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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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엄마의 책상 앞에 있던 메모 구절을 이 책에서 발견했다. "생각은 명석하게, 표현은 명료하게". 번역문은 다르지만 아마 같은 출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마와 좋은 글을 공유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이 더 좋아졌다.

축약된 제목이라 그 의미를 예상했던 것과 내용은 조금 달랐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곁에 두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일 것 같다고 추측했는데 아니었고,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알려주는 쪽에 더 가깝다. 살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고 유지하는 방법을 나열하는 식이다.

한참 과거를 배경으로 한 글이기도 하고 비유적 표현이 많아서 번역자의 각주를 따라 읽는 것이 좋다. 원문에서도 여러 문헌의 표현을 인용하기 때문에 꼼꼼히 읽으면 더 재미있다.

하지만 사람과 군중의 특성은 당대와 지금,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지금 사회생활을 할 때도 적용될 팁이 된다. 다른 포인트이지만 이정도로 인류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좋은 제도의 필요성에 가치를 두게 된다.

저자는 상당히 단호하고 비관적이어서 웃음 포인트가 된다. (p.241 바보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바보이고,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그중 절반은 바보다. 어리석음이 세상을 지배했다.)


세상에서는 정중함과 관대함, 신의가 사라졌다고 해도 당신 가슴속에서는 그것을 찾을 수 있다고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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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생활 - 부지런히 나를 키우는
임진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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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의 수필을 읽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에세이를 읽는 보통의 목적은 이런 것이다. 작가만의 개성있고 참신한 표현으로 풀어낸 일상의 모습을 읽고 정신적 긴장을 풀기. 그래서 본인의 글쓰기 영역이 있는 작가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임진아 작가의 몽글몽글 수수한 그림과 그에 곁들인 글을 좋아한다. 해서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책을 얼른 읽어보았다. 내면의 온도가 비슷한 글은 이렇게나 읽기에 편안하고, 또 감수성이 적당히 다른 글은 세상을 달리 느껴볼 계기가 된다.

'쓰는 독자'로서 펴는 책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독서에서 파생된 경험과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서 나온 생각이 담겨있다. 요즘 나는 독서생활에 있어 효율과 넓이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읽기란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에 더 관심이 갔다. 이 책을 읽은 후에도 내 고민은 아마 죽을 때까지 양극을 오고가겠지만, 책을 사랑하는 다른 이의 독서 경험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특별한 작가의 글맵시가 좋았다. 공해같은 에세이들 속에서 내게 맞는 책을 찾은 기쁨.

지식 확장의 목적만이 아니라 독서 자체의 경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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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존 M. 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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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읽고싶은 책으로 찜해두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 평소 무섭게 생각하는 현상을 자세히 알면 좀 덜 무서울까 하는 마음도 있고, 앞으로 내가 하려는 일에서 알면 더 지혜로워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 사회에 만연한 현상을 잘 아는 시민이고 싶어서다.

대상화라는 용어를 볼 때 이미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권위있는 문서에서 정의한 내용을 본 적은 없다. 평소 자주 접하는 용어이기도 한데, 쓰이는 범위는 한정적이다. 내가 본 주요 쓰임새는 '성적' 대상화. 대상화 자체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기도 했고, 여러 분야에서 다뤄지는 내용을 알고 싶었다.

부제목으로써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의 메인 테마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상대로 왜 이다지도 잔인해지는가'이다. 그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그 이유를 '타인에 대한 대상화'로 짚고 있고, 따라서 대상화의 범위와 단계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이 과정에서 심리학, 사회학, 종교와 철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검토하는데, 그래서 조금 중구난방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따라가다 보면 풍성한 내용에 만족하게 된다. 사실 동양 철학과 종교 부분에 들어가서는 약간 정신이 아득해짐과 동시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부분은 잘 견뎌야 한다ㅜㅜ

인간이 '왜' 잔인해지는지를 알아보는 것에는 why도 있지만 how도 포함된다. '왜'라는 포괄적인 질문을 잘게 쪼개어, 어떤 배경에서 (예를 들면 사람의 인식과 관련된 연구) 대상화가 가능한지도 알아보는 식이다.

흔히들 잔혹성의 이유로 타인을 나와 같이 '인격이 있는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순화 해 말하곤 한다. 그 후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한 발판이 되는 내용이라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 주제는 대충 알고 넘어간 채로 다른 주장을 하기 어려운 것임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

팬데믹 이후 사람 사이 단절이 더 만연해지고 강해졌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사회는 타인에 공감하지 못하도록 더 유도되고 있다. 책이 꽤 많은 범위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중요한 부분을 사람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아동·청소년 교육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을 간절히 느낀다.

잔혹성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누구든 잔인한 사람이 되기 쉽다. 내가 살아가는 곳이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운, 그래서 인간적인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폭력이 규범이 된 상황에서는 과도한 잔혹 행위―흔히 피해자가 지닌 인간적인 측면들을 지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행위―또한 스스로를 인격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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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의 역사 - 마키아벨리에서 롤스까지
사카모토 다쓰야 지음, 최연희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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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보고 싶었는데 신간의 제목을 보고는 내게 딱 필요한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5년의 강의를 거쳐 나온 책이라는 소개를 보았다. 읽기 쉽고 이해도 잘 되게끔 구성하고 정리해준 책이라는 소감이다.

잘 쓰지 않는 표현인 '사회사상'의 역사를 짚어보겠다는 제목인 만큼, '사회사상'이 무엇인지 정의하면서 시작하는 점에서 훌륭하다. 후에 이어지는 내용은 마키아벨리의 사상부터 시작해 루소, 스미스, 마르크스와 밀 등을 거쳐 현대의 자유와 공공을 이야기하고 마무리 짓는다.

각 장이 해당 사회사상이 나오기까지의 간략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데, 지식이 얕은 나로서는 정말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엉망이 된 교육과정 속에서 세계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이과는 공감하시겠죠,, 중2가 마지막임) 거기에 게으름이 더해져 여태 손 놓고 있었더니 깊이 있는 사회학 책 읽기가 어려웠다. 책의 내용을 70%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었고, 책마다의 내용이 흐름으로 엮이지 못한 채 단편적 정보로 남았다. 그래서 역사를 담았다는 이 책이, 문맥 속에서 사상이 어떻게 등장했고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후에 나올 사상과 어떤 면에서 비교할 점이 있는지 짚어준다는 점에서 여타 사회학 책과는 구별되는 장점이 있다.

사회사상이라 정의내린 범위에서 사상가의 저작을 다루지만 정치나 경제 등 그의 다른 사상이나 저작을 언급하기도 하고, 또 그 시기 다른 사람과 책을 언급하기도 한다. 나는 앞으로 읽어갈 그 책들을 여기 한 곳에 정리하고 사회사상사의 큰 흐름을 머릿속에서 유지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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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그러진 만화 - 망그러진 곰과 햄터의 귀염뽀짝 일상다반사! 망그러진 만화 1
유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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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우면서도 의미를 담은 망그러진 곰 만화가 책으로 나와 반갑게 읽어보았다 :)
아주 귀여워....
조금 허술하고 물렁물렁하게 생긴 캐릭터들이 하는 이야기가 공감도 되고 위로도 된다. 제일 좋은 부분은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는 점이다 ㅎㅎ
SNS 툰을 보면서 즐기기도 하지만 책으로 엮어 나오니 두었다 힐링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작은 디테일들이 담긴 책이라 모바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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