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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감정
김용태 지음 / 미류책방 / 2023년 3월
평점 :
감정을 살피는 것에 어색한 우리들, 그런 우리들의 감정을 살펴보아야할 때가 아닐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감정들을 경험한다. 유쾌한 감정도 있지만, 불쾌한감정도 있다. 분노, 우울,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느끼는 것은 힘들고 때론 고통스럽다. 그래서 회피나 무시, 억압 등의 방법으로 내 감정을 내가 모르는 체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감정은 느기고 표현되지 않으면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무리의 무의식 속에 쌓여 호시탐탐 밖으로 나올 기회를 엿보거나, 제발 자기를 알아 달라고 떼를 쓴다. p.4
우리는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것에는 익숙해져있지만 자신의 마음, 감정을 살피는 것에는 익숙하지가 않다. 나의 마음이 왜 우울한 감정이 생기는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채 우울감을 숨기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상대방과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이래서 우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라고 말하는 대신 다른 것에 대한 짜증을 낸다거나, 왜 내 마음을 몰라주고 살펴봐 주지 않는지 원망하게 된다. 정작 나도 내마음을 살피지 않으면서 말이다. 내 마음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임에도 내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 보기가 거북스러울때가 있다.
그런 감정을 들여다보는 대신에 우리는 그 감정을 눌러담는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꽁꽁 숨겨두고 숨겨두다 결국은 그 감정이 터지고 곪아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우울감에 약을 과다복용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결국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기 힘들었기 떄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내가 화나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때, 나 자신에게 화가 났음에도 나를 화나게 만든 대상에 대한 비난과 화를 내곤 한다. 결국 감정을 주체 하지 못하고 폭발해버리는 것이다. 내 안에 숨어있는 분노, 열등감, 외로움 등을 건드리면 분노해버리는 것이다. 분노와 열등감,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지만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은 나이다. 그럼에도 내 감정을 들여다본 사람에게 화를 내게 되는 것도 가짜 감정이 아닐까.
화나고 우울한 감정을 그대로 다 드러내게 되면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부딪혀서 결국 화나는 감정을 숨기고, 우울한 감정을 숨긴다. 그런 감정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척 웃거나 상대방과의 관계를 이어간다. 결국 우리는 진짜 감정을 숨기고 가짜 감정을 드러내고 살아가는 것이다. 나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키기 싫어서 가짜 감정을 보이며 가면을 쓴채 상대방을 대한다면 그 관계는 겉으로 보기에는 원만해보일지라도 속은 곪아가는 것이리라.
'외로움'과 '함께'는 동전의 양면이다. 함께 있는 사람들도 외로울 수 있고, 외로운 사람들도 언제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 p.102
그런 오묘한 감정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조심스러워보여서 가짜감정만을 앞세운다면 결국 그 관계에는 발전이 없다. 가면을 쓰고 상대방을 대하는 것과 다를바없는 것이다. 우리가 자라온 환경에 길들여져 나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숨길 수 밖에 없었던 것도 가짜감정으로 살아가는데 한 몫했으리라. 분노의 감정을 다 드러낼 수는 없겠지만 나의 감정을 조금은 표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처음에는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감정을 눌러두기보다 조금씩 표현해 나간다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동시에 자신에게 놓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에너지가 생길것이다. 열등감, 수치심에 빠져 불완전함을 숨기기보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태도도 바뀌게 될 것이다. 나의 감정을 바라보는 여유와 다른 사람에게 진짜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갖춘다면 우리가 맺게 될 관계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