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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형용사 - 그리운, 연약한,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 ㅣ 걷는사람 에세이 14
김재원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5월
평점 :
아주 작은 형용사(김재원)_걷는 사람
마음으로 전해주는 위로, 휴식을 위한 시간, 그리고 따뜻한 책 한 권.
처음엔 책 제목 ‘아주 작은 형용사’가 예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갈 때마다, 저자가 쓰는 표현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다. 솔직하고 진실 된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글을 쓴 것 같았다. 그리고 한 챕터 한 챕터 읽어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마음 속 평온이 찾아온 듯 따뜻해졌다. 이게 바로 위로인가 싶었다. 어깨를 토닥토닥, 등을 두들기며 해주는 위로가 아니라 말로, 글로 전해주는 위로. 그건 참으로 따뜻했다.
사실 위로를 붙들게 된 건 내가 위로가 그립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해 주지만 위로로 들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시작합니다. 위로 연습을. (p.12)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힘든 것은 나 혼자 남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때 그냥 함께 있어 주면 되는 겁니다. 먼발치에서 얼굴만 언뜻 보여도 큰 위로가 되지 않겠습니까?(p.31)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뤘다. 생각지도 못했던 회사 동료분들이 와주셨다. 회사를 다닌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 팀원분들께 부담이 될까봐 일부러 장례식 장소를 알려드리지 않았는데.. 먼 길까지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참 감사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신이 주지 않은 재능을 너무 안타까워하지 마십시오. 신은 재능을 주고도 또 어느 순간에 가져가기도 합니다. 신은 오늘도 누군가의 인생에 굵은 선을 긋습니다. 그 선을 넘어선 자들이 진정한 감사를 배우기 때문입니다. 신께서 당신의 인생에 그은 굵은 선, 그 선은 내 인생을 막는 것이 아니라 돕고 있습니다.(p.39)
이 구절을 읽을 때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하게 먼, 중학교 때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갖지 않고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에도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채로 떠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감퇴되고 치매에 걸리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했던 것이..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고작 14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도 저 문장은 꽤나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나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소중한 기억을 하나씩 잃는다는 것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의 재능 역시, 신의 선택에 따라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못할 수 있다. 나도 내가 왜 그리 노래를 못 부르고 춤을 못 추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대신 나에게 신은 다른 재능을 주셨다. 내가 빛날 수 있는 더 소중한 재능을 주신 것 같다. 그리고 그 재능 역시 신이 주신 것이기에, 언제라도 신이 다시 가져간다고 해서 불만을 토해낼 수 없다. 당연하게 생각할 수 없다.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건, 어느 것 하나라도 너무나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사랑과 아빠의 희생도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땐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도 인생의 지혜를 터득한 것은 아닐까.
잠자리가 누추한 것도, 먹는 것이 부실해도, 옷이 땀에 젖어도 여행자의 정체성으로 모든 것을 견뎌냅니다. 여행은 여행자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일을 찾고, 다른 이를 만나고, 다른 삶을 살아가십시오. 인생도 언젠가는 끝나는 긴 여행일 뿐입니다.(p.113)
맞다. 우리의 인생, 이 또한 언젠간 끝이 날 여행일 뿐이다. 잠시 지구라는 세상에 몇 십 년 여행을 온 여행자. 여행자이기에 무엇인가에 목 매달 필요도, 집착할 필요도 없다. 언젠가는 떠나야하고, 언젠가는 다시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니 말이다. 여행자는 여행에서 힐링을 맛본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니 지구에 여행 온 우리도 어느 다른 별에서 일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지구로 여행을 온 것은 아닐까.
경쟁 없이 즐기는 스포츠가 진정한 화합의 운동 아니겠습니까? 항상 시합에, 내기에 목매달았던 그 시절이 후회됩니다. 삶의 자유는 점수, 등수, 돈, 시간 같은 숫자의 압박을 물리칠 때 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p.268)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하루, 한 달, 일 년들이 모여 우리의 소중한 인생을 채운다. 그러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소중한 추억이 있고, 앞으로 다가올 멋진 미래가 있다. 숫자에 너무 연연해하면서 살지 말아야겠다. 저자의 말처럼, 점수, 등수, 돈, 시간 따위의 한낱 부질없는 것들 따위에 소중한 내 모든 것을 놓치면서 살고 싶지 않다. 내 인생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나 하나로 충분히 아름답다.
눈부시고 찬란하게 빛날, 삶의 자유를 위해.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