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먼 곳을 두고 온 뒤 아픈 꽃마다 너였다 문학들 시선 62
이승범 지음 / 문학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 그리 뜨거웠냐는듯,

밤 열어둔 창틈새로 바람이 가을 가을합니다.

하늘의 푸르름이 더 높고, 깊게 번지는 계절

시집 한 권 손에 들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백악문학상을 수상했던 시인은

숱한 감정을 한 발 떨어져 관조하듯

한 땀 한 땀 글로 노래하고 있네요.

인생에 희노애락이 있듯이,

이 시집안에는 참 다양한 관점과 감정이 뒤엉켜 있습니다.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에서는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기성세대의 아픔을,

'치매'에서는

아버지를 향한 먹먹한 마음을,

'아들'에서는

어머니 닮고자 애쓰는 한 소년의 눈짓을,

'지상에서 가장 이쁜 별 희서에게'에서는

손녀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능소화, 사랑초, 목련꽃, 찔레꽃, 수국, 감꽃.

내가 좋아하는 많은 꽃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신발장, 호두나무, 풍로, 그믐달,돌 등

평상시에 우리 곁에서 익숙했던 사물들을

다른 시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익숙함에서 낯선 그 무엇으로 안내하는 싯구들.

시집을 읽는 타이밍때문이었을까?

시 2편에서 한참을 서성거리게 되었다.

올 가을이 가기 전에

인생을 돌아보고픈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초강력긍정주의자

........................................................................

"한가위"

- 이승범

지난 장에 조기도 몇 마리 사 놨고

주먹만 한 사과 댓 개도 사 놨다.

걱정 말고

바쁘면 안 와도 괜찮다.

조기도 사과도 사 두지 않은

먼 고향집 들어서자

어머니는

신발도 신지 않고

대문 밖까지 뛰어나왔습니다.

........................................................................

"구월"

- 이승범

꽃에게도 말 걸지 못했다

가는 여름에게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흘러가는 눈물 앞에서도 서 있지 못했다

가을이 일어나는 바람 앞에서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리고

느리게

침묵으로 떠나가는 그대에게

사랑해

라고 말하지 못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제대로 살지 못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