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 남자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2
스와 데쓰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들녘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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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안드로메다적 본능

 

   상 하던 데로 영어 학원에 다녀왔다. 벌써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것이 몇 년 째인가. 문득 자신이 왜 이렇게 하나의 언어에 매달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험을 위한 언어. 그것이 나의 영어였다. 강박관념에 시달릴 것만 같았다. 헌데 최근에 들은 강의에서 조금 충격적인 언어의 세계를 접하고야 말았다. 그것은 영어를 인생의 희로애락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어는 단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쓰고 있는 말과 소리일 뿐이였는데, 우리는 문장을 읽으면서 문장 구조를 해석하고 어려운 단어를 찾으려고만 했지 그 속에서 불어나오는 '화남, 슬픔, 감동적임' 이란 인간 본연의 감정을 느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옳은 말이였다. 그게 올바른 표현인가라는 것보다 인간의 내적 감정이 녹아든 삶의 도구일 뿐이였다.

 

  그런 와중에 이 책 <안드로메다 남자>를 접했다. 사실 처음 읽으면서도 도대체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끝끝내 감출 수 가 없었다. 첫 시작부터 저자는 저자가 이 책을 쓰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부터가 당혹스럽기만 했다. 게다가 숙부와  돌아가신 숙모의 일기까지도 들추어 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화 시키는 내용으로 이 소설이 풀린다. 소설속의 소설인지, 저자의 에세이인지 혼란의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데. 더 엉뚱한 말들이 궁금증을 심히 자극한다.

 

 "퐁파, 체리파하, 호에먀우, 타퐁튜 "

 

   말더듬이였던 숙부에게서 생겨난 이 비논리적이고 이해 불능인 '소리'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면서 소설은 거듭나게 된다. 아내를 잃고 난 후도 그렇지만 언어 장애라는 것을 갖고 난 후의 삶은 결코 쉽게 사회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책에서는 짧은 표현, 어려운 표현으로 시종일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하지만 사실 이야기는 하나인 셈이다. 언어라는 것은 결코 인간을 가두워 둘 수 밖에 없는 인위적인 매체인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물론 숙부가 자신의 아내 때문에 충격을 받고 자취를 감춘 것도 있겠지만, 남아있는 일기에서 느껴지는 사상은 그 차원을 넘어선 언어 차별에 대한  다다이즘적 작위에 가깝다.  영어가 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냉혹한 규칙에 가두워져 사용된 것처럼 그가 표현한 저런 소리들은 숙부가 말하는 <안드로메다> 즉 '뒤집히고 삐뚤어지고 꼬인' 세계에서 말하는 언어일 것이다. '안드로메다'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기묘한 신비감은 바로 그런것이  아니였는가 한다.

 

   읽는 내내 독자들에게 혼란의 여지를 주는 단어들과 문체들이 유독 눈에 띄는 소설이다. 정말 쉽지 않은 소설. 무척이나 얇고 가벼워서 쉽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칠 위험이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성이 있는 듯하다. 여러번 찾아서 보게 되고 몇번 이고 읽으면 새롭게 와닿을 수 있는 소설. 그런 강인한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표지 그림은 정말 가관이기 하지만 저자인 스와 데쓰시가 이 소설로 다양한 상을 수상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묘한 언어의 이중성같은 것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진 소설. 그만큼 특이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일단 한 번 펼쳐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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