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 손호철의 세계를 가다 1
손호철 지음 / 이매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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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아즈텍, 잉카, 그리고 비에나비스타소셜클럽.. 내 머릿속에 있는 라틴 아메리카다. 못내 섭섭해 몇가지 세세한 단어를 적어 내놓으라고 하면, 체게바라, 카스트로, 애니깽, 차베스, 울지마 아르헨티나,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또 뭐가 있을까... 윤기 흐르는 혼혈인들의 탄력있는 피부를 얘기할 수 있나?


중남미는 고대 문명의 보고, 정글속에 경이로운 유적들, 불과 몇 만명만 남겨 놓고 마치 인종청소를 하듯 싹쓸이하듯 멸종 시켜 버리고,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들여와 새 제국을 세운 스페인과 포르투칼의 미친 짓 속에서 외롭게, 묻혀져 있던 그 신화들로써만 인식되어 온 꿈꾸는 지역이었다. 게다가 30시간 이상 걸려야 한다는 이동시간, 한번 가면 왠지 모조리 둘러 보고 와야만 할 것 같은 장기간의 여행지역.. 뭐 이렇게 꼭 지구본 상의 정반대 지역이라는 거리감보다, 이성으로 판단되는 이질감 역시 매우 먼, 아주 먼 지역이었다.


손호철 님의 “마추픽추.....”를 읽은 것은 사실, 그 동기가 매우 불손했다. 얼마전부터 전시되고 있는 라틴미술전을 가리라 맘 먹어 놓고..적어도 이 전시는 한 두달의 간격을 두고 두 번은 볼 것이라고 계획까지 젊잖게 세우고 나자, 사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이름외에는 전혀 아는 바 없는 화가들의 그림들을 본다는 것이 걱정이 됐고, 더구나 이 사람들의 작업이 소위 순수예술이라는 측면보다 사회의 양상을 대변하는, 그 운동의 성향이 깔려 있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한 아무런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인식도 없이 덜커덕 전시장 한바퀴 휙 돌고 나온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어, 이왕이면 미리 예습 좀 하자 싶었는데, 마침, 전시를 보고 온 직원이 차제에 라틴을 좀 알고 싶어서 읽었다며 나도 한번 읽어보라며 권해준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예습행위는 매우 적절했으며, 유익할 것이라는 좋은 느낌을 숨길 수가 없다.


라틴, 무자비한 스페인의 정복체제이후 잃어버린 역사, 그리고 빈곤, 1900년대부터 자각하기 시작한 독립운동과 자연스러운 극우 쿠데타, 미국의 군정과 국가별로 깊숙이 개입된 민주주의 수호로 가장된 비열한 국가 체제 흔들기.. 거대 농장과 부패 속에서 받아들인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로 극복될 수 없는 빈부의 차와 빈곤층 확대,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서서히, 아니 매우 급진적으로 퍼져 나가는 민중자각운동에 대한 각 국가별 소고를 이렇게 명료하게 안내받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오월 어머니회”는 마침 5.18이란 화두와 함께 대비되는 명제로써, 시체발굴거부, 기념관건립거부, 금전보장 거부의 세가지 거부운동으로 오랜 세월 묵묵히 그 주장을 훼손하지 않는 모임에 대한 깊은 감동까지 받았다면?


내용의 거부감이 없도록, 워낙 성향이 성향인지라, 유적지를 보면서 혹시 이 유적들을 짓기 위해 죽어가야 했던 수많은 인민들에 대한 어설픈 감상이라도 있으면 어떻하나 하는 기우도 말끔히 없애 버리고, 순수한 여행자의 시각에서 각국의 찬란한 문화유적에 대한 언급조차도 불편함이 없었다.


교통편, 먹거리, 그리고 볼거리, 그리고 개인적 취향에 치중된 그래서 읽고나면 뭔가 늘 조금은 아쉬운 보통의 여행기와 달리, 이 책은 진보성향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그 명성을 날리고 있는 저자의 삶답게, 여행 대상의 각국들에 대한 간략한 현대사의 애환을 분석해 내고 있는데, 그것이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짧지만, 매우 날카롭게 그 사회변혁들에 대한 안내와 우리나라와 비교까지 곁들여 있어, 앞서 얘기한 대로 단어 몇 개에 의존해 겨우 그 나라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반가움을 넘어서 공부하듯 집중하며 몰두해 읽어 내려 갈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몇 달전에 읽은 박민우의 “일만시간 동안의 남미”에서 개인적인, 그리고 너무 요사이 젊은 세대 성향에 올인한 내용에 다소 실망한 입장에서 동일 지역의 새로운 시각으로 펼쳐 진 여행기는 심드렁한 기대 뒤에 예기치 못한 기쁨으로 다가왔다. 뿐 만이랴, 국가별로 기억에서 끄집어 낸 관련된 노래, 영화, 독서물들.. 부록처럼, 마치 원 플러스 원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물론, 일반 여행정보지로야 부족함이 많겠지만, 여행정보야 100백 즐기기류의 가이드북이 넘쳐나는 세상에, 말초신경이나 건들면서 독자와 타협하는 여행서적들이 그 시류를 타고 서점에 뿌려지는 이 때에, 진중한, 결코 심각하지는 않으나 직설적인 듯 한 문장속에 도리어 행간을 더욱 들여다보게끔 만드는, 잠시 읽던 책갈피를 펼쳐 놓은 채, 한번쯤 젊은 시절의 의식을 떠올리게 하는 책을 만난다는 것, 독서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면 미술전시회 예습은 충분한 것이 아닌가?


그냥 이번 책을 읽으면서 한 쪽으로 짬짬히 그냥 메모해 놓았던 단어들을 옮겨 본다. 혹시 나중에 정말 이 곳을 내 부실한 다리로 종횡무진 다닐 때를 대비하여, 저자 말대로 늙어서 가지 말고 젊어서 방문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그 때, 이 메모들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책을 출판하는 것이 뭐 지식을 공유하자는 뜻이니 결코 치사한 짓이 아니라는 소신으로 말이다. 문득, 앞으로 라틴으로 말해야 할지 중, 남미로 말해야 할지.. 어떤 호칭이 조금이나마 이 황금의 땅, 모순의 땅을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함께 유발하면서 말이다.


(쿠바)

ㅇ 루벤 블레이드 Buscando America, 노먼 촘스키

ㅇ 들어라 양키들아 “listen, Yankee : the Rovolution in Cuba"

ㅇ 체게바라의 일기

ㅇ 보히토

ㅇ 1898년 스페인-미국전 미국승리 - 미군정 체제, 1959년 쿠바혁명

ㅇ 호세 마르티 - 관타라메라

ㅇ 파크 타이보 “체라고 불려지는 게바라”


(베네수엘라)

ㅇ 볼리바르 혁명 - 우고 차베스 대통령, 1998년, 2004년 국민투표, 제 3의 쿠데타 혁명

ㅇ 신자유주의, 디펜스에서 오펜스 - 돈키호테, 동상, 변화

ㅇ 미션 로빈슨 - 교육이 혁명의 정치적 힘

ㅇ 카라카스의 베가지역 - 데모 - 수도와 전기국장 납치 - 산동네.. 라틴에서의 차베스 효과


(브라질)

ㅇ 리오의 판자촌 파벨다다화시냐, 26만명, 지프, 암거래 허가.

ㅇ 룰라의 혁명, 2002년, 진보, 우파보다 더한 좌파, 프랑스 철학자 카타리 “이세상에 좌파 정부는 없다”,

ㅇ 검은 브라질 - 살바도르- 조르지 아마두 박물관


(아르헨티나)

ㅇ 부에노스 아이레스 - 5월 어머니회

ㅇ 백구촌 - 109번 버스 종점, 한인촌, 1965년 농업이민- 도시화,

ㅇ 에비타, 미스터 탱고, 말벡 레세르바 와인


(칠레)

ㅇ 2001, 인간백정을 구속하라, 산티아고, 독재자 피노체트 - 아옌데 대통령

ㅇ 1970년 사회주의 집권, 코스타 가브리스 감독 “실종 Missing", 저항음악, 빅토르하라, 파블로 네루다.. 2004년 고등법원, 2006년 1월 사망, 독재자 죽음에 대한 애도

ㅇ 이스터 섬, 석상,

ㅇ 1천 5백만명, 4,500킬로, 150킬로

ㅇ 아옌데, 피노체트, 네루다, 도시 이슬라네그라


(페루)

ㅇ 후지모리의 몰락-후지터보(도망자), 1990년 당선

ㅇ 80년대 무장게릴라, 좌파정권(가르시아정권), 농촌 게릴라 센데스 루히노소

ㅇ 수도 리마의 판자촌,

ㅇ 카자마르카 충돌, 총, 균, 쇠, 막추픽추 늙은 봉우리, 1911년 에일대 출신 발견, 반환문제, 대여증

ㅇ 볼라디미르 몬테시노스 “불안전한 스파이”

ㅇ 톨레도 정권의 인가하락, 나토정권 “No action, Talk only" - 되살아난 후지모로,

ㅇ 티티카카호수, 갈대섬.


(멕시코)

ㅇ 몰레로스, 에르난 코르테스 농장 아시엔다, 영화 “사바타”

ㅇ 2000년 12월 1일 국민행동당 버센테 톡스, 코포라티즘

ㅇ 인디오와 사파티스타, 아즈텍

ㅇ 혁명의 도시, 멕시코시티, 벽화, 디에고 리베라, 데이버드 시케이도스, 프리다 칼로

ㅇ 유가탄과 마야문명/ 치체니사, 동부지역은 아즈텍 문명


(과테말라)

ㅇ 마야문명, 19C 독립, 내전,

ㅇ 안띠구야, 바까야 산, 안띠뜰란 호수, 산페드로라구나

ㅇ 티칼 : 마야유적지, (북부) , 멕시코 국경, 플로레스

ㅇ 라틴.. 내버려 둔 다는 것, 독백, 고독, 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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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그립다 - 웃음과 풍자로 엮은 현대미술 이야기
장소현 지음 / 열화당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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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팝 아트, 모던미술.. 등등등 게다가 요사이의 괴상망측한 동시대의 미술. 사실, 뭐 겸손하게 이 것들이 무엇인 지 절대로 모른다 라고 내숭 떨 이유도 없지만, 절대적으로다가 죽인다하고 작품을 바라 볼 수 있는 혜안도 없다. 그냥 가끔 부딪치는 이 부류의 속한 작품들을 보면서 솔직히 참 별짓 다한다 라는 생각도 가끔, 그리고 어라, 이렇게도 미술은 표현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사도 가끔, 뭐 이런 정도다. 그 기조에는 당연히 예술가라는 이름을 가진 자들이 추구하는 자기애의 노력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존경은 당연지사 반드시 전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끔 속에서 욕지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 작품 원형이 주는 내 마음의 잔상 때문이 아니라, 어찌 좀 아는 척 좀 하려고, 작품해설이나 장르에 대한 비평서 또는 가이드북을 읽을 때 마다, 필자들이 써놓은 문장들, 도대체가 끊임없이 내 갈겨지는 쉼표로만 연결되는 가이 없는 문장, 그리고 담론형성이란 미명하에 사전을 찾아보지 않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생경한 단어들, 설사 찾아본들.. 더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그 의미들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나는 억지로 그 담론들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을 포기했으며, 특히 전시팜플렛에 거창하게 그려져 있는 미사여구는 현혹은 되지만 결코 찌꺼기조차 머리에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절대로 읽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정말 단순하게 그냥 작품을 보고, 잠시 서서 그런데? 하고 자문하고.. 바로 결과를 낸다. 그 결과를 대표적인 단어로 국한하면, “죽인다”와 “웃기고 있네”다.


장소현의 책 “그림이 그립다”는 이런 나의 우매한 자세에 멋지게 당위성을 확보해 준 책이다. 나만 그런가 하고 차마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미술작품에 대한 저자세가, 이런, 세상 도처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과, 썩 나쁜 자세가 아니었다는 당당함을 가져다 준 책이라는 소리다.


내게는 미술평론가 보다도, “김치국씨 환장하네” 희곡작가가 더 낯익은 저자의 미술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몇 권의 전문저서가 아닌 다양한 형식을 빌어 경쾌하게 진행해 나간 이 책은, 도대체 알 수 없는 단어들로 포장하곤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는 평론가들, 소위 현대 미술가들,그리고 각종 미술계에서 중시되어 온 각가지 “화두”에 대한 속 시원한 깐죽거림을 콩트, 수필, 편지, 그리고 동화 등 온갖 문학적 장르를 이용해 드러내고 있다.


깐죽거림, 이 단어로 이 책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던, 어설픈 문화향수자들을 마당에 모아 놓고 한 손에 부채 들고, 등에는 북을 지고, 삐에로 복장을 한 체, 탁주 냄새 풀풀 풍기며 거침없는 육자배기 한바탕을 쏟아 내어, 그간 왠지 거북감과 새로운 양식이라는 틀 앞에서 기 죽어야 했던 청중들을 위로하고, 대변해 주었다는 것이다.


각 글 마다 전문가의 미술에 대한 경구들을 인용하고 있는, 그리고 그와 관련한 저자의 생각들을 풀어나가는 글맵시가 너무 즐거워, 특히 할미공주의 어록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저자의 미술, 아니 그림론에 대한 대목들은 잠시 잠깐 책을 내려놓고 나를 대입해서 이것 거것 생각해보기도 함께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독 하였으나, 글쎄, 가끔은 “몰입교육” 등 풍자로 풀어 놓은 사설이, 다소 지루함 감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건, 그 문화에 젖어 있어, 아주 자극적이거나 깊은 패러독스가 느껴지지 않으면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내 나이 탓도 있겠으나, 도리어 그 부문이 많은 사람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한 개의 미술작품 값이 비싸다고? 대량 판매가 가능한 비틀즈 음반 총판매수입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비교방식도 처음 알았고, 그림이 “기리다”에서 파생된 단어라는 것도 이제 알았다. 일본사람들이 기가 막히게 만들어 놓은 각종 단어들을 아직까지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은 뭐, 보기에 따라서는 한자단어들을 있는 대로 이해하고 있는 우리 문화를 생각하면, 그리 시비걸 일은 아닌 듯 한데, 외래어든, 문화든 자의식과 관계없이 통념적인 객관화에 대해서는 슬쩍 넘어가자라는 아량도 보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튼, 매년 쏟아내고 있는 미술전공자들이 습관적으로 해되는 개인전, 단체전의 홍수 속에서 진주를 골라내기를 포기하다 보니, 도리어 정말 가치 있는 전시회의 발길마저도 스스로 억제하게 되는 모순을 안고 있는 내 경험을 봐서도, 저자의 쓴소리에 같이 낄낄대고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 제발, 조류와 사조라는 명함을 내밀면서 도대체, 원숭이나 돼지등 축생이 만들어 놓은 심미적(?) 작품보다도 못한 작업을, 어려운 단어로 겉 씌워 놓고, 모르는 니들이 무식한 것이라고 소리치고 있는, 어리석은 중생을 탓하며, 점점 더 관객가 괴리되고 있는 작가군들은 한번쯤 읽고 자성할 필요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사족처럼 한마디.. 지은이의 뒷말까지 읽고 나서, 지은이가 원고를 쓰면서 떠올렸을, 그래서 본격적으로 요사이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독자들에게 권장한, 몇 페이지에 걸친 참고문헌 편람을 일갈하면서 그냥. 내참,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이 무시무시한 책들을 다 읽어야 한다는 것에 기가 질렸다. 이거 참, 기껏 속 시원한 한바탕 굿 놀음 뒤에 결국 다시 이론과 체계적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요하다니.. 이러니 굿판을 일어서는 무지랭이 한량의 오금이 저릴 수 밖에... .


그래도 정말.. 나 역시.. 그림이 그립다. 이제 무작정 내 경험과 나이가 주는 안목에 의지하지 않고 내가 이 그림을 구입한다면? 하는 전제를 달고 이것저것 재 볼 수 있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마주할 수 있는 그림, 그 그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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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국가 일본 - 미국의 품에서 욕망하는 지역패권
개번 맥코맥 지음, 이기호 외 옮김 / 창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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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보면 우리를 안다”라는 말은 성장기부터 지금까지 늘 아주 간단하게 일본을 얘기하는 화두이다. 도대체 어떻길래? 하면서도 심층적인 관심과 상대적 비교에는 비교적 게을렀던 것 같다. 올해 여행을 핑계로, 여름부터 일본에 관한 여러 종류의 책과 정보를 접하면서, 결코 알 수 없었던 그 화두에 대한 결정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는 좋은 책 한권을 읽었다. 한 반쯤 읽었나? 그리곤 짧은 일본여행, 돌아와 집중해서 며칠을 꼼꼼히 읽고 난 후에 일본이라는 국가이름 대신 신자유주의에 묶여 있는 세계화의 우산 속에 있는 어떤 나라라도 결코 자만하지 못할 각종 사례들에 대해, 다소 어깨가 무거워 진다.


“미국의 품에서 욕망하는 지역패권”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종속국가 일본”은 호주출생으로 그 간에 저술한 저서들이 “범죄국가, 북한 그리고 미국”, “일본, 허울뿐인 풍요”, “일본제국주의의 현황” 등의 제목만 보더라도, 적어도 동아시아에 대한 꽤 많은 식견을 가진 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중 한 권의 책도 접하지 못한 내가 어줍잖게 그를 소개하는 것은 이번 책 “종속국가 일본”에서 보여주는 그의 광범위한 사례들, 자료수집의 결과를 분석해 내는 그의 노력에 있다 하겠다.


영원한 12살, 의존적인 초강대국, 일본모델의 해체, 부시의 세계속의 일본, 아시아의 일본, 헌번과 교육기본법, 오끼나와:처분과 저항, 핵보유국 일본, 정신분열증 국가? 등 모두 9장으로 분류되어 있는 이 책은 그야말로 세계화와 아시아의 맹주로서의 일본의 자기당착적 오해와 현실, 그리고 불편한 미래에 대한 분석이 각 장의 제목답게 아주 세세하게 그려 있었다.


“미국의 또 다른 주” 일본의 정치인이 뱉은 오늘 날 일본의 도메인 중에 하나이다. 오랜 역사와 함께 한 “탈 아시아 국가”개념의 정체성이 이차대전 종료 후 전범국가로서의 공허한 양속하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환상 앞에서 자진해서 그 치마 속으로 들어가 급급하게 지내온 50년, 그 오만한 태도 속에 감쳐 진 그 나약함이, 9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거품경제라는 내부적 몰락으로부터 야기된 각종 국가 위상에 대한 도전을 미국이 던져 놓은 온갖 미끼의 끄트머리를 부여잡고 겨우 겨우 버텨나가고 있는 오늘, 일본의 현실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영국과 프랑스를 합한 GDP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면서 1인당 GDP는 18위. 2006년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가 662만명을 넘어서고, 빈곤층이 15.3%에 육박하는, 15세부터 34세사이에서 학업도 직업도 갖지 않는 소위 니트족이 213만명, 120만명의 은둔생활(히끼꼬모리)자, 313만명의 실업자,미국의 2배에 달하는 매년 32,000명의 자살, 무보험 생활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일본, 한편으로 매년 1만명 이상의 박사가 배출되고 있으나, 그 중 시간 강사 등 관련 분야에 3,000명만이 취업하고 있는 일본은 과연 먼 나라 이야기일까?


메이지유신 이후, 지역별 고유 가치의 신들을 천황중심체제로 바꾸면서 근대정치를 확립한 후, 막부시절처럼 군부의 강력한 지도하의 전범국가가 된 일본이, 다시 미국이라는 또 다른 천황 밑에서 그 충성의 맹세의 일환으로 신사참배를 지속해 온 코이즈미 총리 행보는 아시아도 유럽도, 아메리카도, 그 어디의 언저리에도 쉽게 일치하지 못하는 국가 정체성의 어줍잖은 몸부림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화 기류 속에서, 민영화 실패에 따른 국민 생활환경의 변화, 국민들은 날라가 버린 연금과 복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데, 이라크파병, 각종 원조 및 미국 군사협력 비용 증가, 반환된 오끼나와 기지의 헬리포트 프로젝트, 지속적인 제공, 군비확장, 핵시설보유등 오랜 친구(?)라고 속고 있는 미국의 눈 밑에서 정치인들이 잃어버린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기 위해 오늘의, 아니 미래의 국부마저도 담보 잡아야 하는 현실을 그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한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헌법 수정을 기도하고, 난징사태 등 지난 날 아시아지역에 자행한 모든 역사의 흔적이 아직 지워지기도 전에, 납치사건 등 북한과의 갈등고조를 통한 역사의 오도, “마음의 노트”라는 개인수양록을 작성하고, 국가를 부르게 하며, 과도하게 경색되어 가는 교육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교육은 나라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란 목표를 통해 회귀하고 있는 이 현실 또한 그들은 어떻게 대외의 감시자들을 납득시킬 것인가?


적어도 짧게는 오백년 전의 그들의 문화를 보고 돌아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오늘,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쇼핑센터에서 백화점에서 만난 그들의 오늘과 책 내용이 오버랩 되면서 결코 편하지 않은 느낌 속에 있는 것은 아마 저자가 말한대로 일본인의 자기 정체성 혼란이란 표현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어판 출판을 격려하면서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1945년 이후 양 국가가 모든 조건이 미국과의 관계 맺기를 강요당한 공통점 하에서도, 민주화운동과 시민사회의 성숙 등 결코 어떤 방향으로도 치우칠 수 없는 건강한, 국가 정체성으로 표현했다. 저자의 말, 역자의 말 뿐 아니라, 본문 안에서 아마 귀동냥으로만 만났던 일본에 대한 실증적 사례들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 되어버린 것이 이번 독서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자기 정체성, 대동아전쟁의 같은 피해 지역인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의 입장은 매우 다르다. 적어도 중국, 아세안지역과 같은 시각으로 일본을 탓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다행스럽기조차 하다가도, 일본의 침략국가취급은 누명이며, 대동아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인류평등의 세계가 오는 것은 100년, 200년 늦었을지도 모른다며, 식민통치마저 후안무치하게 미화한 일본 항공자위대 최고책임자 다모가미 도시오의 망언을 욱해야 하는 것, 역시 나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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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인디오
송영복 외 지음 / 상지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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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다는 것, 여러사람의 축약된 지식을 전달 받는 아주 오랫동안 축복받은 행위이다. 책을 만든다는 것, 그건 그 “축복”을 위해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하는 행위이다. 한 사람의 이름으로 출판되는 책은 말할 것도 없고, 두 사람이상의 공저, 공동연구를 통해 대표집필이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여러사람이 각각 분야를 담담하여 필자의 이름을 걸고 출판하는 경우에는 매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편집자 입장에서는 각 필자들의 특징을 잡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책제목과 일치하는, 그러니까 책 전체가 주기로 약속한 정보를 각 필자들이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 지, 그리고 문장의 이질감을 어떻게 조화롭게 윤문해야 하는 지, 하다못해 각 필자마다 부여된 원고의 양은 어떠한 지, 등등 한사람의 필자가 집필한 원고를 묶을 때와는 달리 큰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편집자가 맡아 주어야 하는데, 그와 달리 “그저 각 필자들이 주어진 주제를 이렇게 써왔으니까.. 책임은 그들의 몫이고, 나야 뭐, 폰트, 칼라, 표지등이나 신경 쓰면 된다”라고 책임을 방기하는 편집자가 있다면, 단순히 활자의 배열이라는 시각적 현상 너머에 있는 “책”이라는 "살아있는 유기체”에 대한 존중과 경외감을 망각한 행위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멕시코 관련 도서들을 뒤지다가 구한 “멕시코의 인디오”는 앞서 언급한 맨 마지막 부류라고 할 수 있다. 5명의 필자들은 모두 멕시코에서 오랫동안 연구에 정진한 분들이다. 이 5명이 각각 멕시코의 인디오라는 대 주제하에 소제목으로 “열등한 원주민 대 우월한 유럽인의 역사(송영복)”, “멕시코 인디헤니스모 문학의 흐름을 통해 본 인디오의 존재(최미경)”, “인디오예술(유화열)”, “멕시코 정치와 원주민(문남권)”, “아스텍의 신과 신화(김태중)”으로 제목만 보아서는 멕시코의 역사, 그리고 인디오라는 현실에 대한 다룰 수 있는 모든 유형은 언급되어 있는 좋은 의욕이라고 할 수 있었다. 179면이라는 짧은 내용에 담기에는 방대한 주제로 생각될 만큼....


그래서인가, 50여 페이지들 읽도록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얘기인가?”라는 물음을 계속 보이지 않는 필자들에게 던져야 했다. 연구서적이고, 해당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주장하면 할 말 없지만, 앞의 두 주제는 그냥, 해당 주제에 대한 인용과 차용, 그리고 나열에 불과한 잡다한(?) 정보지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안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특히 인디헤니스모문학의 흐름을 통해.. 라는 인디오 문학의 소개는 인디헤니스모의 단어 정의에 이어 바로 시대순으로 대표작가와 대표작만을 편람 정리하듯 (물론 한 두줄의 간략한 내용이 병기된 것도 있었지만), 그냥 책 부록에서나 나올법한 참고문헌 목록과 같아서, “도대체 그래서, 이걸 어떻하라고? 다 구해서 읽으라고?”라는 짜증을 계속 부려야 했다. 그나마 각 주제마다 원고의 양이 워낙 들락날락하여 이 편은 20여페이지에 불과한 것이 다행(?)이었다만 말이다.


이 책은 3부 인디오예술과 4부 멕시코 정치와 원주민만 제대로 된 책 같다. 원고의 질이나, 짧은 양에도 불구하고 딱 집어서 보여준 간략한 정보와 사례들은 단편적으로 그 분야를 이해하는 데 아주 유용했다. “인디오예술”은 전통적인 멕시코 양식, 다양한 장르에서(의복, 디자인, 조각 등등) 재료와 현대에 까지 이르고 있는 각종 표현양식, 기법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지금이라도 멕시코에 막 도착한 무지한 여행자라도, 쉽게 인디오 양식을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로 충분했다. 사진까지 넣고 좀 더 내용을 확대해서 단행본으로 꾸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다양한 복식에 대한 용어정리와 소개는 아주 흥미로웠다. 편집자가 좀 더 독자를 앞세웠더라면 예산과 지면에 앞서 각 설명글에 해당하는 도판이라도 같이 있었으면 어떨까하는 욕심마저도 들 정도로, 어차피 각 지면에 대한 배분 감각은 상실한 편집이니 말이다.


4부 역시, 독립이후 현대사가 왜 굴곡되고, 왜곡되고, 여전히 인디오들이 원하는 진정한 독립이 될 수 없었나에 대한 간략한 서술들은 최근 읽은 멕시코 역사에 대한 내용들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얇은 책. 꼼꼼히 살펴보니 “2003년 한국학술진행재단의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정부(공공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출기한에 쫓겨 충분한 편집기술과 각 필자별로 토론도 없이 제작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런 의심은 연구비까지 지원받았다면 적자는 면하였을 텐데.. 보급을 위해 12,000원이라는 책값 역시 재조정 되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비로 까지 연결되었으니.. 문제는.. 내게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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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CURIOUS 8
마크 크레머 지음, 김경하 옮김 / 휘슬러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지구촌 문화충격"이란 시리즈물로, 휘슬러에서 계속 국내출판을 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스로 시작해서 세계각국의 문화, 역사, 그리고 일상을 다룬 책인데, 단기 여행자보다는 장기 체류자를 위한 가이드 북이 될 수도 있고, 아니, 그냥 그 동네 사람들이 단편을 쉽게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일수도 있겠다.

여행지를 정하고 나면, 이 시리즈의 해당국가편을 구입하는 것은, 그냥, 단순한 여행정보도 아닌, 그렇다고 뭐 전문적인 역사, 지리등의 심도있는 인문학적 결과물도 아닌, 이 시리즈 물에서 그냥 눈으로 한번 그 나라를 이해하고 싶은 생각일 뿐이다. 그러니, 사실, 여행루트를 짜고, 교통편, 비용등만이 궁금한  나같은 단기 여행자에게는 별로 이롭지 (?) 않은 책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거꾸로 말하면 바로 나는 그 이유에서 이 시리물들을 한권 한권씩 구입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이 놈의 심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

멕시코편은 라틴아메리카 문학 및 역사 분야의 학자인 마크 크레머라는 사람의 집필이고 동 시리즈 물로는 역시 같은 동네인 "볼리비아"편도 집필했다고 한다. 경력때문인가, 다른 국가편과 비교될 만큼 아주 간략하나, 그러나 꽤 깊이가 있는 멕시코의 역사와 사회사에 대한 기술이 처음부터 전개되고 있었다. 문학연구가 답게 간간히 멕시코 작가들의 대한 소개도 잊지 않고 말이다. 사실, 이 책의 1장과 2장은 보조자료 없이 그냥 이 책으로만 의존하려면 모두 외우는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다양함으로 책장을 넘기면 바로 잊어 버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다행히 나는 지금 저자가 가끔 책 본문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멕시코 출신 세계적인 작가(나는 이 사람을 석학이라고 부르고 싶다만)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남미의 역사(무지무지하게 원제목과 본문내용을 오해 할 만큼 번역자의 맘대로 만들어 낸 제목으로 인하여 독자를 황당하게 만드는)" 를 열심히 밑줄쳐가며 읽고 있는 중이라, 그 내용의 이해가 조금 빨랐다고 위안하지만, 역시 몽땅 머리속에서 도망가 있는 그 문장들을 어떻게 다시 재생해 낼 수 있을지 암담하기만 하다.

"강간당한 역사, 독특한 문화를 품다"로 시작되는 1장 역사와 자연편으로 부터,  2장 사람과 사회, 3장 관습, 4장 문화, 그리고 5장 정착과 사업이라는 구분, (이건 이 시리즈 책의 공통된 구조와 편집방향이기도 하지만)을 통해 지금 멕시코와 오래된 멕시코를 파노라마 처럼 머리속에 한번 그려 보는 것, 어쩌면 이정도라 할지라도 책값이 제공하는 독서의 즐거움은 충분히 채워주는 것은 아닐까?

 제 3세계, 식민지, 침탈당한 역사, 스페인, 그리고 유럽 또는 아프리카와의 혼혈, 그릇된 정복지의 슬픈 제도가 동족의 우익들에 의해서 그대로 담습되어지고, 여전히 그 정체성에 대해 흔들리고 있는 나라, 세계화라는 그럴싸한 명분아래 신음하고 있는 중, 남미 대륙의 가장 윗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으면서도, 결코 인접 국가들과 다른 가치관과 예술관, 그리고 국민들의 특성에 따라 독특한 사회환경과 문화적 독창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나라, 어찌보면 그 국민들의 심성이 우리와 비슷한 것은 아닐까 하는 억지까지 부리고 싶을 정도의 멕시코 역사와 국민들에 대한 약간의 이해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이런 시리즈를 통해서 "카더라"라는 수많은 정보들 중 아주 체계적인 정보의 집약이라고 신뢰할 수 있는, 모아놓은 정보를 대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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