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화국 생존지식 - 자신을 지키며 자산도 키우는
허혁재 지음 / 북스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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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끔찍이 싫어한다. 어릴 때 이사를 너무 많이 해서 지겨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결혼해서 이사의 주체가 되어보니 내가 부동산의 세계를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알게 됐다. 서류는 복잡하고 중개인은 아무리 봐도 내 편 같지 않고, 괜히 호구 잡히는 것 같고, 급기야 전 재산과 다름없는 전세금이 날아갈지 모른다는 망상이 시작되었... 옆에서 누가 도와주는(대신 따져주고 안심시켜주는)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한정치산자 된 기분. 한국에, 서울에 살면서 이 나이 먹도록 부동산의 초초초보 지식도 모르니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뭔가 지능 떨어지는 기분도 ㅡㅡ


이런 처지이므로 언젠가 한번은 해야 할 의사결정이 부동산이라는 문구가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읽었다. 몇 년 있으면 아이들 독립도 시켜야 하는데 여전히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이제 경제기사 정도는 이해하고 싶어서 책들을 조금씩 읽어보는데, 부동산 코너에 가보면 너무 전문적인 용어에 어려운 내용들이고 수십억 수백억 짜리 얘기들만 한다. 난 그저 호구 잡히지 않고 내 힘으로 멀쩡한 의사결정을 하고 싶을 뿐. 그런 나를 위해 부동산 고수와 초심자라는 캐릭터 설정을 해준 게 아주 고마웠다. 대화체라 전문적인 용어도 쉽게 읽히고, 무엇보다 번번이 예를 들어 설명해줘서 휴대폰 계산기로 같이 계산해가며 읽으면 5분 전까지 몰랐던 걸 이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됨 ㅋㅋ 정책이나 전망 같은 거에서 뭘 봐야 하는지 같은 지식성 정보도 포인트로 짚어주는데, 어제 부동산 뉴스를 보는데 확실히 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계속 공부를 해야 해. 이 나이에 입문서라니 창피하다 생각했으면 몰랐을 것들을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읽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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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 서진학교, 17년의 기다림과 장애인권 이야기
김정인 그리고 발달장애인 부모 7인 지음 / 책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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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무릎사건’ 기사에 읽는 내 무릎도 꺾이는 느낌이었던 걸 기억한다. 그 뒤로 무사히 학교가 지어져서 주민편의시설도 들어서고, 시끄러운 반대와 달리 별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기사도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잠깐 분노하고 편리하게 잊었던 이야기 뒷면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학교를 짓기까지 앞뒤의 이야기와 어머니들의 글, 발달장애 인권 투쟁사와 다큐를 만들면서 감독으로서의 소회 등이 가지런히 실려 있다.


울컥거리는 걸 참으며 읽다가 생각해보니, 학교를 짓기 위해 싸우고 호소하며 뚝심 있게 버틴 어머니들의 아이들은 그사이 성년이 되었다. 자기 아이에게 혜택이 오지 않는 일에 몇 년을 던져 삭발을 불사하며 밤새워 싸운 것이다. ‘투쟁’을 외치는 게 여전히 낯설어 거울 보고 연습한다던 분들이 세상을 바꾸는 투사가 된 것은 아이들 덕분이고, 책임지지 않는 나라 때문이다. 나라를 믿을 수 없는 부모들은 오래 아이를 돌보려고 운동을 하고, 형제자매들은 일찍 철들어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다. 씩씩하고 단단하다. 나로서는... 가늠이 되지 않는 마음의 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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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삼국지 -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활로
권석준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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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 문과에서 이과로 진로를 바꾼 둘째아이가 2학년 들어서는 컴퓨터학과에서 반도체학과로 지원학과를 바꾸었다. 그때마다 ‘그래???’ 하며 약간의 의아함이 있었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자 저러자 잔소리하면 안 될 것 같아 뒤늦게 책 한 권으로 분위기 파악. 읽어낼 수 있을까 약간 걱정했지만 오일쇼크로 비유하고 시작하니 지금 상황이 아주 쉽게 이해되었다. 반도체가 그렇게까지 중요하다고? 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뒤늦은 깨달음도 얻고 ㅋ 소설처럼 쓰진 않았지만 경쟁과 연구개발이 치열하여 진짜 삼국지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물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용어가 너무 많이 나오지만ㅠ 그런 건 건너뛰고 맥락으로만 읽어보자면… 연구자로든 엔지니어로든 ’직업생활‘이 빡셀 수는 있어도 ’전망‘이 별로인 건 아니라는 판단. 일이 고된 거야 그 길을 택한 본인 선택이니 뭐. 그리고 뭐가 됐든 외국어를 해야겠구나 하는 현실 자각. 언어나 나라의 틀로 생각하면 이 아이들의 미래설계가 너무 좁아지는 걸 느낀다. Z세대가 진정한 글로벌 세대라 하더니, 얘네는 정말 글로벌 세상에 살겠구나. 하나의 리스크가 있다면 정부의 판단력이나 협상력 이런 건데, 그건 투표를 잘해야 할 따름이고 ㅠㅠ 여튼 이제 말리지 않을게. 열심히 해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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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아간다는 믿음 - UN 인권위원의 새로운 인권 이야기
서창록 지음 / 북스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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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권 이야기가 나오는데, 생각 못했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줘서 흥미롭게 읽었다. UN 인권위원이라 시각이 정말 넓고 길게 보게 되는 듯. 여성인권 같은 첨예한 주제도 과거에는 이랬다는 것과 비교해서 보여주니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는 게 실감되기도 한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개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많은 것을 느끼며 읽었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를 같이 생각하자는 것에 끄덕이면서, 나는 어떻더라 돌아보면서.


무엇보다 우리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그러나 정말 중요한 인권 이슈들을 많이 다루어 신선했다. 신기술이 인권을 어떻게 바꿀지, 환경이 왜 인권 문제인지, 규제가 인권을 증진시키는지 등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데, 어렵게 얘기를 풀어 쓰는 게 아니라 옛날얘기하듯, 에세이처럼 부드럽게 써서 이해가 어렵지 않고 하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다. 아이들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싶은데, 한번 슬쩍 찔러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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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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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농담을 하면 인간은 병들거나 술을 마신다

책 띠지에 있는 문구다. 페북을 돌아다니다, 사람들이 한강의 수상소식을 축하하며 ‘한강과 권여선 소설은 평생 계속 읽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하는 걸 봤다. 그때까지 이 작가를 몰랐던 나의 무지를 탓하며, 마침 나온 신간을 얼른 샀다. 책을 펼치기 전에 띠지의 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술을 찾는 건 인생이 농담을 하기 때문인가, 하긴 흰소리를 가끔 하지, 혼자 구시렁거리면서 펼쳐든 책은, 어우, 과연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십분 이해되게끔 멋있고 기품 있었다. 한강 작가와는 전혀 다른 문체여서 키득대며 읽은 문장도 많은데 읽고 나면 비슷하게 울고 싶어지는 느낌도 이상했고. 특히 첫 편 ‘봄밤’을 읽은 느낌이 많이 이상했다. 예전 학교 다닐 때 많이 읽던 단편은 항상 100m 달리기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기교와 은유가 많아서 나처럼 무딘 사람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읽어야 했는데, 이 글은 다 읽고 났더니 장편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늙고 병든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가, 해석할 필요 없이 한순간 가슴에 푹 꽂혔다. 이 짧은 글에 이렇게 묵직한 이야기와 감정을 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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