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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전집 -시
천상병 지음 / 평민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봄이 성큼 오나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닥친 꽃샘추위가 우리네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하루다.
참으로 오랜만에 시집을, 아니 시인의 모든 시와 관련된 글들을 담고 있는
전집을 손에 들게 되었다.
따스한 커피와 조용한 음악 더불어 꽤나 오랜 시간 책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돌아왔다.
우리에게는 인생살이를 소풍에 비유하며, 결국 하늘로 돌아가는 삶의 속성을 노래한
《귀천(歸天)》으로 알려진 시인.
하지만 이 책에는 연도별로 저자의 많은 시작들이 한꺼번에 실려 있어
정말 다양한 시들과 시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그리는 순수인... 서문에서 천승세님은 이른 시인을 가리켜
'평화만 쪼으다 날아가 버린 파랑새'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열면 저자와 아내 목순옥 여사의 흑백/칼라사진들이 실려있다.
무언가, 이 느낌은? 살짝 뭉클해지는 힘이 있는 흑백 사진들의 마술이
정작 시를 만나기도 전부터 생겨난다.
1949년부터 1971년까지의 시를 천상병 시인의 1기라고 분류하여 시들을 모아 두었다.
여기에 70년 6월 '창작과 비평'에 발표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귀천'이라는 시가 실려 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시임을 다시금 절감한다.
마지막 연을 읽노라면 시인의 마음과 정서가 오롯하게 내게도 전해오는 느낌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이후로 저자의 시는 4부에 걸쳐 나뉘어져 있다.
곳곳에 숨겨진 보석같은 시들.
하지만 여느 시인의 시집에서 발견하는 화려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시인의 쪼잔한 삶과 일상, 그리고 소시민의 행복만이 곳곳에 손때처럼 묻어날 뿐이다.
나는 아주 가난해도
그래도 행복(幸福)합니다.
아내가 돈을 버니까!
늙은이 오십세 살이니
부지런한 게 실어지고
그저 드러누워서
KBS 제 1FM방송의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오. 그래서 행복.
텔레비전의 희극을 보면
되려 화가 나니
무슨 지랄병이오?
세상은 그저
웃음이래야 하는데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 어기겠어요?
행복은 충족입니다.
나 이상의 충족이 있을까요?
- < 나는 행복합니다 > 전문
저자의 이야기는 거짓이 없다.
삶의 소소함이 꼬깃꼬깃 접힌 지폐처럼 호주머니마다에서 나온다.
그걸 잘 펴서, 우리 가슴에 너는 일은 스스로가 해야하지 않을까?
너무나도 가슴아프고, 답답한 일들이 가득한 요즈음에
이런 책 한권 손에 들고 며칠을 뭉게보는 것도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