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해적들의 상상력이 돈을 만든다 - 재미와 장난으로 시장을 혁신한 사람들
매트 메이슨 지음, 최지아 옮김 / 살림Biz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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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재미와 상상으로 대박난 해적들 이야기

 

가끔 보면 주변에 특이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몸에 걸친 모든 색이 파란색으로 치장한 사람도 있고, 만화에나 있을 법한 애니메이션 복장으로 걸어 다니는 가하면, 남들과 다른 취미나 행동을 하고자 분주하기도 하다. 그들은 우리 세계에서는 일명 ‘또라이’, ‘정신 이상자’  , ‘사이코’ 라는 타이틀로 제 3세계로 분류된다. 그러면서 우린 획일화 되는 우리 사회를 자랑하며 함께 어울리는 사회, 모두가 평등 없이 멋진 사회를 지향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몹쓸 틀을 지정하면서 그 속에 끼워 맞추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얼마전 읽은 폴 존슨의 <창조자들>에서 나오는 위대한 예술가들도 그 시대에서는 ‘이단아’와 같았다. 하지만 결국엔 시대의 예술을 창조하여 지금까지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을 이 책을 바로 읽게 되었다. <디지털 해적들의 상상력이 돈을 만든다>는 그런 사회에서는 몹쓸 사람으로 치부된 한 무리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책을 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것이다. 왜 해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디지털세계에서의 해적이란 과연 어떤 존재를 말하는 것일까? 해적에 관한 정의는 책의 앞에서 간략하게 설명한다. 길모퉁이에서 불법 DVD를 판매하는 것과 같은 지적 재산권을 침탈한 행위를 한 자들을 일컫고 있었다. 절대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법으로 처벌당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히 놀랍게도, 저자는 바로 이 ‘디지털 해적’ 행위의 결과물들이 대부분 더 나은 방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름 이들의 사업 확장으로 수많은 세계인들이 빠르게 정보들을 파악하고 흡수하고 전파해서 디지털 미디어 세계는 넓어진 것이라 한다. 이것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저자는 시대가 거부하는 파격적 변신으로 새시대를 열고, 경제적 부를 가져오게 되었던 1850년대 펑크 트렌드와 그래피티 아티스트, 히피족 등에 대한 설명도 핵심 있고 논리적이게 설명한다. 아무래도 이런 과감성을 통해서 디지털 시대의 DIY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았나 한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제껏 알고 있었던 디지털에 대한 사고를 과감하게 깬 글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특히나 컴퓨터 프로그램 소스에 대해 철저히 비밀리에 쓰였던 것에 비하면, ‘오픈 소스 문화’는 상당히 놀라웠다. 오픈 소스 문화가 3D 프린팅의 잠재력과 결부되면 어떤 조직이나 아이디어도 살아 있는 유기체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생각! 오직 이 책만이 할 수 있는 파격이지 않을까 한다.

 

정말 디지털 해적들의 행동들은 점차 강력해지고 있다. 오래전에 음원에 대한 지적 재산권 때문에 ‘소리바다’가 강력 조치되고, 각종 사이트에서 음악과 동영상에 대한 저작권이 강화되고 있는 요즘, 이 책은 디지털화 시대에 우리가 무조건 막고 차단하는 것만이 전부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차를 하도록 도와준다. 그들과 협력을 하여 경제적 부 측면으로 돌려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분명 오픈으로 통해서 분명 엄청난 창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작년에 유행한 ‘빠삐놈’ (빠삐코 노래와 영화 놈놈놈 노래를 결합한 음악)을 실례로 생각해볼 수 있듯이 말이다. 더욱 더 커지고 있는 디지털 세계, 이 책으로 사고의 전환을 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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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자들 - 셰익스피어에서 월트 디즈니까지, 위대한 예술가 17인의 창조 전략
폴 존슨 지음, 이창신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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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창조자들, 그들의 삶이 곧 창조다.

 

 

시기적으로 볼 때, 지금이 예술적 취향을 가장 활발하게 펼칠 수 있는 때이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표현의 매개체가 존재하며, 웬만한 예술 행위에 대해서 예술적 잣대로 평가하는  구속이 이전 시대만큼 과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랜 고전으로 세기를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은 예술 작품들을 만든 예술가들에게 환호와 극찬을 보낸다. 늘 우린 오래된 것을 찬양하고 지금은 따라갈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느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지금의 창조된 예술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창조와 변형을 거듭하면서 발전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 그것을 도와주는 책이 이 <창조자들>이다.

 

저자인 폴 존슨은 영국의 유명한 고문이자 역사가이다. 그의 책을 처음 접하지만 역사, 인문, 종교, 예술 분야를 넘나들면서 엄청난 학술저서를 펴낸 바가 있다. 그래서 그의 책이라 함에 더 솔깃하여 읽게 되었다. 496쪽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양장본 안에서 만날 수 있다는 위대한 창조자 17인이 궁금해졌다. 예술과 창조는 나의 전 생애에 걸쳐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사실, 읽기 전에는 그들의 창조적 노하우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서부터 디즈니까지 내용을 훑다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창조적 행위를 펼쳐냈던 예술가들의 시대적 흔적이나 그들의 작품 소개 등에 중점 되었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사람은 내가 알고 있던 셰익스피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언어의 마술사로써 그가 쓴 언어는 사전을 능가했다는 것이나 최근에 자주 접했던 ‘햄릿’에 관한 책에서 보았던 햄릿에 대한 분석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실망감으로 가득 채우기엔 너무나도 아깝다. 다소 상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상식을 꼭꼭 가득 채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읽기였다. 독특한 부분은 영국의 유명한 화가인 윌리엄 터너와 그와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일본의 풍경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를 비교하거나, 20세기의 예술사의 가장 위대한 혁명이었던 파블로 피카소와 월트 디즈니를 비교한 부분이다. 이런 책 읽기는 인물사전으로 읽던 지루함을 금세 씻어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저자는 이들 모두가 다 창조적인 인물임을 항상 강조하면서 그들의 인생사를 설명한다.

 

역시 나의 짧은 이해선에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술술 읽진 못하고 중요한 부분은 필기를 해가면서 읽기를 반복했다. 특별히 책에 소개된 예술가들이 창조자로써의 모습을 발휘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특별히 적어 두었다. 예를 들면 건축가 퓨진이 결코 우유부단하지 않고, 결단력 있게 일을 시작했으며 사업가다운 기질을 발휘했다는 것과 건축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제 손으로 전부 밑바닥부터 배웠다는 것이다.

 

책일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창조적 전략은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창조적 행동을 하게 되! 라는 엉터리 철학을 논할 필요가 없다. 이 책에 나온 17인 모두가 어릴 때부터의 자신의 삶 그 자체 속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그대로를 예술로 표현했을 뿐이다. 결국, 우리 삶 자체, 우리 주변 자체에 귀를 기울이고 인정해준다면, 그것이 곧 예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창조자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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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다섯시의 외계인 Nobless Club 10
김이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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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외계에서 온 신선한 재미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이 사실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마치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와 같은 걸 생각해 보기도 했다. 상상은 맛있고 재미있으니까. 그런 즐거움은 상상만으로도 값지기 때문이다. 외계인을 만난다는 것과 사물들에게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상상은 이미 오랜 책과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기본 룰이었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이다. 

  

빚더미의 우울한 대학생, 임성우. 그는 카드 빚 독촉에 휴학을 하고 일자리를 찾는다. 우연히 발견한 카페 구인광고. 그러나 이상하다. 마음이 착하고 무술이 가능하며 일대 지리에 밝은 사람이지만 절대 UFO를 믿지 않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물불가릴 처지가 못 되는 그는 그 가게에서 일하기로 한다. 하지만 상당히 이상하다. FBI 라고 자칭하는 주인, 핸드백 가게라고 열심히 외쳐다는 4차원 주인의 여동생 사모님, 그리고 사물을 말하게 하는 능력의 버려진 의자, 그리고 영화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외계인 전용관. 뭔가 성우에게 범상치 않는 일들이 벌어진다. 오후 다섯 시만 되면 눈을 번쩍 뜨고 놀아달라고 떼쓰는 너무나 잘생긴 외계인 전용관과 성우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선으로 그린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의 흐름이다.

 

 

이건 뭐. 말을 할 필요도 없이 엉뚱하다. 저자는 다소 생소한 작가인 김이환님이지만,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생각했을까 하는 귀여움마저 생겼다. 사실 전체적인 스토리의 연관성은 다소 떨어진다. 외계인 전용관은 열일곱 개의 이상한 선물들을 몽땅 잃고 자신의 별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외계인이 우리 인간의 모습으로 원래부터 살았다는 것도, 외계인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것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스토리적인 매력보다도 내용 흐름의 엉뚱함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재기 발랄하고 엉뚱한 외계인에 관한이야기는 역시 ‘가족’과 맞물려서 아픔을 함께 풀어간다는 것을 포함한다. 그래서 낯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열일곱개의 신비한 물건들을 찾아다는 것 자체가 재미를 더한다. 스노 글로브, 의자, 거울, 자전거, 컵, 펜, 우산, 물통 등 신기한 물건들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과 동시에 외계인과 성우를 연결지어준 우정의 매개체와도 같다. 하나하나를 찾아갈 때마다 둘의 사이는 더욱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새로운 우리나라의 소설계에서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다. 이런 시도가 자주 있을수록 우리도 ‘해리포터’시리즈와 같은 대박 소설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최근에 읽었던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도 그런 희망을 발견했었다. 이 책도 그런 상상력과 판타지가 섞여 있지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마치 내 주변에 진짜 있을 것 같은 이야기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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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성공 바이블 3 - 평범한 대학생의 취업 완전 정복기
정병옥 지음 / 더블루오션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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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자, 세상은 우리의 것이다!

  

정확히 3년 전 일이 떠오른다. 대학교 4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취업'을 그리 대단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 나는 삶을 즐기는 것에 치중한 탓에, 풍물패 동아리 공연 연습에 열심히 이었고, 선후배들, 동기들과 왁자지껄하게 노는데 여념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학업에 뒤처지거나 그러진 않았다. 나름 학교 근로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장학금도 받았었다. 하루하루 만족하면서 산다고 생각한 덕분에 미래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취업을 위한 취업다운 준비를 제때 하지 못하여, 토익 점수화도 부랴부랴 하고 자기소개서도 준비 없이 쓰게 되었다.

  

이런 불성실한 자세로 취업에 임하다 보니, 뒤따라오는 것은 패배의 연타였다. 그것도 서류 전형에서 줄줄이 탈락을 한 것이다. 회사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정보 없이 무작정 써내려간 자기소개서가 좋아 보일리 없었다. 게다가 직무에 대한 이해와 판단도 적었던 것이다. 그런 취업은 잘 될리 만무하다. 그래서 그때를 떠올리면서 이 책 <취업 성공 바이블 3>을 읽었다. 

 

'3'이라는 숫자는 3번째 권이라는 것이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과정을 '좌충 우돌 취업 준비기','여유로운 취업 실전기','백전백승 취업 필살기' 이렇게 3부부분으로 나누어서 정리했다는 의미이다. 1,2에는 저자가 취업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그리고 3에서는 그 경험담을 통해서 얻은 상식과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다. 읽다보면 저자의 자신감이 너무 대단하여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지은이 정병옥은 GS건설 주택자금팀에 입사하여 근무중이라고 한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대단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다양한 대기업에 취업이 되어 '골라'갔다 한다. 정말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불경기엔 더더욱이다. 아마도, 지금의 직업은 다소 평범하지만 대기업 취업 싹쓸이 경험을 책으로 내고 싶었던 것 같다. 현재의 취업 대란시대와 딱 맞물린 물 만난 물고기와 같은 책이랄까.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 책에는 삼성상사, LG 전자, CJ 식품영업, LG 패션, LG CNS 컨설팅, 금호 아시아나, SK 건설, 국민 은행 등 듣기만 해도 눈이 번쩍 떠지는 우리나라 인류 기업들에 지원한 자기소개서와 면접들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은 대표적인 취업 성공의 족보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흘러 다니는 취업 성공 자기 소개서와 큰 차이점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쉽게 구하기도 힘들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에 비하면, 책값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여기에 소개되어 있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방식을 낱낱이 파헤치다보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야지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지 그 길이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현재, 나도 나름의 막바지 취업에 성공하여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취업은 언제나 생각하듯 어려움의 연속이다. 현재 수많은 청년층이 미취업자로 아까운 혈기를 묻어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튼튼한 사회와 경제가 만들어져서, 능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을 모두가 사 들고 똑같이 책처럼 쓴다면, 아마도 더 경쟁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참고자료로만 사용되면 꽤 괜찮을 듯 싶다. 백수가 사라지는 그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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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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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친구가 어제 그랬다. 난 이제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그 친구는 1년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 때문에 아직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너를 사랑해줄 남자가 나타날 꺼야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고통의 흔적과 사랑했던 순간이 교차하는 마음은 그녀만이 알 뿐이다. 하지만 친구가 그 추억에 감사하는 것은 있다. 그와 함께 한 짧은 1년 동안 정말 불같은 사랑이었다는 것. 닿기만 해도 타버릴 것 같은 사랑, 아름다운 언덕의 사랑.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와 같은 기분이었으리라.

 

최근에 출간된 ‘똑똑한 여자는 사랑에 목숨 걸지 않는다’라는 책으로 익숙한 ‘이시다 이라’라는 저자가 둘만의 불꽃같은 사랑을 펼쳐내었다. 표지에서 다가오는 한 여자의 가냘픈 모습이 먼저 눈에 띈다. 그녀는 누구일까? 그녀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 책은 메이지 대학에서의 타이치와 미오카의 이야기이다. 친구의 남자와 잠자리를 서슴없이 할 정도로 자유분방함이 도를 넘어선 미오카와 책읽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남자 타이치가13개월을 폭풍처럼, 바람처럼, 불처럼 사랑하게 된다. 미오카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녀가 생명이 타올랐던 존재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는, 너는’ 이란 말투로 독자들을 그들만의 세계로 안내한다.

 

“마오키는 알까? 내 가슴이 너의 무덤이라는 걸. 이 심장이 뛰는 한. 너는 내 가슴에 잠들어도 좋아.”

 

대학시절, 친구들과 그룹을 형성해서 어울리다보면 이런 만남은 흔한 일이다. 타이치도 5명의 친구들과 파티를 열기도 하고, 선물을 주고받기도 하는 등 누구나 떠올리면 한번쯤은 있을 법한 일들 속에서 사랑을 찾는다. 처음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자 마리와 특별한 인연을 시도를 해봤지만, 그에겐 오직 처음부터 강렬했던 그녀, 미오카만에 그의 사랑 전부였었나 보다.

 

말하는 화자, 즉 타이치가 표현하는 여왕과 공주, 얼음공주 등의 표현들은 마리나 미오카를 상상하는데 있어서 ‘꽃보다 여자일꺼야‘ 라는 느낌을 주게 만든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미오카의 쓸쓸함에 나도 쓸쓸해졌다. 둘은 정말 천생 연분이었던 것일까. 빗속에서 마구 달리던 둘의 모습은 아득히도 먼 가슴 언저리 끝으로 다가왔다. 사랑이야기는 이래서 오래 남는다.

 

“너와 함께 보낸 13개월 동안 네 생의 스피드가 떨어진 적은 없었다. 고마워. 미오카, 네가 생명의 불을 태우며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언제나 지금을 살라는 것. 그것뿐이었다.”
- p.156

 

이런 소재들은 사실, 흔한 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쓰이는 뻔한 소재. 하지만 어째서 끝장으로 내딛을수록 타이치같은 사람이 그리운 걸까. 사랑이 신선하거나 특별할 수는 없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뜨거운 마음을 나누는 것일 뿐. 같은 이야기라도 감동과 여운이 살아 움직인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있는 것 같다. 내게 이 소설은 그렇다. 오랜만에 읽은 연애 소설이어서 인지 그리움과 황홀함이 나를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후회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랑도 이와 같지 않을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부끄러움과 자존심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말아버린다는 건 견딜 수 없다. 정말로 13개월의 미오카처럼 그대로 붉게 물든 채로 사라질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오늘이 정말 당신의 마지막이라면,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해보고 싶은가요?’ 란 깊은 물음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소설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격렬한 사랑에 대한 자극을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이렇게 사랑하고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고 질투 아닌 질투도 해보았다. 문득, 사랑이 그리워지거나, 내 따뜻한 심장이 멈춘 듯 한 느낌이 들 때에는 이 책을 펼 쳐봐도 좋으리라. 아름다운 5월의 어느 날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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