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전 세계 22개국 출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아마존 선정 '2014년 올해의 책 1위'라는 홍보문구에 눈이 끌린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냥, 참 오랫만에 소설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이 푸르른
가을이지 않은가?
저자의 첫번째 장편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 책.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다른 피부색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의 내밀한 상황을 통해 저자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저자 스스로가 동양계인탓에
이야기 곳곳에 숨어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묘사는
아무래도 더 공감이 갔던 것 같다.
400페이지가 넘은 이 책의 첫 문장은
'리디아가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라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어느날 밤 집을 나간 큰 딸이 집앞 호수에서 숨진 채 발견 된다.
충격에 빠진 엄마,아빠는 당연히 어떤 미치광이에 의한 타살로 생각하고
수사를 의뢰하지만 긴 시간동안 진행된 수사이후
경찰에서는 자살로 결론을 내리고 만다.
딸의 죽음 못지않게 죽음의 이유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부모들을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부부의 갈등, 아이들과의 서먹함은 극에 달한다.
외도라는 도피처를 선택하는 남자와
죽은 딸의 방을 벗어나지 못하며 우울증과 싸우는 여자.
대학에 합격을 해서 이제 집을 떠나야 하지만
흔쾌히 떠나지 못하는 오빠.
어렴풋하게 언니의 자살이유를 느끼고 있는 여동생.
남겨진 가족들은 살아있었어도 절대 이야기 해주지 않았을
리디아(죽은 큰 딸)의 독백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모이게 되고,
그들은 서로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상처를 주고 받았던 과거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섣부르게 추론하지 않는다.
그 대신 현재를 인정하고,
그 자리에 있는 상대를 받아들이게 된다.
가족이기에 지레짐작으로 예상했던 것들이
대부분 틀렸음을 인지한 그들은 이제 서로의 생각을
너무 쉽게 추론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관찰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선택한다.
지금까지의 실수가 결국 부끄러움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여지껏 유지해 온 어색함이 더 이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새로 만나는 이들 앞에서 '여동생이 두 명 있었지만,
한 명은 죽었다...'는 말을 솔직하게 말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나이가 들어가고,
누군가는 어른이 되고, 누군가는 노인이 될 것이다.
변치않는 것은 가족이라는 관계이지만,
모든 것을 다 설명해야 하는 관계는 아닐 것이다.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개인과
서로 얽혀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역할.
그 끝에 부디 '행복'이라는 의자가 놓이길 희망해 본다.
초강력긍정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