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찬 여행기
류어 지음, 김시준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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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짊어진 한 의사의 풍파기

중국, 그 이름만 들어도 과감한 크기를 느낄 수 있는 대형의 국가. 우리는 중국하면 떠오르는 것이 엄청난 중국인들의 인구위력과 황화 강을 기축으로 시대를 거슬러 위대한 문명과 역사를 만든 것.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중국산의 제품들의 독특한 특징들일 것이다. 나도 재작년 중국 북경 배낭여행을 다녀오면서 그들만의 위대한 제국에 놀람을 금치 못하였었다. 이런 거대한 문화제를 소유하고 있다니 가히 놀랄 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화려함과 웅장함 속에서 발견한 것이 있었다. 함께 본 아일랜드 친구도 나와 동일하게 말했었다. 그것은 거대함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섬세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단아함이 부족하다는 점이였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겉으로 들어나는 화려함보다도 훨씬 가치 있고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비단 문화제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바로 역사와 삶에서도 나타날 수도 있다. 바로 이 책 '라오찬 여행기' 속에서 만나는 라오찬이 보고 느낀 세계들이 그런 것들이다.

이 책은 저자 류어가 1903년에 쓴 고대 소설이다. 그는 관료 가문에서 태어나서 사상 체계를 성립하고 여러 시험에도 합격한 수재였다. 그는 다재다능하고 학자로써의 능력이 아주 뛰어났지만 정부의 각 파에 반대를 많이 한 나머지 매국노라는 오명까지 쓰게 된 역사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가 쓴 유일한 소설이다. 이 자전적 소설에서 그는 사회에 대한 정치적인 비판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읽어보게 된다면 가히 묘사력과 말투가 무척 당혹스럽기도 하다.

라오찬이란 의사는 각지를 떠돌면서 병을 치료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다 보니 어디를 가나 인기가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학식을 나누기도 했지만 그는 바람과도 같이 이래저래 떠돌면서 여행을 한다. 그때마다 보게 되는 것은 부정부패를 일삼는 관리들이였다. 겉으로는 청렴한 척을 하지만 백성들을 혹독하게 다루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들의 가식은 애써 태연한 척을 하려 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좋지 못하다. 실제 여기서 전 후반에 등장하는 관리인 위센과 깡삐는 실제 인물로 알려진 사람으로 기독교도를 학살하고 출세욕에 눈이 먼 아주 가혹한 관리였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지 부정부패를 일삼는 관리뿐만이 아닌 것 같다. 그는 유학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는 부분이 나오며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비판하고 있었다. 확실히 시대가 청나라 말기이기 때문에서 인지 어려운 단어들과 난해한 사상들이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구한말 시대와 확실히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와 닿을 수 있었다. 시대가 막을 내리기 전에 얼마나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 휘몰아치는 잔인한 사건의 실상까지 나타날 수 있는 가를 꼬집고 또 꼬집어서 조근 조근 씹어대고 있다. 우라나라의 구한말 시대가 떠올라서 인지 난 마음이 아팠다. 라오찬이란 인물에게도 친근함과 애정이 느껴진다.

역사적 밑바탕을 두고 한 시대를 풍미한 비판적 소설인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맘에 드는 부분이라 함은 인물묘사와 배경 묘사가 무척이나 뛰어나다는 점이다. 현대의 소설들은 이미 갖추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 시대의 소설치고는 섬세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글을 읽으면서 무척 어려운 단어들임에도 그림이 그려질 수 있었다. 처음 접해본 중국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깊이 있게 중국을 이해할 수 있던 좋은 만남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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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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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소리가 아닌 가슴이다.

그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의 마음은 벌써 이미 그녀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이다.....

소리가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 없다. 내가 가진 이 눈과 귀가 이토록 감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를 평생 배제하고 살 순 없다. 나에게 주어진 이 팔과 다리뿐만 아니라 온전한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에 아쉽게도 하나가 비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 어려운 일임에도 작가는 그 사랑을 선택하였다.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악인'이후로 우리에게 주는 선물로 이와 같이 하나 모자란 사랑 '사랑을 말해줘' 을 선택했다.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없는데도, 신기하게 옆자리 여고생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가 조용하면 조용할수록 주위는 시끄럽게 느껴지는 게 당연할 텐데, 그녀와 함께 있을수록 주위의 소리는 사라져갔다. "

다큐멘터리를 만다는 일을 하는 하야카와 슌페이는 어느 날 우연히 공원에서 소리 없는 그녀 교쿄를 만난다. 그녀에게는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느낀 슌페이는 그녀가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장애를 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선택한다. 둘에게서의 대화는 구구절절이 읊을 필요가 없다. 변명도 없고 투정도 없다. 그들에게는 '미안해' ,'그래' , '물론이지' 란 짧은 말을 글로 적어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해서 헤어지는 연인들이 수도 없이 많은 것에 비하면 이 짧은 쪽지 속에서 서로에게 묻어나는 가슴 시린 사랑이 점점 나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사랑에 관한 소설들을 읽게 되면 아픔이라던가 안타까움이 너무 크게 작용을 했었는데 이 소설은 아주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서로에게 전달되는 편지들과 엇갈린 만남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시종일관 차분한 교쿄때문인 듯하다.

어째서 슌페이의 직업은 바비안 대불 폭파 장면 현장 등을 다루는 시끄러운 방송인 이였을까. 그에게 소음에 대한 혼란을 가중 시키고 툭하면 욱하는 악소리를 내는 캐릭터로 만들게 된 것은 의도된 시도였던 것 같다. 상대방과 소통하는 법을 이미 잊어버리고 산 것 같은 슌페이는 교쿄를 통하여 수많은 잡음들이 존재하는 우리의 말 세계들이 필요 이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즉석에서 내뱉기도 하는 경우가 다수 있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나중에 후회로 남는 것에 비하면, 마음에서 우러나온 소리들을 생각으로 여과하고 글로써 담아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전화로도 하고 싶지 않을 때에는 우리는 휴대폰의 문자라는 수단을 동원하여서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

둘의 사랑에서 느낄 수 있겠지만 인간관계에서의 소통은 확실히 어렵다.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문제가 아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느낀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길이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노력한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하는 아쉬움이 절로 나오는 것은, 작가가 의도한 대로 그대로 내게 전해진 듯하다. 천천히 그녀를 통해 변해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작게나마 연민도 느꼈지만 확실히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를 변화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훌륭한 매개체였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하다. 따뜻해서 사랑스럽다.

내가 이 책을 아니, 이 작가를 가장 맘에 들어 하는 것은 책속의 작가의 문체였다. 짧은 대화 글과 그들의 마음을 깔끔하고 조심스럽게 표현 한 것이 유독 눈에 띠었다. 그래서 저자의 유명한 책인 '악인'을 접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당장에서 찾아보고 싶어졌다.

한때는 나도 편지쓰기를 사랑했는데 왜 지금 멈추어 버린 것일까. 집에 있는 수백만 장의 편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어서 느낀 것이지만 흘러간 말들에 비하면 편지에 담긴 곱디고운 문체들이 훨씬 더 오래 남는 사랑의 흔적인가보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거나 문자를 보내고 싶어질 것이다. 메시지는 모든 이들의 선택에 맡긴다. 마음이 전해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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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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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은 곳은 없다 하지만 떠나고 싶은 곳만 남았다

 

   모두들  평범한 일상에 찌들어 사는 것이 싫어 일탈을 꿈꾼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는 여행을 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것이라고 기대를 하게 된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우고 인생 한 언저리를 그렇게 여행으로 가득 메웠으면 한다. 나도 그렇고 내 사람들도 그렇다. 그래서 나도 휴학을 했을때 잔뜩 가방만을 둘러 메고 최초의 해외 여행을 시도 했었다. 장기간 떠나는 여행. 집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지만 내가 번 돈으로 꿈에 그리던 배낭여행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 그것만으로도 난 너무 행복했다. 수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홀로서기를 당당히 해냈다는 자신감에 넘처났고 이젠 어떤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불끈 불끈 솟아났다. 그것이 여행이다. 나에겐 여행이 특별히 무언가를 얻는 것이였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생각 속에서 읽게 된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책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은 얻은것도 잃을 것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삶 그 자체이다. 김영하 작가는 교수에 베스트 셀러 작가에 라디오 방송인까지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였음에도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시칠리아로의 여행을 떠났다. 그가 이루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지 모른다. 너무 피곤한 인생 자체에서 탈피하고자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게 되면 전혀 다른 생각과 이해로 두근 거리는 삶의 심장을 느끼게 된다. 

 

  리피리 마을에서 만난 채소가게 아저씨 이야기라던가, 스쿠터를 타고 올라간 협곡을 지난 절벽의 풍경에서의 감동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저자만의 아름답고 달콤하며 소소한 문체로 맛깔나게 표현되어 있다. 그는 그래도 아내와 함께 한 여행이기에 더욱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혼자만의 여행도 값지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있는 여행은 두배로 값질 수 가 있을 것이다.

작가가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여서 인지, 여행의 흔적 곳곳에서 자신의 오랜 추억과 빼곡히 채운 지식들을 한꺼번에 멋지게 말아서 맛난 음식으로 우리를 대접한다. 호메로스의 흥미로운 이야기나 원형 극장에 대한 그만의 해설들이 바로 그런 것이다.

  

 "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저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P.108-

 

  이탈리아의 섬 시칠리아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체험하면서 그는 한 그릇에 가득 담기에는 너무나 넘칠 것 같은 온갖의 미사여구로 환희에 젖는다. 이곳을 오기 전에 인간이 만든  창조물인 미술이나 책, 음악에 감탄하면서 살았음을 자연에의 오만함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무너진 신전을 바라보았을때  신이란 것이 상상속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과 인간의 건축물은 결국 건축물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느끼고 싶은 삶의 이치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책장을 쉽사리 넘기지 못했다.

 



 

  어쩜 이렇게도 한 문장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게 살아 꿈틀거릴수가 있을까. 작가의 글들은 최상의 날개를 얻은 듯 살아서 우리에게 편지로 전달된다. 속속들이 담겨있는 그림 또한 글과 너무도 최상의 커플을 자랑하며 시칠리아를 한 눈에 보고 있는 듯한 현실감을 준다. 이 책은 책장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떠나고 싶은 날마다 보아도 좋다. 진짜로 떠난다면 무모한 도전이 될 수 도 있겠지만 그가 말했듯이 여행하는 동안은 아무것도 잃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로마와 베네치아가 아닌 이곳 시칠리아를 너무나도 가고싶은 생각이 문득 문득 든다. 그만큼 이 책은 감성적인 요소로 가득 메워져 있어서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는 시칠리아 여행의 끝에서 이런말을 한다. 자신은 다시 이곳을 돌아올 것이라고, 내가 달라진 사람 같다고.. 그가 느낀것은 다름아닌 그냥 사는 것이였다. 그냥 먹고 자고 마시고 웃고 울기도 하는 계획없지만 자연스러운 삶 그 자체... 나도 꿈꾼다. 그런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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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 2 - 중세 시대에서 신세계 탐험까지 생각이 자라는 나무 14
W. 버나드 칼슨 지음, 남경태 외 옮김, 최준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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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쫓아가는 즐겁고 쫀~득한 책의 여행~!





어느 날 엄마가 중학생이 된 남동생이 사회과목을 너무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얼마나 못하길래?!란 생각으로 동생을 데리고 국립 중앙 박물관을 견학을 갔다.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아주 기초적인 한국사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해보았다. 헌데, 웬걸. 동생은 정말로 기초적인 사회 지식이 상당히 부족해 있었다.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교과목보다도 딱딱한 역사책보다도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인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 이었다.




이 말랑하고 쫀득~한 떡과 같은 세계사 시리즈는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인류의 기원에서 고대 제국까지, 그리고 2권은 중세 시대에서 신세계 탐험까지. 3권은 산업 혁명에서 21세기까지이다. 그 중에서 선택한 책은 2권인 문명과 문명이 만나 대지에 빛과 어둠을 만든 시대적 배경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동생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세계사, 한국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에 이 책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정 사이즈보다 다소 큰 사이즈인 것이 정말 알콩 달콩하게도 온갖 즐겁고도 신기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1장인 중세 유럽부터, 이슬람 제국, 후기의 중국 역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태평양 지역의 모습, 마야와 아스텍까지 모두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탁월한 선택의 챕터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로마 대 멸망 후 중세로 넘어오면서 벌어진 세계사는 다소 혼란스러운 발전과 파괴가 공존하는 시기였는데 이 당시의 각 대륙별로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특히나 곳곳에 담겨있는 그림들과 사진, 삽화들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구성 요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확실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꾸며진 책이라서 인지 쉬운 설명과 함께 그림이 아주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에 세계사에 큰 걸음으로 성큼 다가갈 수 있는 유익하고 친절한 책이다. 이런 친구를 만나게 되니 나 역시도 새롭게 공부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외국인임에도 후기 중국 제국 시대, 즉 당나라 멸망 후 5대 10국 시대와 송나라 시대를 설명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한국사, 일본사까지 첨부하여 혹시나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아쉬움을 냉큼 없애주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까지도 독특한 역사로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페르시아인 들과 그들이 창조해낸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도 매우 큰 역할을 한다. 페르시아는 미묘하고 스산한 신비주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슬람 제국 자체가 다소 생소한 측면도 있지만 동서양의 문화가 기묘하게 조합되어서 더욱 더 그런 빛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들이 철저하게 사생활을 보호했던 측면, 시신까지 해부하며 꼼꼼한 관찰을 했던 중세 이슬람의 의학 문화 등 이 책에 만날 수 있는 쌉싸래한 재미 요소이다. 놓쳐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맘에 드는 역사는 마야와 아스텍 문화이다. 어릴 때부터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언젠간 이곳을 꼭 답사하여 영원한 미스터리의 역사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야 말겠다는 꿈까지 키웠기 때문이다. 역시나 가장 화려하고 찬란한 문화 중 하나인 건축 예술이 단연 돋보인다. 독특한 문양의 건물의 입구인 코벨 아치와 같은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알짜배기 역사의 흔적들이다.



이처럼 독자가 이 책과 만나는 것은 몇 세기를 걸쳐 펼쳐진 지구의 수십 바퀴의 삶의 흔적이자 생생한 다큐 드라마인 것 같다. 특별히 어려운 말 풀이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령층을 구분 짓지 않고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상당히 유익하고 맛있는 콩떡과 같은 역사책이다. 제목 하나는 정말 기막히게 지은 듯하다. 동생도 이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무척 흐뭇해진다. 나머지 권도 꼭 선물해주고 싶다. 일단 내가 먼저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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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100배 즐기기 - 2009~2010 최신정보수록 100배 즐기기
기경석.정선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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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배 즐겨라. 일본의 빛나는 별 도쿄!

 

  일본! 일본을 가봤던 기억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이 기분은 짜릿함이다. 첫 일본의 여행은 중학교 때 학교 단체 여행으로 '배'를 타고 후쿠오카 항을 거쳐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우루루 따라다녔던 것이였다. 지금도..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떠오르진 않지만, 도자기 마을도 있었고, 분화구를 보기도 했고, 원자폭탄 전쟁 기념관 같은 곳도 다녀왔었다. 역시 몇백명이나 되는 인원이 배를 타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한 여행은 아쉬움이 극치로 남았었다.

 

  다음 여행은 언제였는가 했더니 그래도 다 컸을 때인 대학교때이다. 그때도 일본이 목적지가 아니었다. 호주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로 스탑 오버를 신청했던 거였다.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 하지만 나에겐 도쿄 변두리 지역인 오야마 역 주변에 사시는 이모가 계셨다. 안그래도 이모가 놀러오라고 몇번이고 부르셨기 때문에 그 기회에 난 이모댁에 머물렀다.

 

  하지만 여행을 워낙 좋아하고, 그때쯤이면 이제 근 3개월간을 풀타임으로 혼자 배낭메고 돌아다닌 터라 몸이 근질 근질 하였다. 일본을 처음 온 것이나 다름 없는데.. 어디 일본풍 냄새가 제대로 나는 곳을 너무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모부와 사촌동생이 하루를 잡아서 나를 일본의 수도인 도쿄로 안내했다. 그때 비로소 내 인생에서의 도쿄와 첫 만남을 가졌다.

 

  도쿄의 첫 이미지는 과연 최고의 수도 답게 화려하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이 곳도 서울 만큼이나 꽤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먼저 사로잡혔다. 도쿄에 대한 사전 지식을 담고 가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아쉬웠지만 다행이 나에겐 물주이자 가이드인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난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따라 다녔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따라다녔던 것이다!! 이번에도..두번째 여행에서도 그런 만남이라니! 만약에 내게 바로 이 책 '도쿄 100배 즐기기'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지나치게 컸다. 바로 그래서 선택했다. 난 백배가 아닌 천배를 더 즐겨야 겠다라고.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이미 다른 나라 여행 때에도 접했던 책이라 망설임없이 바로 선택하였다. 여행 책을 고를때 가장 첫번째로 꼽는 것은 ''추천하는 베스트 여행 코스'' 가 얼마만큼 알차고 완벽하고 보편적으로 짜여져 있느냐이다. 주로 혼자 배낭 여행을 많이 했기 때문에 꼼꼼하게 계획표를 짜야 한다. 그때마다 내게 절대적인 힘을 지켜주는 것은 가이드북이다. 내 유일한 동반자이자 친구이기 때문에 절대 그런 친구를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고르지 않는다.  그래서 더 더욱 그 친구가 추천해주는 코스마저 덜컥 믿고 계획을 짠다.

 

  코스를 짜게 되면 거기에 첨부될 지역별 이동 동선, 이동 시간, 출도착 시간, 볼거리, 먹거리 가격과 역사 등등을 모두 분석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가보았던 곳을 찾아서 열심히 파고 들었다. 보아하니 쇼핑거리 시부야와 최고의 번화가 신주쿠가 눈에 띄었다. 도쿄의 대표적인 에도 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사쿠사도 보였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이기도 하다. 큰 대도시보다는 고풍스럽고 오래된 옛 유적지를 상당히 좋아하는 나의 여행 편력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럴수가.. 놓친 것이 너무나도 많다. 밤의 거리로 유명한 시부야마저도 벌건 대낮에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시기에 갔었고, 신주쿠도 문닫는 곳이 많은 날이였다. 나의 절친 가이드 북 친구가 말해주고 있다. 넌 도쿄를 다녀온 것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외치고 있다. 도쿄를 한눈에 보기 메뉴부터 반드시 거쳐야 하며, 또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해서 곳곳을 꼼꼼히 볼 수 있도록 먼제 제시해주는 것도 두번째로 꼽는 최고의 선택이다. 또 하나는 사실 아무리 완벽한 가이드 북이라고 해도 그 많은 정보와 그많은 글들을 다 읽을 순 없기 때문에 체크 포인트와 중요한 문구, 단어를 집어서 취향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노란색으로 블럭 설정을 해주는 친절함을 배제하지 않았다. 아주 튼실하고 고마운 친구이다.

 

  이제 완벽하게 정리가 되었다. 물가가 올랐으니 환율이 떨어질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어느정도 떨어졌고 모아진 돈이 있다면 컴퓨터를 켜고 엑셀을 열자. 그리고 책에서 일러준 베스트 코스를 설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찾아서 볼 것과 안 볼것, 먹을 것과 살 것들을 줄줄이 적어본다. 완벽한 계획표가 생겼다면, 그대로 비행기 표를 끊어서 그리운 도시 도쿄로 날아간다. 내 절친 가이드 북 '도쿄 100배 즐기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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