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탈출법 - 평정과 휴식으로 이끄는 7가지 마음 기술
함영준 지음 / 북스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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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감상적으로 또는 학술적으로 쓴 책들만 읽다가 당사자가 자신을 관찰하고 이겨낸 책은 처음인 것 같다. <힐빌리의 노래>나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당사자성만큼 설득력이 큰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어느 날부턴가 잠이 안 오고, 사람들 만나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주눅이 들고, 그러다 공황발작이 일어나고 나도 모르게 중앙선을 침범해서 반대 차선으로 달리는 대목에서는 '우울증 때문에 진짜 이렇게 된다고?' 싶어 충격을 받기도 했다. 우울은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는지, 몸과 정신에 미치는 데미지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우울증이 몸과 마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1인칭주인공시점으로 묘사돼 있어서 실감이 난다. 우울증을 치료하고 다스리는 과정을 약물치료와 상담, 평소 습관 등을 통틀어 전체적으로 보여주어 치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당장 우울증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도 읽어두면 예습이 될 책이다. 예습을 잘하면 예방도 되겠지.

무엇보다 삶의 자세를 바로잡는 과정이라는 것이 책을 읽고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완치는 없다'가 되겠지만, 그런 생각으로 절망하는 사람과 '이참에 더 건강하게 살아보자'는 계기로 삼는 사람의 삶은 많이 다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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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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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가 있다는 걸 리뷰를 쓰려고 책을 뒤적여보다가 알았다. 추천사가 필요 없는 책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고요한데 심장을 뛰게 했다면, 이번 책은 비극이 들어 있는데 안온하다. 기대가 컸음에도 뛰어넘게 좋았다. 어른들 눈치 보고, 사람들의 무심함에 익숙해지고, 다정은 도대체 내 것 같지 않아 쉽사리 붙잡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 소녀를 향한 따뜻함이 계속 깊어진 덕에, 읽는 나도 내내 마음이 새롭게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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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박26일 치앙마이 불효자 투어
박민우 지음 / 박민우(도서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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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를 나온 덕에 작가 친구가 여럿 있다. (음하하) 그중에 말빨로 따지자면 박민우가 톱쓰리 안에 든다. 입학 초기, 국문과는 이 정도는 써야 오는 데구나 하는 현타를 준 몇 명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여튼 그 친구가 자기 이름으로 출판사를 차리고 낸 첫 책이니 당연히 읽어봐야지. 사실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이후 우정이 아니라 글솜씨 때문에 꼬박꼬박 읽어왔다. 한 달 40만원으로 방콕에서 살고 은행 잔고는 100만원 남짓이고 돈이 없어서 스트레스받는 지질함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지만, 사람들이 정답이라 여기는 삶의 방식을 벗어나 산다는 것만으로도 박민우의 글은 읽을 가치가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상상하게 해주니까.


이번 테마는 불효자 투어다. 제목만 봐도 극한직업인데, 내용도 역시 그러하다. 다행히(?) 부모님의 타박을 꾹꾹 삭이기만 하는 스타일은 아닌 터라 맞받아치고 지지고 볶고 같이 감탄하는 이야기가 차고 넘치게 나온다. 이 연재가 구독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다니, 역시 사람은 싸움구경을 좋아하는가 ㅎㅎ 그래도 한국에서 아들 덕에 이과수 폭포도 보고 치앙마이도 가보고 하시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1박 온천 한번 모시는 데도 땀을 뻘뻘 흘린 나는 엄두도 내지 못할 효자투어다. 그래서, 아버지는 쾌차하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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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사고 - 비우는 여백에서 만드는 여백으로
야마자키 세이타로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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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여백이 많은 성향을 타고났으나 여백 없이 살고 있는 터라 제목에 몹시 공감이 간다.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사람이 가족들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마음만 급해서 자꾸 부딪친다. 특히 아침에, 날이 서 있을 때는 십중팔구 내 마음이 급할 때다. 나는 이렇게 바쁘고 분주한데 왜 식구들은 저렇게 한가한가 하여 열을 내다 보면, 사실 그날 나만 바쁜 거지 남들은 아닐 거잖아? 이런 간단한 역지사지도 어려워진다. 여백 없는 삶에서는. 동서고금의 현자들이 말하는 생의 황금률 '지'가 여백에서 나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책에서는 일과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의 여백과 내 머릿속의 여백을 만드는 법까지 설명한다.  이 많은 영역을 빽빽하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핵심만 간결하게 짚어준다. 이 또한 여백의 묘인가 ㅎㅎ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여유 있을 때 좋은 생각도 나는 법이지. 생각해보면 부모(특히 엄마) 자식 간의 갈등도, 상사와 직원 간의 반목도 ‘내가 이만큼 애정 갖고 해줬으면 쟤도 날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고 서로의 생각과 영역의 교집합을 너무 기대해서 생기는 것 아닌가 싶다. 서로의 코어는 잘 지키고 존중해가면서 적당한 완충지대를 둘 때 이상적인 관계가 가능하다. 당장 저녁에 아들이 신청한 면담이 예정돼 있는데, 여백사고를 잘 기억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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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 서진학교, 17년의 기다림과 장애인권 이야기
김정인 그리고 발달장애인 부모 7인 지음 / 책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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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무릎사건’ 기사에 읽는 내 무릎도 꺾이는 느낌이었던 걸 기억한다. 그 뒤로 무사히 학교가 지어져서 주민편의시설도 들어서고, 시끄러운 반대와 달리 별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기사도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잠깐 분노하고 편리하게 잊었던 이야기 뒷면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학교를 짓기까지 앞뒤의 이야기와 어머니들의 글, 발달장애 인권 투쟁사와 다큐를 만들면서 감독으로서의 소회 등이 가지런히 실려 있다.


울컥거리는 걸 참으며 읽다가 생각해보니, 학교를 짓기 위해 싸우고 호소하며 뚝심 있게 버틴 어머니들의 아이들은 그사이 성년이 되었다. 자기 아이에게 혜택이 오지 않는 일에 몇 년을 던져 삭발을 불사하며 밤새워 싸운 것이다. ‘투쟁’을 외치는 게 여전히 낯설어 거울 보고 연습한다던 분들이 세상을 바꾸는 투사가 된 것은 아이들 덕분이고, 책임지지 않는 나라 때문이다. 나라를 믿을 수 없는 부모들은 오래 아이를 돌보려고 운동을 하고, 형제자매들은 일찍 철들어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다. 씩씩하고 단단하다. 나로서는... 가늠이 되지 않는 마음의 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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