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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다섯시의 외계인 ㅣ Nobless Club 10
김이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열일곱의 외계에서 온 신선한 재미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이 사실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마치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와 같은 걸 생각해 보기도 했다. 상상은 맛있고 재미있으니까. 그런 즐거움은 상상만으로도 값지기 때문이다. 외계인을 만난다는 것과 사물들에게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상상은 이미 오랜 책과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기본 룰이었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이다.
빚더미의 우울한 대학생, 임성우. 그는 카드 빚 독촉에 휴학을 하고 일자리를 찾는다. 우연히 발견한 카페 구인광고. 그러나 이상하다. 마음이 착하고 무술이 가능하며 일대 지리에 밝은 사람이지만 절대 UFO를 믿지 않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물불가릴 처지가 못 되는 그는 그 가게에서 일하기로 한다. 하지만 상당히 이상하다. FBI 라고 자칭하는 주인, 핸드백 가게라고 열심히 외쳐다는 4차원 주인의 여동생 사모님, 그리고 사물을 말하게 하는 능력의 버려진 의자, 그리고 영화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외계인 전용관. 뭔가 성우에게 범상치 않는 일들이 벌어진다. 오후 다섯 시만 되면 눈을 번쩍 뜨고 놀아달라고 떼쓰는 너무나 잘생긴 외계인 전용관과 성우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선으로 그린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의 흐름이다.
이건 뭐. 말을 할 필요도 없이 엉뚱하다. 저자는 다소 생소한 작가인 김이환님이지만,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생각했을까 하는 귀여움마저 생겼다. 사실 전체적인 스토리의 연관성은 다소 떨어진다. 외계인 전용관은 열일곱 개의 이상한 선물들을 몽땅 잃고 자신의 별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외계인이 우리 인간의 모습으로 원래부터 살았다는 것도, 외계인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것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스토리적인 매력보다도 내용 흐름의 엉뚱함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재기 발랄하고 엉뚱한 외계인에 관한이야기는 역시 ‘가족’과 맞물려서 아픔을 함께 풀어간다는 것을 포함한다. 그래서 낯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열일곱개의 신비한 물건들을 찾아다는 것 자체가 재미를 더한다. 스노 글로브, 의자, 거울, 자전거, 컵, 펜, 우산, 물통 등 신기한 물건들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과 동시에 외계인과 성우를 연결지어준 우정의 매개체와도 같다. 하나하나를 찾아갈 때마다 둘의 사이는 더욱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새로운 우리나라의 소설계에서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다. 이런 시도가 자주 있을수록 우리도 ‘해리포터’시리즈와 같은 대박 소설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최근에 읽었던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도 그런 희망을 발견했었다. 이 책도 그런 상상력과 판타지가 섞여 있지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마치 내 주변에 진짜 있을 것 같은 이야기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