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만나기 전에 나는 '김점선'이라는 예술가를 알지 못했다.

미술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아니 이미 구축하고 있는

그림쟁이 김점선.

하지만 아쉽게도 그와 함께 이 책에 등장한 이들중에는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이들(박완서 선생님, 이해인 수녀님, 앙드레 김 선생님 등등)이 있었지만

주인공인 그녀는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럼 어떠랴~

이제 그녀를 알게 되었고, 아마도 죽을때까지 잊지 않을 듯 싶은데 말이다.

 

이 책은 그녀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결코 예뻐보이려고, 존경을 염두하려고도,

무언가 이룬 것을 드러내려고 몸부림치지도 않는다.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분명 치부처럼 여겨질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 앞에 널부러져 제공되고 있다.

널부러져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은

독자의 편의를 위해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있다든가,

주제별로 묶여 있다든가 하지 않고

여러 형태로 자유롭게 흩어져 제공됨을 지칭하는 나만의 이야기가 되겠다.

 

400여페이지 가까이 달하는 이 책은

'... 이제 이 책은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다'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가슴이 쎄에~한 건 왜일까?

암이라고 불리우는 친구와 싸우면서도

우울하고 슬프기보다는 당당하고 엉뚱하게 외치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쟁쟁하다.

 

아직 양성평등리나느 단어가 낯설었을 시기에

여자로서 갖는 한계에 매이지 않고,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포스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갔던 여인.

웃으면서 들려주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읽는 순간 웃음 나오면서도

그 독특함에, 그 엉뚱함에 역시 예술인이라는 감탄이 나오고 만다.

첫만남이 있던 그 날 저녁 함께 자고, 결혼하여 평생을 함께 한 신랑과의

드라마틱한 사연은 도리어 예사롭게 보여졌던 에피소드가 바로

하객석에 앉아 아들 결혼식을 보았다는 사연인 것 같다.

이외에도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웃음 터지는 사건들이

어쩜 이리도 포장되지 않고 까발려져 있을까 싶다. ^^

 

살면서 나쁜 사람을 실제 만나기 어렵기때문에

문학을 통해 나쁜 사람과 사귀어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

문화고시를 만들어서 이 나라의 문화부흥을 이끌어야한다는 이야기는

꽤나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을 듯 싶다.

김점선 선생님의 건강과

남은 평생도 그림 속에서 유영하시다

남편이 있는 그 곳으로 돌아가시길 기도해본다.

 

 

'생각하지 마라! 오로지 그리기만 하라!'

이것이 젊은 날의 김점선이 미래의 김점선에게 내린 지령이다.

아무 짓도 안 하고 그림만 그려라!

절대로 인생의 의미나 철학적인 질문을 다시는 나 자신에게 하지 않는다.

누가 그런 말을 해도 들은 체도 안 한다.

자연사할 때까지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ㅇ니생이다.

이미 나이 서른에 이르기 전에 이렇게 자신에게 정언명령을 내렸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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