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종교가 없다. 그래서 불교 관련 책도 읽을 일이 없는데, 언젠가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받고 몇 년째 책꽂이에 꽂아두고는 가끔 눈길만 주고 있었다. (저 제목과 띠지그림에 어떻게 눈길이 안 가겠는가.) 그러다 얼마 전에 하도 우울하고 짜증이 나서 급기야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기특한 결심을 하던 찰나,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다 읽은 지금, 확실히 덜 우울해졌다.

책을 꼼꼼히 밑줄쳐가면서 음미해가면서 읽는 편이 아니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벌써 거의 까먹었지만, 첫머리에 실린 무상과 무지에 관한 내용은 참 새로웠다. 나처럼 밖에서 구경만 하는 사람은 불교를 허무주의 또는 염세적 세계관이 만연한 사상으로 보게 된다. '무상' 등 몇몇 단어 때문이다. 그러나 '무상'을 '변화'로 해석할 때, 세상을 대하는 눈이 달라지고, 무상한 것 뒤에 있는 변하지 않는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 회사와 집만을 오가며 아이들의 시덥잖은 반항을 적당히 회유해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참 소모적이라고 느끼고 있던 차에 이 책의 가르침(이라기보다 고민 또는 화두-강론자들도 함께 고민하는 주제들이므로)은 작은 치유가 되었다. 내 삶의 무상함을 깨달은 것도 아니요, 불교에 귀의해야겠다는 결심이 설 만큼 완전공감한 것도 아닌데, 어디서 위로를 받았는지 참 묘하다. 그러나 어쨌든 어떤 글로도 이렇게 획기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는데, 그런 점에서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가끔 하는 생각이었지만, 철학 또는 가치관으로서의 불교는 정말 매력적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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