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 차별과 편견을 허무는 평등한 언어 사용 설명서
오승현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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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에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제 글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하고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글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고 믿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면,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쓰러져야 했던 나무들에게
적어도 몹쓸 짓은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저자의 믿음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책을 내내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으며
저자의 마음과 동일한 맘을 품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언어에 대한, 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도 쾌활하게 유쾌한 말이 아니라
비정상적이라고 매도되던 부분에 대한,
어둡고 약하고 숨기고 싶어하던 사회의 여러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21가지 분야에 대하여 저자는 말하고 있다.
책제목처럼 말이 세상을 아프게 하는 부분에 대해,
그 삐뚤어진 시각과 그 시각으로 인해 내뱉어지는 언어에 대해...
1장. 약자의 그늘에서 이야기되어지는 내용은
'장애우'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함정에 대해 이야기 해주며,
성폭력, 동성애, 국가주의 등을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나도 모르게 사용하던 용어인 '장애우'라는 말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2장. 여성의 그늘에서는 삐뚤어진 남성중심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말들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으며,
언어의 은밀한 차별, 신체로 윤리를 판단하는 세태,
성별에 대한 오해, 순결 의식들을 다루고 있다.
3장. 가정의 그늘에서는
결혼의 억압과 정상 가족이라는 위태한 이데올로기를 다루고 있다.
사랑의 매, 임신, 가정 폭력 등 다루기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4장. 사회의 그늘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어두운 현실, 껄끄러운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호칭에 숨어 있는 처세술과 집단주의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 물들어 있는 언어의 왜곡을 깨닫게 해 주었다.
특히나 우리 사회에서 상대방을 향해 부르는 호칭 자체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에 대한 사례는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해 주었다.
가벼운 읽을거리,
재미를 추구하는 베스트셀러와는 한 걸음 거리를 둔 책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들에게,
특히 프레임을 고민하는 지성인들에게 유익한 책이 될 것 같다.
불편하지만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말의 진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초강력긍정주의자


사실 호칭으로 부르는 직업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교수,판사,감독,피디,변호사,국회의원 등 몇 개에 불과하죠.
그들은 교수님,판사님,감독님,피디님,변호사님,의원님으로 나긋하게 불립니다.
나머지의 거의 모든 직업들은 그 뒤에 '-님'을 붙여 부르면 어색하고 곤궁해집니다.
경비님,농부님,청소부님,우체부님은 부르는 이에게는 낯설고 불리는 이에게는 멋쩍습니다.
가엾게도 그들을 부르는 호칭은 하나입니다.
바로 아저씨 또는 아줌마죠.
신분으로서의 호칭은 끈덕집니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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