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 예서의시 11
박세현 지음 / 예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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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 같은 건 안 읽어요

행복하고 싶거든요'

-사랑의 기쁨 중에서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아니 읽게 된다.

하지만 글씨과 글귀가 내 눈으로 들어오는 것이지

맘에 와닿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꿈이라기보다 실천에 가깝지만

생각보다 앞서가는 시'라고 표현한 것처럼

한 편 한 편의 시가 생활 속에서 표출되고 있다.

시인은 스스로 어정거리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쓰나마나한 문장만 골라 쓰고 싶다고 말한다.

어떤 의미에도 도달하지 못한 말을 찾아서.

 

하지만 도리어 독자인 나는

읽어내려가면서 밑줄을 긋게 되는 문장들이 많이 있었다.

 

'11월생 나무가 외로움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형 외로움이 고양이 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나는 본다',

'나는 기다린다 10번 종점에서

지나간 것들

오지 않을 것들을',

'마음 밑바닥을 긁어대더니

한 겹 더 걷어낸 속살을 지긋이 긁는

저음부를 골라 듣다가 첼로

하마터면 울뻔 했다

울고 싶었을 것이다',

'시 비슷한 것

나는 그것에 전념하리라

시가 아니라 오로지 시

비슷한 것만이 나의 것이다',

'손끝으로 살지 않고 몸 전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보다 더 쎄다',

'그대에게 간다

그냥 갔다가 그냥 온다

햇빛도 데리고 바람도 데리고 가지만

올 때는 그림자만 데리고 온다

그대에게 가는 날은

그대가 없는 날'...

 

시인은 본인의 시를

그 누구도 읽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시를 쓰는 것은 사기라고 말하며,

나는 시를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시를 읽는 이들은

시인이 그러했듯 혼자 웃는다.

이해해서 웃을 수도,

공감해서 웃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어이 없어서 웃을 것이다.

그의 시는. 그러하다.

 

'제목만 남겨놓고

추억은 물티슈로 지우는 밤'에

시인과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누고 싶어진다.

그냥, 아무 이야기나 듣고 싶다.

시인의 시어를 구어로,

 

 

초강력긍정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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