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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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이 참 좋다.

어렵게 쓰고, 있어보이려고 쓰고,

타인 시선을 의식해서 써내려가는 글이 아니라

소소한 삶의 경험을 자신의 시각에서 적어내려가며

그 안에 단단함과 바삭함을 담아내는 글.

오랫만에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에세이를 만난 것 같다.

글 읽는 재미가 솔솔한 책이다.

"인생은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삶처럼 단조롭고 지루하지만

그 은유를 이해하기에 견딜 수 있다.

이 견디는 힘 중에 읽기와 쓰기가 있다.

읽으면서 만난 훌륭한 문장,

쓰면서 깨닫게 되는 삶의 비밀로

나는 단단해지고 깊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서문에 담아놓은 글처럼

이미 읽고 쓰는 경험을 통해 저자는

본인이 원하는 삶을 하루하루 살아내며 단단해져 가고 있다.

크게 4 Part로 구성된 이 책은

사실 어느 쪽을 열어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대부분 경험과 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과 생각.

오래 지난 경험은 추억일테고,

최근에 경험한 이야기들은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1장. 운다고 사랑이

이 글을 쓰면서 흐르는 눈물때문에

자꾸 안경을 벗게 된다는 저자의 한마디에

내 눈가에도 눈물이 맺힙니다.

떠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2년전 아버지를 하늘나라에 보낸

제게도 동일한 먹먹함을 주네요.

그래요. 운다고 사랑이 돌아오나요...

2장. 불안한 행복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난 불안감에 휩싸인다는 저자의 고백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현대를 살아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일한 불안감을 느낄 것이며

행복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느낌이

우리를 존재하지 않는 파라다이스로 떠나라고 부추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관 비밀번호가 울리고, 돌아온 아들.

모든 가족들이 돌아와 자리에 누운 밤. 깊은 행복을 느낀다는 저자의 말에

한없는 공감을 갖게 된다.

3장.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예술의 영감을 위해 많은 이성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주장했던

유명 작가들이 있지만, 그 반대편에 오직 한 사람과 오로지 한 사람과

삶과 죽음을 나누었던 이들이 있었다.

현재도 그런 이들이 있다.

4장. 생의 한가운데

'생의 한가운데'를 살고 싶어했던

친구 S와의 추억을 통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고민하는 저자.

몇 장 안되는 글 안에 친구와의 4-50년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고,

영어와 한글의 간극이 존재하는 이메일 주고 받는 요즘

그녀 마음에 작은 바람이 불 것 같다.

 

수려한 문장으로 꾸며놓은 에세이가 아닌,

삶과 생각의 적절한 조화로 단단하면서도 고소한 글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초강력긍정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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