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존 M. 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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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읽고싶은 책으로 찜해두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 평소 무섭게 생각하는 현상을 자세히 알면 좀 덜 무서울까 하는 마음도 있고, 앞으로 내가 하려는 일에서 알면 더 지혜로워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 사회에 만연한 현상을 잘 아는 시민이고 싶어서다.

대상화라는 용어를 볼 때 이미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권위있는 문서에서 정의한 내용을 본 적은 없다. 평소 자주 접하는 용어이기도 한데, 쓰이는 범위는 한정적이다. 내가 본 주요 쓰임새는 '성적' 대상화. 대상화 자체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기도 했고, 여러 분야에서 다뤄지는 내용을 알고 싶었다.

부제목으로써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의 메인 테마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상대로 왜 이다지도 잔인해지는가'이다. 그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그 이유를 '타인에 대한 대상화'로 짚고 있고, 따라서 대상화의 범위와 단계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이 과정에서 심리학, 사회학, 종교와 철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검토하는데, 그래서 조금 중구난방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따라가다 보면 풍성한 내용에 만족하게 된다. 사실 동양 철학과 종교 부분에 들어가서는 약간 정신이 아득해짐과 동시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부분은 잘 견뎌야 한다ㅜㅜ

인간이 '왜' 잔인해지는지를 알아보는 것에는 why도 있지만 how도 포함된다. '왜'라는 포괄적인 질문을 잘게 쪼개어, 어떤 배경에서 (예를 들면 사람의 인식과 관련된 연구) 대상화가 가능한지도 알아보는 식이다.

흔히들 잔혹성의 이유로 타인을 나와 같이 '인격이 있는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순화 해 말하곤 한다. 그 후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한 발판이 되는 내용이라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 주제는 대충 알고 넘어간 채로 다른 주장을 하기 어려운 것임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

팬데믹 이후 사람 사이 단절이 더 만연해지고 강해졌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사회는 타인에 공감하지 못하도록 더 유도되고 있다. 책이 꽤 많은 범위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중요한 부분을 사람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아동·청소년 교육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을 간절히 느낀다.

잔혹성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누구든 잔인한 사람이 되기 쉽다. 내가 살아가는 곳이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운, 그래서 인간적인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폭력이 규범이 된 상황에서는 과도한 잔혹 행위―흔히 피해자가 지닌 인간적인 측면들을 지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행위―또한 스스로를 인격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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