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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 프로메테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브랜드는 이미지다. 아디다스, 나이키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푸른 축구장 위를 마음껏 내달리는 꿈의 운동화이며, 바이엘, 화이자, 노바티스는 침대에 누워 있는 세상의 모든 환자들에게 건강한 삶에의 축복과도 같은 브랜드다. 거버와 네슬레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열망하는 최고급 분유와 이유식을 권한다....
아니다! <나쁜 기업>은 이들, 즉 아디다스, 알디, 바이엘, 맥도날드, 나이키 등 멋지고 친환경적이고, 친소비자적인 이미지를 가진 기업들이 사실은 ‘몹시 나쁜 기업’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이 세계적인 거대기업들이 왜 ‘몹시 나쁜’ 지를 정확한 통계와 자료를 제시하면서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나쁜 기업>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우리의 삶을 은밀히 지배하고 있는 인기 브랜드업체들이 알고 보면, 비인간적인 노동착취와 어린이노동, 전쟁, 환경파괴를 통해 무시무시한 이윤을 추구하고 있음을 조목조목 밝혀낸 통렬한 고발장이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브랜드들의 뒤에 숨겨진 더러운 그늘을 조명하고, 거대재벌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파헤친다. 또한 신자유주의라는 우산 아래 이미 세계화된 경제권력과 정치집단의 결탁관계를 생생히 보여준다. 그리고는, 부패한 정부와 초국적기업이 인간친화적인 정책을 수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힘없는 개개인들, 즉 우리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제시한다.
모든 것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행동하는 르포라이터 클라우스 베르너와 한스 바이스, 두 지은이는 악덕기업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확인하여 2001년에 독일에서 <나쁜 기업>을 출간한다. 이 책은 독재 부패정권의 존재기반에 거대기업들이 어떤 모습으로 유착관계를 맺는지 보여주는 것은 물론, WTO(세계무역기구) 등의 국제기구와 세계적인 로비단체들 배후에도 이미 유명 브랜드 회사가 깊숙이 관여되어 있음을 낱낱이 까발리고 있다. 부록으로 실린, 50개가 넘는 유명 브랜드회사들의 실태를 밝혀 놓은 ‘기업들의 명단’은 거대재벌들의 가장한 민감한 부분까지 파헤치고 있다.
<나쁜 기업>은 각 분야별로 비판의 칼날을 세운다. 전자, 의약, 석유, 식료품, 장난감, 스포츠와 의류, 수출업과 금융업 등 온갖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줄줄이 불려나온다.
1. 전자(대표적 나쁜 기업 : 바이엘) - 서구의 전자회사들과 바이엘 콘체른에 값비싼 금속인 탄탈을 공급하기 위해 아프리카 콩고의 광산에서 성인남녀와 어린이들이 뼈빠지게 일하고 있다.
2. 의약 - 신약 테스트에 대하여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까다롭지 않다. 결과는 왜곡하고 후유증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생명이 위험한 질환자들은 효능있는 약을 투약받지 못한다. 의사들도 공범자가 된다.
3. 석유(대표적 나쁜 기업 : 쉘) - 검은 황금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위하여 우리의 연료회사들은 전쟁에 자금을 대고 살인군단에 돈을 대어주고 나라 전체를 사람이 살지 못할 유해한 환경으로 만들고 있다.
4. 식료품(대표적 나쁜 기업 : 네슬레, 맥도날드) - 유럽에서 식료품을 저렴하게 이용할 목적으로 수많은 콘체른들은 어린이노동, 노예제도, 착취, 동물박해, 환경파괴를 무릅쓰고 있다.
5. 장난감(대표적 나쁜 기업 : 마텔, 월트 디즈니) - 바비 인형, 포켓 몬스터, 모형 자동차, 텔레토비, 미키 마우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어린이들은 장난감에 둘러싸여 있다. 그 대부분을 자식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다. 아시아의 저임금국가에서. 피와 땀과 눈물로.
6. 의류 및 스포츠물(대표적 나쁜 기업 : 나이키) - 임금은 거의 대수롭잖게 취급된다. 런닝화의 시중가격의 단 0.4퍼센트가 재봉사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국제적인 <공정한 노동조건을 위한 깨끗한 옷 캠페인> 측은 추산했다. 제품가격이 100유로라고 하면 임금은 40센트라는 말이다.
위에 제시한 것은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세계적인 인기브랜드 회사들은 기업이미지를 위해 위선적인 과대광고, 아동노동과 불법적인 약품시험, 동물학대와 환경파괴, 그리고 노동조합 및 기업비판가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 등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올바른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소비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아니, 사실은 아주 많다고 지은이들은 말한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쇼핑을 할 때 <나쁜 기업>을 들고 가서 차례에 나와 있는 악덕기업 명단에 포함된 제품들을 사지 말자고 제안한다. 불매운동만큼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쉽게 할 수 있고, 또 효과적인 일은 없을 테니까. <나쁜 기업>은 삶의 질을 포기하라는 취지로 씌어진 게 아니다. 오히려 주의 깊고 적극적인 삶을 살려는 의욕을 일깨우길 촉구한다. 거대기업의 권력은 소비자들을 통해 얻어진 게 아닌가? 저자는 소비테러에 덜 종속적인 태도를 취하여 의식 있는 소비(또는 비소비)로 삶의 질을 높이자고 주장한다.
<나쁜 기업>은 우리를 둘러싼 브랜드의 허울좋은 허상을 깨고, 주체적인 소비자로 살아가고 행동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개개인은 무력하지만, 소비자는 힘이 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