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에 달뜨면

보리밭에 달 뜨면
백동호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5월

영화 실미도를 보았을 때가 생각이 난다. 정말 고통스러움 속에서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베어있어서 그런 것일까. 마음이 짠하여서 눈물만 주륵주륵 흘렀다. 그 '실미도'가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것도 백동호 작가님의 놀라운 작품이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보리밭에 달뜨면> 이라는 소설이 그러하다. 이것도 일제 시대에 소록도에서 있었던 가슴 아픈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 충격적인 소록도에서의 일들을 이렇게 소설로 만들 생각을 했던 것일까?

 

확실히 작가님은 잃어버린 우리의 역사들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듯 하다. '실미도'도 그렇고 '소록도'도 그러하다. 기록되어 있지 않은 소록도의 '생체 실험'이라는 거창한 느낌이 그렇다. 아직 가보지 않은 전라도의 '소록도'라는 섬은 아름다운 절경이 예술인 관광지인데 그 곳이 나환자 치료를 위한 국립소록도 병원이 있었다는 것. 아마도 그러한 소재를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공공연한 비밀로 간직하고 있는 소록도의 비밀. 그곳에서 자행된 나환자들의 생체 실험! 책을 읽으면서 그 두려움과 섬찟함은 더 커지게 되었다. 일명 문둥이들은 얼마나 서러운 삶을 살았던 것일까. 그때의 모습은 정말로 어떠했을까. 지금으로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역사가 있다면 왜 우리는 끄집어 낼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안타깝다.

 

처음부터 나환자들의 끔찍한 삶으로 시작하는 소설. 오대산 타잔이라고 불리우는 한상혁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들을 놀리던 아이도 실수로 죽인 적이 있다. 그는 태박산에서 잠시 동안 함께 지냈던 소록도 동료가 비토섬 대학살 사건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당사자이다. 한상혁의 인생은 처참하게 그지 없다. 그는 밖의 세상에게 소록도의 실체를 폭로하기 시작한다. 그곳 소장 수호라는 사람이 얼마나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는 지, 그리고 그 감금실에서 어떠한 생체 실험이 자행되었는지. 읽는 내내 끔찍한 상상을 해야만 해서 읽는 게 쉽지 많은 않았다.

 

마루타라는 것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단지 일본인들이 인정을 하지 않을뿐이다. 하지만 기록에도 쉽게 찾을 수 없고 뭔가 음모론처럼 쉬쉬 거리는 것이 많아 꺼림찍한 구석이 많다. 저자 역시도 그 정보를 찾기 쉽지 않아서 교도소에 관한 책을 꽤 많이 읽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짓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우리 이야기도 이제는 히틀러 나치 정권의 '유대인 학살'처럼 당당하게 밖으로 내밀어야 한다. 그들에게 이런 역사적 사실을 말해주어야 한다. 치욕스럽고 잔인한 역사가 존재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벗어 던지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 이 <보리밭에 달 뜨면>이란 책을 통해서 더 불끈 솟아오르게 되었다.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