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섬 나의 삶 - 서울 여자의 제주 착륙기
조남희 지음 / 오마이북 / 201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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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10여년 사이에 나도 제주도 여행을 대여섯번 다녀온 것 같습니다.

다녀올때마다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이,

그냥 모든 것을 정리하고 화악~ 제주도에 이민가서 살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주변이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의외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책은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참으로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서울 여자가 제주에 정착해 가는 과정을 그리 동화스럽지 않게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 건너가서 셰어하우스 '오월이네 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모습도,

글쓰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도,

다시 취직하여 일하면서 살아가는 모습도,

섬주민들과 친해지고,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작위적이지 않고 참으로 현실적이면서 애잔하면서.. 한편 아름답습니다.

워낙 글을 쓰는 분이시다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쫄깃쫄깃하고,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늦은 오후에 손에 든 책은 깊어가는 밤을 함께 하였으며

다음날 오전에는 마지막 장을 아쉽게 덮어야만 했습니다.

글읽기의 재미를 오랫만에 느끼게 해 준 책.

크게 4 Part로 이뤄져 있긴 하지만, 어찌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글은 이어지고, 저자의 감정은 흐르고 있습니다.

1. 그 오름의 바람을 찾아

30대의 나에게 미안하긴 싫었다는 저자의 말에

나의 30대를 회상해 보게 됩니다.

결혼하여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대한민국 가장의 한 사람으로 보낸 나의 30대가

저자가 고민하고, 선택하고, 훌쩍 떠난 제주의 삶과 오버랩되면서

한편으로 많이 많이 부러워졌습니다.

외로울때는 한라산 야간등반을 한다는,

결국 자유를 선택해서 왔지만 조용한 제주 시골에서 외로운 밤을 맞을 때도 있다는 고백도

부럽고 부러웠습니다. 왜냐면 저자의 선택에 의해 흘러가는 풍광들이기에...

2. 너른 들판의 낮은 돌담처럼

에피소드들과 시냇물이 돌을 타고 넘으며 졸졸 거리듯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좋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옆집 할머니의 아들 소개, 무명천에 얽힌 이야기,

잠수 타고 싶을 때 떠나야 하는 섬방문,

아름다운 곳에 널려 있는 슬픔 등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제주 생활을 빛나게 합니다.

3. 제주의 푸른 밤, 그 별 아래

여러가지 이야기 중 개인적으로 고사리에 취하다에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아.. 지금이 4월인데.. 제주도에 고사리 따러 가야하나?

고사리 앞치마 두르고, 고사리 며칠 따고 돌아오면 힐링이 되려나?

여러가지 상상들이 재미있게 버무러져서, 그 밤에 제주도에 건너가는 꿈을 꾸었지요.

셰어하우스 '오월이네 집'은 전략적이고, 계획적인 모습보다는

꾸미지 않고 흘러가는 사건의 흐름을 따라 기술되고 있어서

차라리 자연스러워 보이고, 인간미 넘쳐 보였습니다.

4. 푸른 섬 길 위에 삶은 이어지고

이 정도 글을 따라오다보니 저자의 성격이 드러났습니다.

자유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서울 여자의 모습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제주 것 다 되었다는 주변의 칭찬아닌 칭찬에 좋아하면서도,

여전히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삶에는 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는 슬픔을 느끼고...

텔레비전에 인터뷰로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의도와 다르게 편집되어 버린 다큐 내용에 화가 났다는 사실.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조밀 조밀 글로 써내려간 제주 삶이.. 매번 다른 모습으로 해변가에 밀려드는 파도와 같네요.

저자는 에필로그 제목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인생의 결론을 묻지 마세요.

결국 진행형인 그녀의 제주 생활을 우리(독자)는 지켜보고 응원할 것입니다.

왜냐면 그녀의 삶이기에... 전형적이라고 부르는 넓은 길이 아닌, 좁지만 그녀 스스로가 선택한

푸르디 푸른 섬에서의 삶이기에...

제주의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초강력긍정주의자

모두들 저마다 인생 산수를 하며 살 것이다.

나는 제주에서의 좋은 환경과 마음의 여유를 더하기 위해

도시에서의 안정된 직장과 수입, 편리한 생활을 뺐다.

물론 어느 것이 덧셈이고 어느 것이 뺄셈이 되는지는 지극히 개인의 선택이다.

그렇다 보니 제주에 살러 오겠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특별히 들려줄 것이 뭐가 있겠다.

각자 자기 인생의 산수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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