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
강상구 지음, 손문상 그림 / 레디앙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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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이런 책 읽는 걸 자랑스러라 하는 사람들과 함께 노느라고, 집에 있던 오빠의 <자본론>을 읽으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웬걸, 당시 비주류인 '이실'판을 택한 것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당최 어려운데다 읽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맥락이 너무 달라지는지라 1권을 다 못 끝내고 말았던 가슴아픈 추억이 있다. 그러고는 다시 읽을 꿈도 못 꾸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구해온 이 책을 내가 먼저 읽게 되었는데, <자본론> 구경을 하도 옛날에 해서 얼마나 기반해서 해석해냈는지 비교할 깜냥은 안 되지만, 문득문득 궁금해했던 경제활동과 노동가치 같은 것들을 정말 친절하고도 유기적으로 잘 엮어놨다. 게다가 갑남을녀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문체도 친절하며, 일부러 웃기게 들어놓은 것 같은 예시상황도 키득거리고 넘기기에는 포석을 절묘하게 깔아놔서 본문내용과 아주 밀접하게 잘 연관된다. <경제학 콘서트> 같은 주류들의 책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경제학 이면의 '착취'라는 개념에 대해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월급은 요 모양인가 울분에 찬 사람들은 물론, <경제학 콘서트> 같은 유쾌하고 밝은 책만 열심히 읽었던 사람들도 균형감각을 갖추는 차원에서 한번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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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해학과 재치가 어루러진 생생한 과학이야기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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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이과는 아니고, 출신대학이 서울대도 아닌(!) 내가 일면식도 없는 저자를 '존경하는 교수님' 어쩌고 하며 찬양하는 건 좀 오버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저자의 박학다식함과 앎의 깊이와, 그것을 능가하는 생각의 깊이에 감탄한 것은 사실이다.
프레시안에서 연재물 한 꼭지 읽었던 기억이 전부이지만, 문장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던 차에 '과학의 기본은 물리지' 하는 생각에 무턱대고 이 책을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리적 사고와 분석력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절실하던 차여서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내용은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생각을 요구하는 독서로서는 나름 절묘한 선택이었다.
처음 읽을 때는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에 대해 천천히 배워보리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기억나는 건 어이없게도 '인간의 수명연장 노력은 지금껏 별 소득이 없었다' 같은 내용이었다. 영유아 사망률을 드라마틱하게 낮췄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갑자기 올라간 것이지, 60대 이상의 수명은 몇 십 년 동안 6개월인가밖에 안 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불로불사의 명약을 찾아 유전자조작을 해댄 성과가 그것밖에 안 되는데, 우리의 탐욕에 비해 성과는 얼마나 미약하며, 그 대가는 얼마나 큰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KTX가 그 요란을 떨면서 만들어졌지만 경부선 도착 시간은 한두 시간 짧아진 게 고작이고, 새마을호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엉뚱하게 새마을호, 무궁화호가 저열해지는 시장논리. 개발이 진보라는 가면을 쓰고 자연에 대한 도리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외면하고 자행되는 메커니즘을, '물리학 입문서'에서 읽게 되는 맛이란. 책의 원래 주제가 어려워서인 것도 사실이지만, 가끔 저자가 하는 삼천포스러운 얘기가 더 재미있고 심각하게 느껴진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어쨌든, 읽으면 남는 게 있는 책이다. 과학은 무셔라 하는 문과생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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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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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떤 블로거가 쓴 아주 정갈한 리뷰를 보고 한번 읽어봐야지, 해놓고 한참을 제쳐두고 있었다. 사실 난 신경숙의 여리여리한 문체를 접하면 빠져들면서도, 사회적 발언이라곤 거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들에는 확 마음을 주지 못하는 터라, 오히려 안 읽고, 늦게 읽는 편이었다. <풍금이 있던 자리> 때부터 계속 그랬다.  

그러다가 뒤늦게 이 책을 구한 건, 순전히 '엄마'로서 내 삶이 너무 힘에 부쳐서였다. 난 다른 딸들과는 달리 엄마에게도 아주 힘든 얘기는 안 하려 하고, 아픈 내색 안 보이려 하는 편이어서 엄마가 가끔 서운해할 정도다. 그런데 얼마 전에 불현듯 일하고 애보고 하며 십몇 년을 오늘처럼, 오늘보다 더 팍팍하게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끔찍해서 정신을 못 차린 적 있었다. 엄마한테 '엄마 노릇' 너무 힘들다고 떼를 쓸 수도 없고, 남편은 '엄마'가 아니니 내 감정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 회사에서는 내 또래의 워킹맘이 없고, 바빠서 친구도 못 만나고...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에 없던 차에 이 책이 생각났다. 그리고 밤새 읽으며, 정말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내게도 저런 엄마가 있고, 내가 아무리 나 개인을 챙기려 해도 '엄마' 자리에서 도망치치 않는 한 본질적으로는 저런 엄마처럼 살 것이고, 다 커서 내가 엄마에게 그렇듯 내 딸도 내 삶을 안타까워할 날이 올 것이고... 실컷 울고 나서 마음이 편해져서 오랜만에 깊이 잤던 것 같다.

책 속 엄마가 겪은 지독한 고통과 격정을, 작가는 참 담담하게 잘 풀어낸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감상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신경숙 글에 빠져드는 것은, '담담함'에 있지 않았나 한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 책을 읽으며 처음 느꼈다. 나도 힘들 때 엄마가 그렇게 보고 싶었으면서 왜 엄마도 엄마를 그리워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을까. 어쩔 수 없이,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이기적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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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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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가 없다. 그래서 불교 관련 책도 읽을 일이 없는데, 언젠가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받고 몇 년째 책꽂이에 꽂아두고는 가끔 눈길만 주고 있었다. (저 제목과 띠지그림에 어떻게 눈길이 안 가겠는가.) 그러다 얼마 전에 하도 우울하고 짜증이 나서 급기야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기특한 결심을 하던 찰나,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다 읽은 지금, 확실히 덜 우울해졌다.

책을 꼼꼼히 밑줄쳐가면서 음미해가면서 읽는 편이 아니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벌써 거의 까먹었지만, 첫머리에 실린 무상과 무지에 관한 내용은 참 새로웠다. 나처럼 밖에서 구경만 하는 사람은 불교를 허무주의 또는 염세적 세계관이 만연한 사상으로 보게 된다. '무상' 등 몇몇 단어 때문이다. 그러나 '무상'을 '변화'로 해석할 때, 세상을 대하는 눈이 달라지고, 무상한 것 뒤에 있는 변하지 않는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 회사와 집만을 오가며 아이들의 시덥잖은 반항을 적당히 회유해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참 소모적이라고 느끼고 있던 차에 이 책의 가르침(이라기보다 고민 또는 화두-강론자들도 함께 고민하는 주제들이므로)은 작은 치유가 되었다. 내 삶의 무상함을 깨달은 것도 아니요, 불교에 귀의해야겠다는 결심이 설 만큼 완전공감한 것도 아닌데, 어디서 위로를 받았는지 참 묘하다. 그러나 어쨌든 어떤 글로도 이렇게 획기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는데, 그런 점에서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가끔 하는 생각이었지만, 철학 또는 가치관으로서의 불교는 정말 매력적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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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중 - 유년동화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한길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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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책 고르려고 서점에 들렀다가, 그 자리에서 서서 읽으며 콧등이 시려서 혼난 책이다. 아이들 책이 왜 이렇게 슬픈 거야... 하며. 일하는 엄마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이 덩달아 슬퍼질까봐 사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늘 책소개에 '마지막 장면'을 얘기하길래 다시 자세히 보니 엄마와 아이 풍경이 있네. 코가 빨개서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장면이 끝인 줄 알고 그렇게 슬펐는데, 그게 아니라니 참 다행이다.

내가 기억도 못하는 세살적에 이사간 첫날 아빠를 마중한다고 나갔다가 난 길을 잃었다(고 한다). 전화도 없던 시절이어서 저녁 내내 엄마 아버지가 뛰어다니다가 어느 파출소에서 울고 있는 날 발견했다는데, 지금 책에 나오는 이 아이가 딱 그때 나 정도인 것 같다. 그 뒤로 내게 '마중'은 더위가 꺾인 여름밤에 아버지 마중하러 엄마랑 버스정류장에 나가곤 했던 10살 시절이 유일하다. 내가 어린시절의 '낭만'으로 떠올리는 유일한 기억인데, 그만큼 그때의 마중은 살갑고 좋았다. 책에 나오는 이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면서 세살 때 내가 느꼈던(느꼈음에 분명한) 두려움과 10살 때 내가 느꼈던 반가움을 한꺼번에 경험했겠지. 엄마손 잡고 골목을 오르는 아이를 보러, 책 다시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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