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배우는 살아있는 삶의 지혜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이 책은 스스로를 평지형 인간이라 부르는 '김별아'작가가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을 오르내리며 쓴 글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이야기 해버리기엔 무리가 있지만,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 느낌은

'아, 이런 내용을 가지고도 글을 쓸 수 있구나. 기획적인 글쓰기네.

쉽게 글을 썼겠네. 목적을 갖고 쓴 글이구나...' 등등의 생각으로

약간 폄하하는 느낌이 내 자신에게 있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어가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그녀의 필력이었다.

소설가로서의 탄탄한 입지가 이야기 해 주듯이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무척 방대한 사례와 이야기, 참가자들의 심리묘사를 담고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독자가 함께 산행하는 느낌이 들도록

매 산행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다.

특히나 자연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질투마저 느껴졌다.

'이야~ 산이 참 아름답다' 정도의 감탄에 그치는 범인들이 보기에

저자는 너무했다.

나무 한가지에서 두서너가지 감정을 걷어 올리는 것은 예사이었고,

갈라진 길을 앞에두고 인생을 이야기 했으며

야간산행 머리 위를 뒤 따르던 달과 별을 통해 독자의 힐링을 돕고 있었다.

부럽고 부러웠다.

부모님께 거저 물려받은 재능이 아니라,

숱한 시간 책상머리에 앉아 읽고 또 읽으며, 적고 또 적으며

손가락 사이 굳은 살처럼 머리에 새겨진 글솜씨겠지만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었다.

또한 독자로서 특별한 느낌을 받은 것은 매 장마다 함께 등장하는 글이었다.

대부분 아름다운 시 한편을 더불어 선물해 주고 있다.

그 시를 통해, 금번 산행을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가 맛갈스럽다.

기존에 알고 있지 않던 시들이 대부분이어서

읽는 내내 에세이와 시를 넘나드는 컨버전스를 경험하였다.

저자는 아들과 함께 몇 안되는 개근완주자가 되었다.

아들과 함께 산행을 완주한 성공경험은 분명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으리라.

저자에게도, 아들에게도.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초강력긍정주의자.

"한 번만, 한 번만 더!"

더는 못할 듯한 한계에서 젖 먹던 힘까지 자아내어 역기를 들어 올리고 몸을 일으킨다.

그것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롭게 얻어진 힘이다.

마지막 숙낭에 힘들다며 포기하고 나가떨어져서는

결코 알 수 없고 끝끝내 닿을 수 없는 신비다.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