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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터였을까?
돌이켜보면 항상 밖에서 뛰어놀던 내가
책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은 아마 중학교 무렵
앞집 친구의 형이 읽던 "T자형 십자가의 비밀"이라는 추리소설을
만나게 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그 이후로 시작되어 한동안 매일 밤을 세워가면서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후로 추리소설은
내 손에서 멀어져갔고, 마지막으로 추리소설을 읽은 것이
아마도 족히 20년은 되었을 것이다.
대학시절에도 추리소설은 거의 읽어본 기억이 없기에...
그러다 만난 이 책.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돋보이는 추리소설이라는 평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극찬을 받은 책이기에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바로 660페이지를 넘는 분량이었다.
소설읽기를 즐기는 나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참 두꺼운 분량이었다.
하지만 차츰 읽어가면서, 중간을 넘어서면서 가속도가 붙으니
체감하기에는 400여페이지 정도 되는 장편을 읽은 느낌이다.
그다음으로 다가온 것이 바로 많은 등장인물과 그들과의 관계설정이다.
추리소설의 핵심이 바로 인물묘사, 사건의 정황묘사.
각 인문간의 관계설정과 사건전개이지만
오랜만에 접하는 이런 거미줄 얼개 속에서 한동안 헷갈려서
전페이지를 다시금 뒤져보는 초보적인 자신을 발견하였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책읽기를 마친 이후 뒤편에 첨부되어 있는 참고.인용 문헌(p.646)을 보고서야
아.. 저자의 지식은 땀과 노력에 근거하고 있구나.. 라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미국의 장례문화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책 속에서 제공하고 있다.
역사적인 부분, 직업적인 부분을 아우르며 특히나 다양한 용어에 있어서는
독자를 위해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엠부밍을 비롯하여 한국의 장례문화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 많기에
저자의 친절한 코멘트가 책을 읽어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도 일품이었다.
물론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서양의 철학적 흐름에 근거하여,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풀어내고 있다.
또한 맨마지막 비밀 열쇠를 풀어내면서 저자가 성경 속에서
죽음과 연계하여 풀어내는 부분은 여느 신학자 못지 않게 진지하였던 것 같다.
책을 읽어 나가면 읽어나갈 수록 답답해지는 상황.
그냥 막연하게 살아있는 자와 죽은자가 등장하는 이분법적 구조가 아닌
시체가 살아나는 한가지 상황을 더 만들어 내서
산자와 죽은자, 그리고 살아있는 시체.
이렇게 세 종류의 등장인물들이 얽혀 사건을 만들어내고
결국 주인공(살이있는 시체)이 이 사건의 전말을 풀어내게 된다.
오랜만에 읽은 추리소설.
재미있었다.
추운날 밤새워가면서 책읽는 재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우리도 다들 마찬가지일세.
삶과 죽음은 표리일체(表裏一體).
삶을 생각하는 일은 죽음을 생각하는 일,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삶을 생각하는 일.
우리도 다들 살아 있는 시체라네.
되살아난 시체들은 중세의 트란지 입상처럼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게야.
삶과 현세에 아무리 집착한들 언젠가는 이렇게
티끌이 되고 만다고 말일세.
이게 바로 20세기 '메멘토 모리'가 아니겠나.
우리 모두 집행유예 중인 시체에 지나지 않는다네.
p.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