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 : 유전과 생명공학 -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쇼, 유전의 비밀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2
이은희 지음 / 살림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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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 비밀을 알콩 달콩하게 밝혀낸다!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 학생들을 대상으로 혈액형 검사를 했었다. 그때 얼핏 기억엔 새끼 손가락을 칼로 쿡 찔러서 혈액형을 확인해주는 것이였다. 분명 나는 o형 이란 혈액형을 확인하고 오래도록 o형으로 떠벌리고 살았었다. 그런데 중학교 때 처음으로 과학에서 멘델의 유전 법칙부터 혈액형 감별법과 유전 형질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AO, BB, AB 등의 혈액형들의 관계와 어떻게 부모님에게서 자식의 혈액형이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던 중,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부모님의 혈액형 사이에선 나는 절대 태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처음엔 부모님이 잘못 알고 계신거라고 여기며 난 절대 주워온 자식이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굳건히 믿으면서 고등학교 때까지 갔다. 고등학교가 되서야 비로서 생물학시간에 혈액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실험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사.. 난 B형이 나와버렸다. 처음엔 손을 번쩍들고선 "선생님 저 혈액형이 잘 못 되었습니다" 라고 했는데  다시 손을 두번 더 찌르고 확인하니 난 부모님의 자식이 확실했다. 과학은 나를 부모님의 낳아준 명백한 자녀로서 인정해준 것이다.

 

  그런 과학은 우리에게 확실한 흔적과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준다. 한가지를 배울 때마다 열개를 더 깨우치게 되는 과학의 분야중에서 유독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생명공학'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책이 바로 <하리하라의 바이오사이언스> 이다. 하리하라라는 이름은 지은이 이은희가 쓰는 필명으로 다양한 매체와 카페에서 칼럼리스트이자 저술가로  활동을 해왔다. 인도의 신화에서 창조의 신 비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가 서로 맞대고 결합한 상태를 의미한다니 보통 진지한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창조와 파괴가 공존한 다는 것, 즉 우리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과 직결되는 신비로운 탐구의 세계와도 일치한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은 첫 장부터 상당히 재미있고 유쾌하다. 다소 어려운 용어인 DNA, RNA, 염색체에 대한 쉬운 풀이부터 그들이 어떤것에 약하며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콩 달콩하게 설명해준다. 학창시절  생물학 시간에 배웠던 재미있는 내용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DNA에 대해 궁금해 하던 부분들을 얼마나 시원하게 긁어주는지 소설보다도 더 빠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나 염색체의 형질이나 특성에 대해  책에서 나온것만 두루 익혀둔다면 상식선에서 앞 선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지식을 흡수할 때의 재미인가보다. 특히나  과학에 관한 잘못된 편견들을 정립시켜주는데 좋다. 제이콥스 증후군라 불리는  XYY가 있는 사람들은 폭력적이라는 것처럼 염색체에 이상이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지면서 무조건 질환이 생겨난다고 믿게 된 현상이 대표적이다. 

 

  책의 진정한 재미는 이뿐만이 아니다. 교과서에 나올 법한 내용들을 줄줄이 소개를 한 뒤에 '쉬어가는 페이지' 에서 '성범죄 수사대' CSI' 와 같은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미국 드라마를 연관된 주제와 엮어서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를 해준다. 나 역시도 미국 드라마를 꽤 많이 본 편이라 그런지 훨씬 더 이해가 많이 된 좋은 기회였다.  CSI 를 볼때마다 저런게 정말 있을까? 저게 사실일까? 라고 의문을 제기 했던 부분을 어찌나 시원하게 긁어줬던지 두고 두고 궁금할때마다 볼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책이다. 

 

 진화하는 유전공학!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먹는 음식부터 숨쉬는 모든 것이 이 생명공학과 직결되기 때문에 알아두어야 할 필수 상식이 아닐까 한다. 정자은행, 조류독감, 포메이토 등은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으니 올바르게 생명공학을 인식하고픈 생각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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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거리의 펜더윅스
진 벗설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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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향한 사랑이 과한  펜더윅스 딸들

 

  나는 딸이다. 그것도 동생들이 딸린 맏딸이다. 언젠가 부터 나에겐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란 기운이 은근히 엄습해 오곤 했다. 그래도 가족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되는 건, 진정으로 삶에 있어서 가족이 가장 값지고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인가 보다. 가끔 동생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동생들이 서운해 하는 그런 언니가 되기도 한다. 또 부모님들도 원하는 길을 가지 않는 탓에 노여워 할 때도 많다. 그래도 이건 사랑인가 보다. 가담거리의 펜더윅스네 가족처럼 변화 무쌍한 날들의 있어도 가족은 사랑으로 묶이는 가장 기본의 행복이지 않을까.

 

  그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 바로 <가담거리의 펜더윅스>이다. 가담거리에 사는 펜더 윅스 집에는 로잘린드. 스카이예. 제인. 베티라는 딸이 자라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가 단란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중 엄마가 베티를 낳고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때부터 아빠와 그 딸들은  엄마가 4년뒤에 읽으라고 전해주었던 편지에 적힌  클레어 고모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부터 그들만의 알콩 달콩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고모의 말대로 아빠에게는 아내가 필요하고 아이들에겐 새 엄마가 필요한 시기여서 '엄마'라는 중대한

임무를 달성할 수 있는 여성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각의 딸들은 개성이 넘쳐나서  온갖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첫딸인 로잘린드가 토미라는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며, 스카이예와 제인의 연극이야기, 막내 베티의 귀여운 행동들이 그런 것이다. 물론 가장 기막힌 건 딸들이 합심을 해서 아빠의 '엄마' 만들기를 방해하려는 것이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눈 앞에  그 딸들이 방안에 모여 속삭이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앞으로 당하게 될 아빠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 딸들이 커가는 과정들은 어떠할까? 아빠에 대한 사랑이 과했던 펜더윅스가의 딸들이 들여주는 이야기는 은근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표지와는 다르게 무척 재치있고 발랄한 이야기들이 많다. 표지를 왜 하필 진주황색 배경의 그림자 형태의 딸들의  미식 축구로 선택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상당히 많이 남는다. 처음 표지를 보고서는 그런 가족들의 따뜻한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상 읽어보니 그 딸들이 낯설지 않았다.  로잘린드처럼 여동생이 있고 빈 엄마의 자리를  맏딸로써 충실히 해내는 모습에서 느꼈던 것 같다. 내겐 아직 기댈 수 있는 엄마가 계시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성장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따스하고 눈부신 일 같아 보였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더욱 쉬웠다. 누구나 접할 수 있고 누구나 읽으면 알콩 달콩한 에피소드들로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느낌 같았다. 호흡이나 문체도 가볍고 쉬워서 부담 없어서 좋다. 

 

  잔잔한 <작은 아씨들>과 같은 느낌이 든다. 다소 흡사한 구조가 있어서 아마 이 책을 접하는 많은 독자들이 그 소설을 떠올릴 것이다.  비록  이 책 <가담거리의 펜더윅스> 는 <작은 아씨들>처럼 눈물이 흐르는 슬픔이나 무한의 감동을 느끼는 책은 아니지만  진한 가족애와  평범한 행복을 알게 해주는 고마운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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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부의 탄생 - 미래 시장의 재편과 권력의 이동
모하메드 엘-에리언 지음, 손민중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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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깨우치고 현 사태를 검토할 수 있는 분석적인 책



엊그제 뉴스에서 드디어 원-달러 환율 1500원선을 넘어버린 현실이 보도되었다. 단 9일 동안 195원이 치솟아버린 한국 경제의 불안은 비단 세계 경제 불황에만 비롯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이번 달 무역 흑자는 25억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 미국의 굵직한 금융 기업들이 제 2 금융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도 한다. 도대체 세계 경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며, 우리나라는 거기에서 어떻게 휘둘리고 있는 것일까? 참담하고 답답할 노릇이다. 슈퍼마켓에 가서 우유 하나 살 때에도 손을 벌벌 떨어야만 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연봉 삭감과 정리 해고들로 몸서리를 치고 있다. 부실기업들은 빚더미에 눌려 흔들거리며 대기업들마저도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황.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인식해야 하고 어떤 대처를 해야 만하는 것일까?






<새로운 부의 탄생>은 핌코라는 세계적인 자산 운용 회사 부회장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이 현재 세계 금융 위기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해시키고자 지은 책이다. 분석가들이나 경제 전문가들에게 사태 파악을 위한 명확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해석 가능한 분석틀을 제공해 줌으로써 현재의 위험을 최소화 시키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온 책인 것이다. 나라를 막론하고 미국발 금융 위기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되었지만 사실상 이 이상 현상은 비단 한 시장이나 국가 또는 동일한 시장 주체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동시 다발적'인 경제 위기 현상은 우리가 실감하고 몸소 체험하고 있는 '체험 삶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런 경제적 이상 현상을 파헤치고자 한다. 국제수지가 어떻게 불균형이 되었으며, 중국, 한국, 홍콩, 인도 등의 개발도상국이 경제적 어려움을 탈피하고 신흥 경제 대국으로의 위상을 높이게 되면서 선진국과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바뀌게 되었는지를 말해준다. 생각지도 못했던 시각이다. 현재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수출입에 의존하는 국가 운영을 하기 때문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현재 직면한 금융 위기는 분석조차도 상당히 까다로운 기이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자율 평가 이론이나 시장 변동 지수 등으로도 해석 할 수 없는 혼란. 그것을 대처하기 위한 자세를 다음 장에서 소개를 해준다.





꾸준히 경제 위기 조짐이 붉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를 하고 있었던 많은 경제 전문가들. 결국엔 이렇게 불안정한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이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지금의 사태를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즉 돌고 도는 악순환을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깊숙이 뿌리 박혀있는 구조적인 사고를 어느 정도는 벗어나야지 현재의 위험을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생각은 저자의 말이 이백 번 동의한다. 그래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그 힘든 변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불일치와 투자자를 위한 실천 계획까지 명시해주고 있다. 의도적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유익하고 설득력 있는 책임이 틀림없다.





사실 이 책은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이미 경제적 지식을 갖춘 사람이 읽으면 더욱 이롭지만 전문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나도 책을 읽는 내내 전문 용어들의 난립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고 머리를 심각하게 써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는 매우 유익하고 활용도가 높은 지식들이 내포되어 있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새로이 공부하는 경험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 시점을 이해할 수 있고 파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물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올바르게 시대를 통찰력 있게 바라보도록 도움을 주어서 든든한 힘이 된다. 허나 역시 나는 경제적 지식이 상당히 부족하구나 하는 것을 확실히 체험한 순간이었다.





경제는 어렵다. 하지만 경제는 그냥 우리가 돈을 쓰고 물건을 사는 행위에 지나지 않음을 꼭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더 친숙하고 더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부의 탄생>으로 나 역시도 다시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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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타라
조정은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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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모두 소설 같은 삶이다.

 

  오늘 아침도 나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책을 한권 들고 최근에 구입한 번쩍거리는 가방을 들고 출근을 했다. 지하철 속에 갖혀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답답함을 참을 길이 없었다. 매일을 살아가면서 조금씩 내 마음이 갉아 없어지는 것만 같다. 누군가가 날 그렇게 몰았던 건 아닐까하는 호소 아닌 호소도 해보고 싶다. 그것을 타라. 누군가가 나에게 속삭인다. 인생이 그렇게 미친듯이 휘몰아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위 언저리에 몽롱하게 피어오른 이슬이라도 타보아라. 그럼 어느새인가 나는 이미 목적지에 닿아 있다. 가슴에 한줄기 빛이라도 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 소설 <그것을 타라>은 그런 느낌이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설같은 수필. 성년의 세계에서 유년의 세계로 거슬러 오르며 타고 드는 인생의 빛과 그림자들을 다루는 저자가 주인공인 소설인 것이다. 표현하는 것과 느끼는 것이 글로 옮기면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남편이 부도를 맞이하고 청소부로 인생을 살아왔던것. 허름해보이는  어떤 노인이 자신에게 순수한 결정체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를 열심히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일들.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제들 간의 조약돌같은 추억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시임과 동시에 아름다운 저자만의 표현인 것이다.

 

  그리웠다. 이런 표현들이 마치 내 마음을 하나씩 다 알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수필은 이런 맛으로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바람에 너풀거리면서 쏟아붙는 눈꽃송이들을 보면서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저자만의 아름다운 표현이다. 누구를 만났고 그와 무슨 사연이 있었는 지는 그저 인생이 돌아가는 마차의 뒷 바퀴만큼의 의미밖에는 안될 지도 모른다. 허나 작가는 그것을 자신의 수필로 담아내었다.

 

" 그것을 타라. 세상의 모든 빛깔과 소리와 움직임이 하나로 봉인된 그것을 타라. 성난 파도가 뱉어내는 한 방울의 포말을 타듯이, 지축을 흔들며 용트림하는 폭포의 물줄기로부터 튀어 오르는 작은 물방울 하나를 잡아타듯이 그것을 타라..타라..타라."

-p.49

 

 그렇게 만남은 부둥켜 부딪혔다가도 뿔뿔히 눈물로 흩어져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우연히 오래전 가던 길을 걸어가다 보면, 거기서 함께 했던 친구, 애인들을 생각하고 그들과 했던 말들을 떠올리는 것처럼 곱게 추억으로 밖에 만날 수 없지 않은가. 그것들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황홀하고 섬세한 표현력으로 덤덤하게 말해준다. 마치 눈에서 그 그림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과 같은 빼어난 묘사력이 확실히 놀랍기도 하다. 이런 책은 언제나 환영한다. 청소할 때 만났던 몸이 비틀린 인동씨, 다이아몬드의 노사장님, 달마 그림의 스님, 아버지의 미수꾸리.. 이들 모두 찾아보면 바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많이 닮아 있는데  제대로 주위를 기울이지 않았었나보다. 어쩐지 뒤를 돌아보게 되버린다.  

 

  저자가 말하는 무(無)의 상황. 허상일 것만 같고 과거가 되어버린 실체와 경험들.. 그 속에서 작은 풀잎이 되어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쓸쓸하지만 현실이 그런것 같다. 나도 그렇게 욕심을 부리면서 살고 싶지 않으면서도 끝내 아주 높은 나무를 처다만 보다가 이렇게 저렇게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이름 없는 풀잎이 되어보라고 말해주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참 따스하고 고마운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애써 머리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 소설같은 수필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매력적이여서  이 책을 선택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그것이 내가 말하는 이 책의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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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남자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2
스와 데쓰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들녘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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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안드로메다적 본능

 

   상 하던 데로 영어 학원에 다녀왔다. 벌써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것이 몇 년 째인가. 문득 자신이 왜 이렇게 하나의 언어에 매달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험을 위한 언어. 그것이 나의 영어였다. 강박관념에 시달릴 것만 같았다. 헌데 최근에 들은 강의에서 조금 충격적인 언어의 세계를 접하고야 말았다. 그것은 영어를 인생의 희로애락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어는 단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쓰고 있는 말과 소리일 뿐이였는데, 우리는 문장을 읽으면서 문장 구조를 해석하고 어려운 단어를 찾으려고만 했지 그 속에서 불어나오는 '화남, 슬픔, 감동적임' 이란 인간 본연의 감정을 느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옳은 말이였다. 그게 올바른 표현인가라는 것보다 인간의 내적 감정이 녹아든 삶의 도구일 뿐이였다.

 

  그런 와중에 이 책 <안드로메다 남자>를 접했다. 사실 처음 읽으면서도 도대체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끝끝내 감출 수 가 없었다. 첫 시작부터 저자는 저자가 이 책을 쓰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부터가 당혹스럽기만 했다. 게다가 숙부와  돌아가신 숙모의 일기까지도 들추어 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화 시키는 내용으로 이 소설이 풀린다. 소설속의 소설인지, 저자의 에세이인지 혼란의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데. 더 엉뚱한 말들이 궁금증을 심히 자극한다.

 

 "퐁파, 체리파하, 호에먀우, 타퐁튜 "

 

   말더듬이였던 숙부에게서 생겨난 이 비논리적이고 이해 불능인 '소리'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면서 소설은 거듭나게 된다. 아내를 잃고 난 후도 그렇지만 언어 장애라는 것을 갖고 난 후의 삶은 결코 쉽게 사회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책에서는 짧은 표현, 어려운 표현으로 시종일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하지만 사실 이야기는 하나인 셈이다. 언어라는 것은 결코 인간을 가두워 둘 수 밖에 없는 인위적인 매체인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물론 숙부가 자신의 아내 때문에 충격을 받고 자취를 감춘 것도 있겠지만, 남아있는 일기에서 느껴지는 사상은 그 차원을 넘어선 언어 차별에 대한  다다이즘적 작위에 가깝다.  영어가 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냉혹한 규칙에 가두워져 사용된 것처럼 그가 표현한 저런 소리들은 숙부가 말하는 <안드로메다> 즉 '뒤집히고 삐뚤어지고 꼬인' 세계에서 말하는 언어일 것이다. '안드로메다'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기묘한 신비감은 바로 그런것이  아니였는가 한다.

 

   읽는 내내 독자들에게 혼란의 여지를 주는 단어들과 문체들이 유독 눈에 띄는 소설이다. 정말 쉽지 않은 소설. 무척이나 얇고 가벼워서 쉽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칠 위험이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성이 있는 듯하다. 여러번 찾아서 보게 되고 몇번 이고 읽으면 새롭게 와닿을 수 있는 소설. 그런 강인한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표지 그림은 정말 가관이기 하지만 저자인 스와 데쓰시가 이 소설로 다양한 상을 수상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묘한 언어의 이중성같은 것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진 소설. 그만큼 특이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일단 한 번 펼쳐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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