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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인디오
송영복 외 지음 / 상지사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다는 것, 여러사람의 축약된 지식을 전달 받는 아주 오랫동안 축복받은 행위이다. 책을 만든다는 것, 그건 그 “축복”을 위해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하는 행위이다. 한 사람의 이름으로 출판되는 책은 말할 것도 없고, 두 사람이상의 공저, 공동연구를 통해 대표집필이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여러사람이 각각 분야를 담담하여 필자의 이름을 걸고 출판하는 경우에는 매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편집자 입장에서는 각 필자들의 특징을 잡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책제목과 일치하는, 그러니까 책 전체가 주기로 약속한 정보를 각 필자들이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 지, 그리고 문장의 이질감을 어떻게 조화롭게 윤문해야 하는 지, 하다못해 각 필자마다 부여된 원고의 양은 어떠한 지, 등등 한사람의 필자가 집필한 원고를 묶을 때와는 달리 큰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편집자가 맡아 주어야 하는데, 그와 달리 “그저 각 필자들이 주어진 주제를 이렇게 써왔으니까.. 책임은 그들의 몫이고, 나야 뭐, 폰트, 칼라, 표지등이나 신경 쓰면 된다”라고 책임을 방기하는 편집자가 있다면, 단순히 활자의 배열이라는 시각적 현상 너머에 있는 “책”이라는 "살아있는 유기체”에 대한 존중과 경외감을 망각한 행위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멕시코 관련 도서들을 뒤지다가 구한 “멕시코의 인디오”는 앞서 언급한 맨 마지막 부류라고 할 수 있다. 5명의 필자들은 모두 멕시코에서 오랫동안 연구에 정진한 분들이다. 이 5명이 각각 멕시코의 인디오라는 대 주제하에 소제목으로 “열등한 원주민 대 우월한 유럽인의 역사(송영복)”, “멕시코 인디헤니스모 문학의 흐름을 통해 본 인디오의 존재(최미경)”, “인디오예술(유화열)”, “멕시코 정치와 원주민(문남권)”, “아스텍의 신과 신화(김태중)”으로 제목만 보아서는 멕시코의 역사, 그리고 인디오라는 현실에 대한 다룰 수 있는 모든 유형은 언급되어 있는 좋은 의욕이라고 할 수 있었다. 179면이라는 짧은 내용에 담기에는 방대한 주제로 생각될 만큼....
그래서인가, 50여 페이지들 읽도록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얘기인가?”라는 물음을 계속 보이지 않는 필자들에게 던져야 했다. 연구서적이고, 해당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주장하면 할 말 없지만, 앞의 두 주제는 그냥, 해당 주제에 대한 인용과 차용, 그리고 나열에 불과한 잡다한(?) 정보지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안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특히 인디헤니스모문학의 흐름을 통해.. 라는 인디오 문학의 소개는 인디헤니스모의 단어 정의에 이어 바로 시대순으로 대표작가와 대표작만을 편람 정리하듯 (물론 한 두줄의 간략한 내용이 병기된 것도 있었지만), 그냥 책 부록에서나 나올법한 참고문헌 목록과 같아서, “도대체 그래서, 이걸 어떻하라고? 다 구해서 읽으라고?”라는 짜증을 계속 부려야 했다. 그나마 각 주제마다 원고의 양이 워낙 들락날락하여 이 편은 20여페이지에 불과한 것이 다행(?)이었다만 말이다.
이 책은 3부 인디오예술과 4부 멕시코 정치와 원주민만 제대로 된 책 같다. 원고의 질이나, 짧은 양에도 불구하고 딱 집어서 보여준 간략한 정보와 사례들은 단편적으로 그 분야를 이해하는 데 아주 유용했다. “인디오예술”은 전통적인 멕시코 양식, 다양한 장르에서(의복, 디자인, 조각 등등) 재료와 현대에 까지 이르고 있는 각종 표현양식, 기법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지금이라도 멕시코에 막 도착한 무지한 여행자라도, 쉽게 인디오 양식을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로 충분했다. 사진까지 넣고 좀 더 내용을 확대해서 단행본으로 꾸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다양한 복식에 대한 용어정리와 소개는 아주 흥미로웠다. 편집자가 좀 더 독자를 앞세웠더라면 예산과 지면에 앞서 각 설명글에 해당하는 도판이라도 같이 있었으면 어떨까하는 욕심마저도 들 정도로, 어차피 각 지면에 대한 배분 감각은 상실한 편집이니 말이다.
4부 역시, 독립이후 현대사가 왜 굴곡되고, 왜곡되고, 여전히 인디오들이 원하는 진정한 독립이 될 수 없었나에 대한 간략한 서술들은 최근 읽은 멕시코 역사에 대한 내용들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얇은 책. 꼼꼼히 살펴보니 “2003년 한국학술진행재단의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정부(공공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출기한에 쫓겨 충분한 편집기술과 각 필자별로 토론도 없이 제작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런 의심은 연구비까지 지원받았다면 적자는 면하였을 텐데.. 보급을 위해 12,000원이라는 책값 역시 재조정 되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비로 까지 연결되었으니.. 문제는.. 내게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