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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친구가 어제 그랬다. 난 이제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그 친구는 1년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 때문에 아직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너를 사랑해줄 남자가 나타날 꺼야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고통의 흔적과 사랑했던 순간이 교차하는 마음은 그녀만이 알 뿐이다. 하지만 친구가 그 추억에 감사하는 것은 있다. 그와 함께 한 짧은 1년 동안 정말 불같은 사랑이었다는 것. 닿기만 해도 타버릴 것 같은 사랑, 아름다운 언덕의 사랑.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와 같은 기분이었으리라.
최근에 출간된 ‘똑똑한 여자는 사랑에 목숨 걸지 않는다’라는 책으로 익숙한 ‘이시다 이라’라는 저자가 둘만의 불꽃같은 사랑을 펼쳐내었다. 표지에서 다가오는 한 여자의 가냘픈 모습이 먼저 눈에 띈다. 그녀는 누구일까? 그녀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 책은 메이지 대학에서의 타이치와 미오카의 이야기이다. 친구의 남자와 잠자리를 서슴없이 할 정도로 자유분방함이 도를 넘어선 미오카와 책읽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남자 타이치가13개월을 폭풍처럼, 바람처럼, 불처럼 사랑하게 된다. 미오카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녀가 생명이 타올랐던 존재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는, 너는’ 이란 말투로 독자들을 그들만의 세계로 안내한다.
“마오키는 알까? 내 가슴이 너의 무덤이라는 걸. 이 심장이 뛰는 한. 너는 내 가슴에 잠들어도 좋아.”
대학시절, 친구들과 그룹을 형성해서 어울리다보면 이런 만남은 흔한 일이다. 타이치도 5명의 친구들과 파티를 열기도 하고, 선물을 주고받기도 하는 등 누구나 떠올리면 한번쯤은 있을 법한 일들 속에서 사랑을 찾는다. 처음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자 마리와 특별한 인연을 시도를 해봤지만, 그에겐 오직 처음부터 강렬했던 그녀, 미오카만에 그의 사랑 전부였었나 보다.
말하는 화자, 즉 타이치가 표현하는 여왕과 공주, 얼음공주 등의 표현들은 마리나 미오카를 상상하는데 있어서 ‘꽃보다 여자일꺼야‘ 라는 느낌을 주게 만든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미오카의 쓸쓸함에 나도 쓸쓸해졌다. 둘은 정말 천생 연분이었던 것일까. 빗속에서 마구 달리던 둘의 모습은 아득히도 먼 가슴 언저리 끝으로 다가왔다. 사랑이야기는 이래서 오래 남는다.
“너와 함께 보낸 13개월 동안 네 생의 스피드가 떨어진 적은 없었다. 고마워. 미오카, 네가 생명의 불을 태우며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언제나 지금을 살라는 것. 그것뿐이었다.”
- p.156
이런 소재들은 사실, 흔한 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쓰이는 뻔한 소재. 하지만 어째서 끝장으로 내딛을수록 타이치같은 사람이 그리운 걸까. 사랑이 신선하거나 특별할 수는 없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뜨거운 마음을 나누는 것일 뿐. 같은 이야기라도 감동과 여운이 살아 움직인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있는 것 같다. 내게 이 소설은 그렇다. 오랜만에 읽은 연애 소설이어서 인지 그리움과 황홀함이 나를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후회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랑도 이와 같지 않을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부끄러움과 자존심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말아버린다는 건 견딜 수 없다. 정말로 13개월의 미오카처럼 그대로 붉게 물든 채로 사라질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오늘이 정말 당신의 마지막이라면,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해보고 싶은가요?’ 란 깊은 물음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소설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격렬한 사랑에 대한 자극을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이렇게 사랑하고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고 질투 아닌 질투도 해보았다. 문득, 사랑이 그리워지거나, 내 따뜻한 심장이 멈춘 듯 한 느낌이 들 때에는 이 책을 펼 쳐봐도 좋으리라. 아름다운 5월의 어느 날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