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무뢰한과 함께 사는 법 1
패트릭 갸그니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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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였던 어릴 적 자신에 대해 알아나가는 이야기

소시오패스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소시오패스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자신이 소시오패스임을 밝히며 자전적 소설을 써낸 패트릭 갸그니.

나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소시오패스다. 무엇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쓴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프롤로그 중에서

《내 안의 무뢰한과 함께 사는 법 1》을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인 패트릭 갸그니의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전적 소설이라는 말에 걸맞게 소설의 주인공 또한 패트릭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이야기에 소설적 요소를 가미하여 만들어낸 이야기라 작가의 입장에서는 집필하기 쉬웠으리라는 짐작과 함께, 자신의 치부를 이렇게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다. 실제의 이야기라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음에도 주인공 패트릭이 벌이는 일을 보면서 부모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이토록 담담하게 그린 소설이 있을까? 패트릭은 태어날 때부터 감정 없이 태어났다고 이야기한다. 무언가에 대한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 그것은 서로 소통하기 어려운 것으로 이어진다. 패트릭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억눌려지는 스트레스를 풀기라도 하나 둘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온다. 그러고는 전리품이라도 되는 듯 상자에 차곡차곡 모아둔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물건들을 엄마에게 보여주기까지 한다. 정직한 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섬뜩했다.

상식적이지 않고 엄마가 정해둔 규칙 속에서 그 규칙을 지키는 듯하면서도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이웃의 자매를 집 밖으로 내쫓기도 하고, 연필로 친구를 찌르기도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는 패트릭.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의 유년기가 흐르고 대학은 아빠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그녀는 소시오패스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실 내 안의 무뢰한과 함께 사는 법 1을 읽으면서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기에, 그 다름 속에서 자신이 소시오패스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보다 그것에 대해 알아가려는 의지를 보이는 패트릭의 모습은 빛이 났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남들과 다르다고 속단하여 무언가를 포기해버리기보다는 자신을 알아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런 깨달음이 내가 《내 안의 무뢰한과 함께 사는 법 1》을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고 느낀 이유이기도 하다. 《내 안의 무뢰한과 함께 사는 법 2》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다루어질지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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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멜리아 싸롱
고수리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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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순간 따스함을 안겨주는 곳, 까멜리아 싸롱

우리의 삶은 죽음과 이어져있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인연이라는 끈으로 이어진 누군가와 스치기를 반복한다. 살아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인연의 끈을 생의 마지막 순간 마주한다면 어떨까? 《까멜리아 싸롱》을 처음 펼쳤을 때는 자신의 죽음을 맞은 이들이 저승의 세계로 가기 전 들렀다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서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떠올렸다. 하지만 《까멜리아 싸롱》은 호텔 델루나와 달랐다. 그곳에서의 사람들은 생이 끝난 이들이었다면, 까멜리아 싸롱의 사람들은 자신의 마지막 순간 그 선택을 앞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위한 49일의 신비로운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게 된다.

백화점에서 일하며 자신이 일하는 명품관에 들르는 사람들처럼 명품이 있어야 대우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설진아, 용역업체를 통해서 이곳저곳 청소하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내온 박복희, 대단지 아파트 경비원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위해 갑질마저 참아온 구창수, 유명 로펌 대표이자 구청장 출마를 앞두고 있는 안광일의 아들 안지호. 그렇게 아무런 안면도 없는 이들이 각가의 플랫폼에서 탑승한 열차는 어느새 동백역에 도착한다.

열차의 안내방송에서 들려오는 낯선 역의 이름에 당황하던 이들은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왜 동백역으로 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동백역에서 이들을 맞이하고 그들이 보내게 될 까멜리아 싸롱의 직원인 여순자와 지원우, 마두열과 유이수, 검은고양이 바리. 그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 이곳에서 낯선 이들을 맞게 되는 것일까?

동백역에 내린 이들은 까멜리아 싸롱에서 머무르면서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나무 상자에 있는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말이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게 되는 이들. 그리고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 서로의 삶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교차점을 통해서 그들은 그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나도 알지 못하는 인연의 끈은 삶의 순간뿐만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연결되어 있었다.

《까멜리아 싸롱》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존재한다. 그들의 사정을 읽어나가면서 우리의 모습과도 같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속에 때로는 행복이, 때로는 슬픔이 다가오기에.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삶을 다른 이를 위해 희생하기도 한다. 그들이 택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마주한 까멜리아 싸롱에서 그들은 또다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들의 선택한 결정은 어떻게 될까. 까멜리아 싸롱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글에 반하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 문장들을 곱씹느라 조금은 오래 걸렸지만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소설을 만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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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고양이 - 최승호 시인의 고양이 시 그림책
최승호 지음, 이갑규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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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 그림과 함께 만나는 고양이에 관한 시

고양이 여덟 마리를 키우면서 알게 된 고양이들은 개성 넘치는 모습이었다. 잠자는 시간이 길다고 하지만, 어린 고양이들은 노는 게 좋은지 뛰기 바빴다. 태어난 지 1년에서 2년 된 고양이들이 일곱 마리인 우리 집은 언제나 북적북적 우당탕 그 자체이다. 그 와중에 7년 된 제일 고참 고양이는 노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간식이나 고양이 습식 캔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51편의 시 중에서'고양이는 오이를 무서워한다'는 시를 읽으면서 정말 고양이가 오이를 무서워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고양이가 싫어하는 냄새는 몇 가지 알고 있지만 오이를 싫어한다니 사실일까 하면서 궁금해져왔다. 언제 한번 오이를 고양이들에게 보여줘야겠다.

시 그림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는 그냥 고양이'는 산책 다니는 고양이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둔 시였다. 햇볕 쬐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본 적 있어서 더욱 친숙했다. 햇살, 바람, 들꽃 등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는 고양이의 일상. 게다가 친구가 있는 사교적인 고양이여서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밤이면 춥고 낮이면 더위를 견뎌야 하는 사막에서 살고 있다는 모래 고양이. 모래 고양이는 왜 사막에 살까?

일기 쓰다 잠든 나를 대신해서 써둔 고양이가 쓴 일기. 분홍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힌 일기장. 우리 집 고양이도 내가 잠들면 내 다이어리에 발자국을 남겨줄까 행복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동시였다.

어릴 적 구슬치기를 하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구슬치기. 구슬의 무늬가 마치 고양이 눈과 비슷해서 구슬로 보인다고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게 보였다. 아름다운 고양이들의 눈, 저마다 다른 눈동자의 색을 가진 고양이들. 엄마 아빠와는 다른 눈동자 색을 가진 고양이들의 신비함을 떠올리게 한다.

함께 살던 고양이가 사라지고 고양이를 찾기 위해 붙여둔 벽보. 그 벽보에 비가 내리자 고양이도 비에 젖는다고 표현하고 있는 시 '벽보'에서는 외로움을 달래주던 존재의 부재, 그 부재로 인한 허전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벽보에 내린 비는 고양이를 잃어버린 주인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최승호 시인님께서 쓰신 51편의 고양이에 관한 시를 읽으면서 51마리의 고양이들과 만났다. 어느 하나 같은 점 없는 51마리의 고양이. 게다가 그 고양이들 속에서 우리 고양이들이 보이기도 하면서 우리 고양이들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고양이들. 나는 다시 한번 고양이들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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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지나간 뒤 - 2023 볼로냐 라가치 코믹스 부문 특별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64
상드린 카오 지음,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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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감정을 다정하게 보듬는 보물 같은 책

《파도가 지나간 뒤》를 읽으면서 나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우울하다가도 어느새 그런 기분이 풀리고 행복이 곁에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왔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 찾아오는 것 같은 감정 변화를 느끼곤 한다. 그런 우리의 감정이 때로는 힘에 부치더라도 결국에는 따스한 감정이 감싸 안을 때야말로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짐을 느낀다.

친구와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다 보니 불안한 듯 보이지만 저 멀리 보이는 섬을 발견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마주하고 설레기 시작한다. 그렇게 각자 모험을 떠나다 보니 길을 잃게 되고 서로를 잃어버리게 된다. 서로를 잃게 되는 순간, 오롯이 혼자가 되었을 때 그동안 보지 못한 나와 마주하게 된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누군가와의 만남은 두렵기도 하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 되어 서로에게 정을 느끼게 되고 가까워지게 된다. 그런 가까워진 마음들이 모여 어느새 낯설었던 곳에서의 생활도 익숙해진다. 그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과의 하루,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적응되어 가고 있음을 표정으로 느낄 수 있다.

헤어졌던 친구가 그리워지고,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친구로 행복은 더 커진다. 그렇게 다시 만난 친구들은 행복했던 것도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피해야만 했다. 갇혀버린 곳에서 막막했던 것도 잠시 그곳에서의 시간을 즐기게 되는 이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차츰 적응하며 그 상황들을 극복하고 나왔을 때 그들은 또 다른 행복과 마주할 수 있다.

혼자였다면 힘들었을 고립된 상황에서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 그들과 서로 도우면서 이겨내는 모습. 자신의 감정은 어느새 그들과 동화되어 이겨내고 있음을 보게 된다. 파도가 닥쳐오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파도가 지나가고 난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따스한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파도가 지나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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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소녀에게 으스스한 은총을 라면소설 3
김영리 지음 / 뜨인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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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그것은 신의 은총일까, 저주일까?

우리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순간 이동 같은 능력이나 부자가 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을 바란 적이 있다. 단순히 만약에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하여 상상으로만 끝났던 이야기. 《인플루언서 소녀에게 으스스한 은총을》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플루언서 소녀에게 으스스한 은총을》에 등장하는 주인공 하늬는 SNS를 하면 어느새 9만 팔로워인 인플루언서다. 처음 만든 계정에서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사람들의 악플에 시달린 하늬는 편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옷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다른 계정으로 9만 팔로워가 되었다. 10만 팔로워를 목전에 두고 있으면서 정체기를 맞은 하늬.

하늬의 가장 친한 친구 다현과의 약속을 위해 나서야 했으면서도 옷을 고르느라 또 늦고 만다. 늦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동경하는 인플루언서 100만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제이빈, 협찬받은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부러워한다. 다현과 만나서도 옷 이야기만 할 뿐 즐거워하지 않던 다현과 다투고 만다. 그렇게 하늬는 쇼핑백을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중에 자신의 등 뒤에 옷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착각이라고 믿었던 일은 자신에게만 보이고 하늬는 무서웠다. 소풍을 간 그날 자신의 뒤에 늘어선 옷들과 낯선 소녀와 염소를 발견하고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놀라는 순간이었지만 참아내고 다현에게 설명을 해주게 된다. 그렇게 즐거울 줄 알았던 소풍은 흘러가버린다.

자신의 뒤에 늘어선 옷들, 그리고 낯선 소녀, 뒤에 줄 서있는 옷들을 먹어대는 염소 한 마리. 하늬는 침착하게 그 사연을 물어보게 되고 낯선 소녀였던 샤히나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혼란스러움과 미안함이 생긴다. 이제 하늬는 자신의 뒤에 줄을 선 옷을 사라지게 하고 사히나가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10만 팔로워를 달성했음에도 기쁘지 않던 하늬, 다현과의 시간이 더 좋았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사히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하늬를 찾아온 초능력은 은총이었을까, 저주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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