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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멜리아 싸롱
고수리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생의 마지막 순간 따스함을 안겨주는 곳, 까멜리아 싸롱
우리의 삶은 죽음과 이어져있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인연이라는 끈으로 이어진 누군가와 스치기를 반복한다. 살아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인연의 끈을 생의 마지막 순간 마주한다면 어떨까? 《까멜리아 싸롱》을 처음 펼쳤을 때는 자신의 죽음을 맞은 이들이 저승의 세계로 가기 전 들렀다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서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떠올렸다. 하지만 《까멜리아 싸롱》은 호텔 델루나와 달랐다. 그곳에서의 사람들은 생이 끝난 이들이었다면, 까멜리아 싸롱의 사람들은 자신의 마지막 순간 그 선택을 앞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위한 49일의 신비로운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게 된다.
백화점에서 일하며 자신이 일하는 명품관에 들르는 사람들처럼 명품이 있어야 대우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설진아, 용역업체를 통해서 이곳저곳 청소하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내온 박복희, 대단지 아파트 경비원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위해 갑질마저 참아온 구창수, 유명 로펌 대표이자 구청장 출마를 앞두고 있는 안광일의 아들 안지호. 그렇게 아무런 안면도 없는 이들이 각가의 플랫폼에서 탑승한 열차는 어느새 동백역에 도착한다.
열차의 안내방송에서 들려오는 낯선 역의 이름에 당황하던 이들은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왜 동백역으로 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동백역에서 이들을 맞이하고 그들이 보내게 될 까멜리아 싸롱의 직원인 여순자와 지원우, 마두열과 유이수, 검은고양이 바리. 그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 이곳에서 낯선 이들을 맞게 되는 것일까?
동백역에 내린 이들은 까멜리아 싸롱에서 머무르면서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나무 상자에 있는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말이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게 되는 이들. 그리고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 서로의 삶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교차점을 통해서 그들은 그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나도 알지 못하는 인연의 끈은 삶의 순간뿐만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연결되어 있었다.
《까멜리아 싸롱》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존재한다. 그들의 사정을 읽어나가면서 우리의 모습과도 같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속에 때로는 행복이, 때로는 슬픔이 다가오기에.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삶을 다른 이를 위해 희생하기도 한다. 그들이 택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마주한 까멜리아 싸롱에서 그들은 또다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들의 선택한 결정은 어떻게 될까. 까멜리아 싸롱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글에 반하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 문장들을 곱씹느라 조금은 오래 걸렸지만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소설을 만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