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 절망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대니얼 깁스 외 지음, 정지인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료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난 세상에서 치매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내게 닥치지 않았으면 생각하기도 하고 내 부모님께 일어나지 않았으면 기도하기도 한다. 가장 슬픈 병이 아닐까 싶은 치매를 피해가지 못한 의사가 있다. 그는 과학자로서 이 병을 연구했고, 의사로서 환자들을 만났고, 지금은 초기 인지 저하를 겪는 중이다.


치매 환자를 소재로 한 책이 많은 세상이지만 이 책이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저자가 과학자이면서 의사이면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로서 그는 이 병의 시작과 기전을 현상적으로 설명해준다. 우리가 아는 인지 저하가 뇌에서 어떤 물질적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지 읽으면서 막연한 두려움이 덜해지는 것 같았다. 미지의 대상이 눈에 보이게 되어서 막연함이 덜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할 방법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통계적 설명이 아니라 과학적 설명이기 때문에 잘 와닿았다.


의사로서 그는 환자들이 병을 최초로 인지하고 치료받는 과정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인지 저하를 병적으로 겪기 전에 해야할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감정적 부분에서 환자들이 겪는 큰 절망과 두려움, 환자의 가족들이 겪는 부담과 일상의 변화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좋았다.


환자로서 그는 이 병으로 진단된 사람이 겪는 충격에 공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위기와 극복을 반복하면서 병은 점점 진행하고 있지만, 발병 이후에도 병의 초기 단계를 최대한 길게 가져가지 위한 노력을 보여주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침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서술하는 글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두려워하거나 근거 없는 긍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이과의 글이 이렇게나 편합니다 여러분.


내가 잘 읽었으니 부모님께도 보여드릴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책!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 - 윤동주·백석·이상, 시대의 언어를 담은 산문필사집
윤동주.백석.이상 지음 / 지식여행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문을 담은 필사 책을 북펀딩으로 구했다! 시보다 산문을 더 좋아하는 나는 보통의 필사 서적보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도 유명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들의 글이 한데 묶여 있는 책이다. 앞부분에는 순서대로 윤동주, 백석, 이상 시인의 산문 여러 편이 실려 있고, 뒷부분 조금은 그들의 시를 필사하는 페이지도 있다.


180도 펼쳐지는 제본이라 책에 직접 글씨를 적기 적당하고, 종이도 도톰해서 잉크펜으로 적기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수정테이프 칠이 싫어서 차분히 연필로 적어보았다.


극도로 정제된 글인 시는 음미하면서 감상하고 뜻을 헤아리는 재미가 있지만, 시보다 산문을 읽을 때 작자의 생각이나 결이 더 와닿는다.


당연히 잘 안다고 생각한 시인들이고 그의 시를 많이 접해보았지만 산문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윤동주 시인의 산문을 읽을 때는 시에서의 세계가 확장된 느낌이어서 좋았고, 이상 시인의 산문을 읽을 때는 시에서 본 작가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면을 본 것 같아서 좋았다 :)


서로 이어지는 문장들을 따라 적다보면, 시적인 표현이 가득한 산문을 잘 흡수하고 있는 듯하다. 서정적인 글을  한 자 한 자 적으면서 마음도 차분히 하고, 문학적 소양도 높이고 싶다.


시리즈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육사 시인의 글도 따라 적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독박 간병 일지 - 어느 날,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미아오 지음, 박지민 옮김 / 이덴슬리벨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돌봄 이슈가 흔해진 요즘, 돌봄 중인 사람도 돌봄을 앞둔 사람도 도움이 될 책. 지금 돌봄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돌봄이 이미 '예정된 일'임을 무시하려 해선 안 된다. 돌봄 중인 사람이라면 공감과 위로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십수년간 부모님의 간병을 독박으로 해낸 작가는, 그림을 그리며 그 기간을 견디고, 그림을 그리며 고통 후에도 일어섰다. 어머니의 투병과 아버지의 별세, 어머니의 별세. 이 책은 그중 앞의 두 가지를 다뤘다. 마지막 어머니와의 작별은 다음 책에 담겼다는데, 그 책도 읽어볼 예정.

나 자신에 대한 통제력과 자아를 잃는 과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정된 일이지만, 본인 혹은 내 부모에게 일어날 일이라 생각하면 미리부터 고통받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 고통스럽기 위해서는 미리 이것저것 준비할 필요가 있다.

슬프지만 모른체해서는 안 될 이야기. 개인적인 경험과 입장에서도, 사회구성원으로서도 돌봄에 관해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너무 무겁지 않게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이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은 나도 철학이 알고 싶었어 - 누구나 궁금한 일상 속 의문을 철학으로 풀다
이언 올라소프 지음, 이애리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해 볼만한 다양한 주제가 나열되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철학적으로 사고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적혀있는 형식이다.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을까?' 같이 철학적 주제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질문부터 '아기 히틀러를 만난다면 죽여야 할까?' 처럼 기발한 질문까지 다양한 주제가 담겨있다.

철학을 알고는 싶지만 사상 기조나 철학자의 이름부터 시작하기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에게 좋을 것 같다. 또는 철학에 관심 없던 사람도 이 책을 읽는다면 일상과 밀접한 다양한 생각을 하는 데 철학이 근거된다는 것이 와닿을 것 같다.

책에 있는 총 56가지 질문 중 과학이나 정치 영역의 질문이 아닌가 싶은 주제도 있다. 하지만 과거 철학자들은 과학자이면서 정치가이기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책에 이런 주제가 있는 것이 놀랍지 않다. 오히려 이런 질문에 답하는 데 철학적 사고나 이론이 도움이 된다는 점, 더 나아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철학적 사고가 없이는 온전한 고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량한 이웃들 - 우리 주변 동식물의 비밀스러운 관계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원을 가꾸다보면 다양한 동물과 곤충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필히 만나게 되는 이웃들과 잘 지내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지식이 이것저것 담긴 책이다. 어떤 생물에 대해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동식물 간의 관계 등 종합적으로 알아둔다면 나에게 맞게 적절히 꺼내 쓸 수 있는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

다만 고려할 점은 작가가 독일의 원예학자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원 환경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도 자연과 동식물, 정원 가꾸기에 흥미가 많은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것 같다.

세밀하고 예쁜 일러스트가 함께 담겨있어서 눈도 즐거워지는 책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정원을 가꾸고 있다면, 나만의 텃밭이나 꽃밭 만드는 데 로망이 있다면 즐거울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