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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공 - 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배일동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5월
평점 :
참 독특한 책을 만났다.
판소리라는 잘 알지 못하던 분야에 관한 책.
이론서가 아닌 그 분야에서 일갈을 이뤄가는 분의 책이다.
스물여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소리 세계에 입문하였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이제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소리꾼이 된 배일동 선생님이
본인의 삶에 대해 남긴 글이다.
세계인들과 콜라보 공연을 하다보니,
영어로 번역된 판소리 관련 책들이 너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갖게 된 저술.
휴대폰에 글을 남기게 되면서 가능하겠구나는 스스로의 판단이 들고,
짧은 기간 집중하여 노력한 끝에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독공'이란 소리꾼이 선생으로부터 배운 소리를 더욱 정밀하고 자세하게 닦고,
스스로의 소리를 찾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혼자 공부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저자 스스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으며,
이때 얻은 지혜들이 적지않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9 Part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지만
단락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에
선호에 따라 먼저 읽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제1부. 스스로 음을 찾다 - 독공
자신을 벼랑 끝에 세우고 노력한 그 때의 선택을 돌아보고 있다.
수련 끝에 목이 트이고,
물과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제2부. 판소리의 빼어남을 논하다 - 백미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는 것이 완성이라고 볼 수 있을것이다.
감정을 드러내되, 지나치지 않는 것.
문학과 음악의 절묘한 만남을 이야기 한다.
제3부. 재주를 가졌으되 오만하지 말라 - 재덕겸비
재주보다 더 정요한 것이 정성스러운 공부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하는
판소리 특유의 정신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제4부. 귀명창이 좋은 소리꾼을 낳는다 - 담수지교
널리 보고 익혜 예술을 깨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면 결국 예술을 기술이 아닌 것이다.
이심전심으로 동병상련을 느껴주는,
총명한 관객이 결국 소리꾼의 기운을 생동하게 한다.
제5부. 스승과 제자가 한마음으로 배우다 - 사제동행
예술에 입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승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스승을 떠나 자기 길을 가야 할 것이며,
경쟁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향기를 만나야 한다.
사제간의 관계에 대해 저자의 가치관이 오롯 담겼다.
제6부. 고수가 먼저이고 소리는 나중이다 - 일고수 이명창
소리판은 결국 고수에게 달렸다는 이야기를 소리꾼이 한다는 것.
이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하며,
서로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임이 틀림없다.
제7부. 전통의 법제 속에서 새로운 보옥을 캐다 - 법고창신
예술은 전통과 창작의 대립 속에서 성숙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어설픈 세계화보다는 국각의 품격을 먼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전통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제8부. 곤궁함을 스승으로 삼아 예술을 완성하다 - 공궁이통
궁해야 성음이 애틋하다는 말은
많은 예술인들이 공감하는 내용일 듯 싶다.
빛나되 요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도 마음에 많이 와닿는다.
제9부. 마침내 소리꾼의 최고 경지에 오르다 - 득음
득음은 득도요, 해탈이요, 정각의 경지이다.
쉼 없이 정진해서 큰 뜻을 이뤄가는
예술가의 삶과 인생정신을 느끼게 된다.
예술분야에서 일하는 청춘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옛말에 곧은 나무가 먼저 도끼에 찍히고,
물맛 좋은 우물이 먼저 마른다는 말이다.
재능 있는 자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으로 진력이 나서
그 예술이 일찍 지게 된다는 뜻이다.
나무가 잘나고 곧아서 쓰임이 좋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물맛 좋은 우물은 사람의 손때를 많이 타서 금세 흙탕물이 되고 또 일찍 마른다.
따라서 귀중한 보옥일수록 깊이 간직하여 진정한 쓰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크게 쓰이고 널리 이롭다.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