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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정끝별 해설, 권신아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참으로 오랜만에 詩集을 손에 들었다.
애송시 100편.
현역 시인 100명에게 가자 10편씩의 추천을 의뢰하고
이를 취합하여 낸 시집이 바로 이 책이다.
김소월에서 기형도까지 한국 현대시의 복판을 가로지르는
100편의 주옥같은 詩들이 즐거운 해설 곁들여 실려 있다.
너무나도 익숙한 시에서 부터
처음 접하는 시까지,
익숙한 운율과 입에 차악 달라붙는 시부터
까츨까츨한 느낌 물씬 풍기는 시까지
뒤엉켜 내게 다가서는 이 책은 여느 시집과는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다라이만 했디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닝구 앞이
묏등만 했지
묏등만 했지
... (후략) '
표지 삽화 그림과 똑같은 그림 더불어 실린
김사인님의 '봅바다'는 특유의 익살에 웃음이 절로 나는 시였다.
환갑을 지난 아들이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문인수 시인의 '쉬'를 읽는 동안
왜 시골에 계신 칠순아버지가 그리 생각나던지...
여전히 좋은,
여전히 내 마음에 쏙 드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의 마지막 구절은
저절로 소리내 읽게 만들었다.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 '
너무나 노랫말로 익숙한 김지하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도
읽는 순간 시대의 한복판에 덩그라니 내동뎅이쳐진
젊은이의 절망과 시대아픔이 전해져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 진다.
이 책은
삐딱한 시선으로 보자면
기존 시를 재편집해서,
많은 시인들에게 좋아하는 시 물어 물어
뽑아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참 좋다.
왜냐면 한동안 멀어졌었던 詩와의 재회가 좋다.
조지훈 시인의 '낙화'는 이렇게 열리고 있다.
'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후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