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류근 지음 / 해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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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쓰는 글은 다르다.

확실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 다르다.

이 책은 제목부터 나를 끌어당겼다.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함부로"라는 단어도,

"속아주는 버릇"이라는 단어도,

흡사 시어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우리에게는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가사를 쓴 분으로 알려진

류근 시인의 산문집을 손에 들고 2018년 여름을 마주하게 되었다.

진솔하고 유며러스하고

때론 까츨한 사회비판이 담겨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시인 특유의 감수성이 짙게 배어나는 책.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작은 글들로 엮여 있다.

아무래도 긴 시간을 한꺼번에 내기 어려운 현대인들을 위한

저자의 배려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다. ^^

1장. 그대가 오지 않는 나날이 이토록 깊다.

부제가 친절하게 '희망을 기다리는 그대에레'라고 되어 있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분명 다른 것이다.

시인이 시래기국 앞에서 느낀 감정을 우리는 살아가며 느낄 것이다.

상대적인 비교에서 오는 감정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느낌을 구분해야 한다.

2장. 누구도 울지 않을 때 우는 힘

저자는 시인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 듯 싶다.

시인이란 글에서,

'시인이란 그리하여 모름지기 견디는 사람이다.

비도 견디고, 사랑도 견디고, 이별도 견디고, 슬픔도 견디고,

쓸쓸함도 견디고, 죽음도 견디고 견기도 견디어서

마침내 시의 별자리를 남기는 사람이다.'

삶의 현장에서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3장. 나침반 없는 기억들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럴 때가 있다.

물건 하나, 냄새 한 자락에 순간 그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떠오르는 경험.

찬물을 끼얹듯 다시 정신을 차려보지만

이미 우리의 기억에서

나침반은 없다.

4장. 낙엽보다 먼저 우주의 바닥으로

오늘도 휘청거리는 그대들에게 주는 시인의 글들이 담겨 있는 부분이다.

페이스북을 자주 하노라고 고백하는 저자는

맛갈스레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도

은근 최근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도 많이 사용한다.

그렇다고 어려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꼰대스러움은 확실히 줄어든다.

결국 비가 오는 날 울어도 울어도 비는 오게 마련이니까.

(이렇듯 맥락이 끊겨 보이지만, 이어 주고, 모아 두어 나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침 햇살처럼...)

5장. 너무 쉽게 상처가 되는 사람

'사랑해요, 라는 고백조차 파도를 보내서 나 대신 울어주는 바다.'

저자의 글은 이런 식이다.

묘사보다는 이입이 어울리는 글들.

결국 저자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쓴 것이리라.

너무 쉽게 상처가 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어서.

'때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사람이 있다.

살아보니 내가 그렇다. 아아, 시바.'

많이 울고, 많이 외로워하고,

아픈 것은 더 아프게 하고,

슬픈 것은 더 슬프게 하는...

그런 삶의 단면을 읽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초강력긍정주의자


저항하지 않는 삶은 이미 존재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자기 실존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삶은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의 신념을 희석시키고 파괴하는 자들은 '나쁜 놈'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불쌍한 놈'이고,,

알면서도 투쟁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상한 놈'이다.

-"함부로 사랑에 속하주는 버릇",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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