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담거리의 펜더윅스
진 벗설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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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향한 사랑이 과한  펜더윅스 딸들

 

  나는 딸이다. 그것도 동생들이 딸린 맏딸이다. 언젠가 부터 나에겐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란 기운이 은근히 엄습해 오곤 했다. 그래도 가족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되는 건, 진정으로 삶에 있어서 가족이 가장 값지고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인가 보다. 가끔 동생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동생들이 서운해 하는 그런 언니가 되기도 한다. 또 부모님들도 원하는 길을 가지 않는 탓에 노여워 할 때도 많다. 그래도 이건 사랑인가 보다. 가담거리의 펜더윅스네 가족처럼 변화 무쌍한 날들의 있어도 가족은 사랑으로 묶이는 가장 기본의 행복이지 않을까.

 

  그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 바로 <가담거리의 펜더윅스>이다. 가담거리에 사는 펜더 윅스 집에는 로잘린드. 스카이예. 제인. 베티라는 딸이 자라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가 단란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중 엄마가 베티를 낳고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때부터 아빠와 그 딸들은  엄마가 4년뒤에 읽으라고 전해주었던 편지에 적힌  클레어 고모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부터 그들만의 알콩 달콩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고모의 말대로 아빠에게는 아내가 필요하고 아이들에겐 새 엄마가 필요한 시기여서 '엄마'라는 중대한

임무를 달성할 수 있는 여성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각의 딸들은 개성이 넘쳐나서  온갖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첫딸인 로잘린드가 토미라는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며, 스카이예와 제인의 연극이야기, 막내 베티의 귀여운 행동들이 그런 것이다. 물론 가장 기막힌 건 딸들이 합심을 해서 아빠의 '엄마' 만들기를 방해하려는 것이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눈 앞에  그 딸들이 방안에 모여 속삭이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앞으로 당하게 될 아빠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 딸들이 커가는 과정들은 어떠할까? 아빠에 대한 사랑이 과했던 펜더윅스가의 딸들이 들여주는 이야기는 은근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표지와는 다르게 무척 재치있고 발랄한 이야기들이 많다. 표지를 왜 하필 진주황색 배경의 그림자 형태의 딸들의  미식 축구로 선택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상당히 많이 남는다. 처음 표지를 보고서는 그런 가족들의 따뜻한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상 읽어보니 그 딸들이 낯설지 않았다.  로잘린드처럼 여동생이 있고 빈 엄마의 자리를  맏딸로써 충실히 해내는 모습에서 느꼈던 것 같다. 내겐 아직 기댈 수 있는 엄마가 계시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성장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따스하고 눈부신 일 같아 보였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더욱 쉬웠다. 누구나 접할 수 있고 누구나 읽으면 알콩 달콩한 에피소드들로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느낌 같았다. 호흡이나 문체도 가볍고 쉬워서 부담 없어서 좋다. 

 

  잔잔한 <작은 아씨들>과 같은 느낌이 든다. 다소 흡사한 구조가 있어서 아마 이 책을 접하는 많은 독자들이 그 소설을 떠올릴 것이다.  비록  이 책 <가담거리의 펜더윅스> 는 <작은 아씨들>처럼 눈물이 흐르는 슬픔이나 무한의 감동을 느끼는 책은 아니지만  진한 가족애와  평범한 행복을 알게 해주는 고마운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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