 마무리 단계라고 생각하자는 식이다. 많은 죽음을 지켜본 의료인의 책이 여럿 나오고 있다.이 책은 피상적으로 보면 재택치료를 장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편인 나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작가는 논픽션 작가로 죽음을 주제로 한 소재를 많이 다뤄왔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지켜본 시한부 환자들의 마지막을 서술하고 있다. 그중에는 그 죽음들을 작가와 함께 겪고서 세상을 떠난 한 동료의 이야기도 있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다양한데, 한 사람 안에서 그 모든 것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취하는 어떤 태도도 무엇이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 책의 사례들과 달리 평범하게 병원에 누워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하는 것이 가족에 대한 사랑 방식일 수도 있다. 더욱이, 애초에 좋은 의료진을 만나야 EOL의 여러방식을 택할 수 있다. 경제적 배경이나 가족환경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마지막 순간에 재택의료를 선택할 수는 없다. 재택의료가 가장 좋은 방법인 것만도 아니다. 다만, 재택의료도 하나의 중요한 선택지라는 것, 그게 이 책의 시사점 아닐까.

두려워하지만 말고, 행복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누리기 위해 재택의료를 고려하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란다. 남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부분이 좀 달라질 수도 있다.

보기만해도 슬픈 제목에 반해 정말 뭉클하고 재밌었던 이야기. 심지어 희망적인 느낌마저 든다. 죽음에 대한 글이 거북했던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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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 50주년 기념 에디션
린다 노클린 지음, 이주은 옮김 / 아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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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노클린이 저널에 기고한 두 가지 글을 담은 책으로, 발표 50주년을 맞아 새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는 1971년에 《아트뉴스》에 실렸다. 우선 미술계에서 작가의 성별로 나누어 그 특징을 지어보려던 때에 당시 페미니스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질문(제목)에 반박했는지를 나열한다. 그리고 저자는 질문이 의도하는 바에 딸려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기존 시각을 틀어서 근본적인 사회적 배경의 문제,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책을 읽으며 유의할 점은, 1970년대 초에 이 글로부터 시작된 반전과 연구로 2022년에는 과거와 다른 시각이 깔려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현재 우리가 50주년의 이 글을 읽는 의의는, 생각의 전환을 이룬 이 글이 당대 얼마나 충격을 주었을까 생각해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당연한 것 중 전환이 필요한 게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50년간 이루어진 많은 논의 중 우리가 궁극적 도달점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자면 초심을 생각해보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흑백 사진으로밖에 확인할 수 없는 나에겐 무채색의 세상처럼 느껴지는 1971년. 이때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제목의 질문에 통상 하게되는 반박이 사실은 묻는 자의 생각을 강화해준다는 것을 어떻게 간파해냈을까. 질문자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저자는 질문과 답변 후의 효과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것이리라.

이어진 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30년 후>는 《밀레니엄 시대의 여성 미술가들》에 2006년 발표되었다. 과도기임을 인식하고 지금의 문제를 또다시 논의한다.

나는 사실 미술하면 조형이 더 친숙한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성별의 차이가 있음을 알고 있다. 일단 힘에 부치면 작품 크기부터가 줄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회화에서 성별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처음 알았다. 어쩌면 50년간의 발전으로 채 의식하지 못하고 살 정도로 나아졌다는 것일수도.

내가 생각하지 못한 세상의 이상한 점을 민감하게 알아채고, 문제의 근원을 간파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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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하고 싶다 잘
조종상 지음 / 도서출판소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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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거나 일하면서 번역을 하게될 일이 종종 있다. 글을 읽고 쓰는 데 필요한 영어만 공부해보았지 번역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참 많이 느끼는데, 할 수 있는 선에서만 해결해왔다. 더 매끄럽게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는데 이번에 교재를 접하게 되었다.

통번역은 따로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내가 지금 부족한 것은 영어 실력 그 자체라고만 생각해왔다. 더 많은 표현을 알고 쓸 줄 알아야 한글로의 치환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보니 치환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다른 언어로 바꾸는 과정은 역시나 그 자체로 연습이 필요했다.

번역 교재를 처음 보았음에도 이 책이 좋다고 느꼈던 것은 문학을 번역하도록 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거의 100% 비문학을 번역하게 되는데, 의미만 정확하고 누락없이 전달하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훨씬 대충할 수 있었다. 문학을 번역하기란 당연히 어려우니,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연습해보자는 저자의 의도가 참 좋았다.

뜻만 어느정도 전달하는 번역에서 넘어서서, 제대로 언어를 바꾸어내는 스킬을 연습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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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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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스릴러·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이 소설이 반가웠다. 복간될 정도로 흥행요소가 있는 작품일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그리고 끝까지 실망하지 않았다. (더구나 출판사가 대대적으로 '놀라지 않으면 환불' 홍보를 하고 있음에도 절반쯤 가서는 이미 예상할 의지가 사라진 채 끝까지 집중을 놓을 수 없다.)

보통 좋은, 뛰어난 추리소설이라 함은 예상을 뛰어넘는 트릭 혹은 반전, 그리고 사건 발단부터 해결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전개·서술이 있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소설은 거기에 더해 추리 장르가 아닌 소설 문학적 요소가 뛰어난 것이 매력인 것 같다. 내가 이런 지식에 문외한이라 정확한 용어로 설명할 수 없음이 아쉽다.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작품의 구성과 서술에서 문학으로의 작품성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물의 내면 묘사와 개연성 부분에서 특히 그렇다. 모든 인물은 저마다 서사가 있고, 그 입장이 이해된다.

셜록, 포와로 또는 많은 요즘 추리소설에 익숙해있던 나는 이 책이 정말 신선했고 주변에도 추천하고 싶었다.

내용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는데, 먼저 나는 소설 서두에 나오는 배경인 일본 전쟁 내용에 한국인으로서 더듬이가 민감해졌지만ㅋㅋ 전쟁 그 자체에 주목해야 할 뿐 더 날 설 필요는 없었다. 배경이 된 국가를 의식해야 했던 부분은 극중 인물 사토코 등이 생각하는 좋은 며느리상, 집의 구조, 그리고 집에 상시 놓인 불단의 존재 뿐이다.
오히려 강조된 부분은 전쟁의 비인간성이랄까, 거기에 더해진 배신의 상처와 체면의 문제이다.

나는 어느 서평에서도 스포일링을 매우 조심하기 때문에 이어진 감상은 일기장에. 정말 재밌게 읽었고 추천한다.

+ 표지: 빨간 띠지를 벗기면 나오는 섬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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