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짊어진 한 의사의 풍파기 중국, 그 이름만 들어도 과감한 크기를 느낄 수 있는 대형의 국가. 우리는 중국하면 떠오르는 것이 엄청난 중국인들의 인구위력과 황화 강을 기축으로 시대를 거슬러 위대한 문명과 역사를 만든 것.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중국산의 제품들의 독특한 특징들일 것이다. 나도 재작년 중국 북경 배낭여행을 다녀오면서 그들만의 위대한 제국에 놀람을 금치 못하였었다. 이런 거대한 문화제를 소유하고 있다니 가히 놀랄 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화려함과 웅장함 속에서 발견한 것이 있었다. 함께 본 아일랜드 친구도 나와 동일하게 말했었다. 그것은 거대함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섬세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단아함이 부족하다는 점이였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겉으로 들어나는 화려함보다도 훨씬 가치 있고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비단 문화제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바로 역사와 삶에서도 나타날 수도 있다. 바로 이 책 '라오찬 여행기' 속에서 만나는 라오찬이 보고 느낀 세계들이 그런 것들이다. 이 책은 저자 류어가 1903년에 쓴 고대 소설이다. 그는 관료 가문에서 태어나서 사상 체계를 성립하고 여러 시험에도 합격한 수재였다. 그는 다재다능하고 학자로써의 능력이 아주 뛰어났지만 정부의 각 파에 반대를 많이 한 나머지 매국노라는 오명까지 쓰게 된 역사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가 쓴 유일한 소설이다. 이 자전적 소설에서 그는 사회에 대한 정치적인 비판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읽어보게 된다면 가히 묘사력과 말투가 무척 당혹스럽기도 하다. 라오찬이란 의사는 각지를 떠돌면서 병을 치료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다 보니 어디를 가나 인기가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학식을 나누기도 했지만 그는 바람과도 같이 이래저래 떠돌면서 여행을 한다. 그때마다 보게 되는 것은 부정부패를 일삼는 관리들이였다. 겉으로는 청렴한 척을 하지만 백성들을 혹독하게 다루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들의 가식은 애써 태연한 척을 하려 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좋지 못하다. 실제 여기서 전 후반에 등장하는 관리인 위센과 깡삐는 실제 인물로 알려진 사람으로 기독교도를 학살하고 출세욕에 눈이 먼 아주 가혹한 관리였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지 부정부패를 일삼는 관리뿐만이 아닌 것 같다. 그는 유학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는 부분이 나오며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비판하고 있었다. 확실히 시대가 청나라 말기이기 때문에서 인지 어려운 단어들과 난해한 사상들이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구한말 시대와 확실히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와 닿을 수 있었다. 시대가 막을 내리기 전에 얼마나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 휘몰아치는 잔인한 사건의 실상까지 나타날 수 있는 가를 꼬집고 또 꼬집어서 조근 조근 씹어대고 있다. 우라나라의 구한말 시대가 떠올라서 인지 난 마음이 아팠다. 라오찬이란 인물에게도 친근함과 애정이 느껴진다. 역사적 밑바탕을 두고 한 시대를 풍미한 비판적 소설인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맘에 드는 부분이라 함은 인물묘사와 배경 묘사가 무척이나 뛰어나다는 점이다. 현대의 소설들은 이미 갖추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 시대의 소설치고는 섬세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글을 읽으면서 무척 어려운 단어들임에도 그림이 그려질 수 있었다. 처음 접해본 중국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깊이 있게 중국을 이해할 수 있던 좋은 만남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