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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해학과 재치가 어루러진 생생한 과학이야기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전공이 이과는 아니고, 출신대학이 서울대도 아닌(!) 내가 일면식도 없는 저자를 '존경하는 교수님' 어쩌고 하며 찬양하는 건 좀 오버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저자의 박학다식함과 앎의 깊이와, 그것을 능가하는 생각의 깊이에 감탄한 것은 사실이다.
프레시안에서 연재물 한 꼭지 읽었던 기억이 전부이지만, 문장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던 차에 '과학의 기본은 물리지' 하는 생각에 무턱대고 이 책을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리적 사고와 분석력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절실하던 차여서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내용은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생각을 요구하는 독서로서는 나름 절묘한 선택이었다.
처음 읽을 때는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에 대해 천천히 배워보리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기억나는 건 어이없게도 '인간의 수명연장 노력은 지금껏 별 소득이 없었다' 같은 내용이었다. 영유아 사망률을 드라마틱하게 낮췄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갑자기 올라간 것이지, 60대 이상의 수명은 몇 십 년 동안 6개월인가밖에 안 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불로불사의 명약을 찾아 유전자조작을 해댄 성과가 그것밖에 안 되는데, 우리의 탐욕에 비해 성과는 얼마나 미약하며, 그 대가는 얼마나 큰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KTX가 그 요란을 떨면서 만들어졌지만 경부선 도착 시간은 한두 시간 짧아진 게 고작이고, 새마을호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엉뚱하게 새마을호, 무궁화호가 저열해지는 시장논리. 개발이 진보라는 가면을 쓰고 자연에 대한 도리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외면하고 자행되는 메커니즘을, '물리학 입문서'에서 읽게 되는 맛이란. 책의 원래 주제가 어려워서인 것도 사실이지만, 가끔 저자가 하는 삼천포스러운 얘기가 더 재미있고 심각하게 느껴진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어쨌든, 읽으면 남는 게 있는 책이다. 과학은 무셔라 하는 문과생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