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중 - 유년동화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한길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 책 고르려고 서점에 들렀다가, 그 자리에서 서서 읽으며 콧등이 시려서 혼난 책이다. 아이들 책이 왜 이렇게 슬픈 거야... 하며. 일하는 엄마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이 덩달아 슬퍼질까봐 사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늘 책소개에 '마지막 장면'을 얘기하길래 다시 자세히 보니 엄마와 아이 풍경이 있네. 코가 빨개서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장면이 끝인 줄 알고 그렇게 슬펐는데, 그게 아니라니 참 다행이다.

내가 기억도 못하는 세살적에 이사간 첫날 아빠를 마중한다고 나갔다가 난 길을 잃었다(고 한다). 전화도 없던 시절이어서 저녁 내내 엄마 아버지가 뛰어다니다가 어느 파출소에서 울고 있는 날 발견했다는데, 지금 책에 나오는 이 아이가 딱 그때 나 정도인 것 같다. 그 뒤로 내게 '마중'은 더위가 꺾인 여름밤에 아버지 마중하러 엄마랑 버스정류장에 나가곤 했던 10살 시절이 유일하다. 내가 어린시절의 '낭만'으로 떠올리는 유일한 기억인데, 그만큼 그때의 마중은 살갑고 좋았다. 책에 나오는 이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면서 세살 때 내가 느꼈던(느꼈음에 분명한) 두려움과 10살 때 내가 느꼈던 반가움을 한꺼번에 경험했겠지. 엄마손 잡고 골목을 오르는 아이를 보러, 책 다시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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