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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 -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 치유 에세이
전미정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시는 가장 절제된 문학이 아닌가 싶다. 함축되어 있어 때론 숨어 있는 듯한 묘미가 숨쉬는 문학이 시가 아닐까. 때론 한 때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게 아마 중학교 백일장 운문부에서 장원을 받으면서 였던 것 같다. 그 이후 고등학교 다닐 때 시문학반에 들어가고, 작문 선생님께 나의 시를 칭찬받았을 때 교내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내가 시를 좋아했던 것은 아마 함축된 언어, 절제된 언어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숨을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줌마가 된 지금은 시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는 이렇게 절제된 시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을 찾아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잊혀져 있던 문학에 대한 시에 대한 갈증과 내 마음 속 내면을 들여야 보게 해주었다.
기형도, 정진규, 신경림, 정호승, 이대흠, 이수익 시인의 시와 그리고 조금은 낯선 이름의 시인들의 시를 통해서 시 속의 화자가 나인양 때론 착각을 하면서 시 속에 파묻혀 지은이가 들려 주는 이야기에 빨려 들었다.
시란 무엇일까?
때론 시가 언어를 아름답게 포장한 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보니 알 것 같다. 시인들은 시를 단지 아름답고 예쁜 언어로만 표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아마 시인이 화자가 되어 시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들려주는 것을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었다는 걸.
상처없는 사람이 있을까.
’시나 글 속에도 상처가 숨어 있었구나. 단지 나의 일이 아니니까 무시했을 뿐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이 전미정 님은 시인이며 문학선생이자 상담사라는 세 가지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 시 치유 에세이란 이름을 붙였나 보다.
시로 마음을 어루만진다, 멋진 말이다.
상처가 때론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상처가 커지고 덧날것이다.
특히 마음의 상처는 더욱 그러하리라.
지은이는 지난날의 상처를 성숙하게 이겨낸 사람이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상처입은 누군가를 끌어안을 때 상처는 치유로 전환된다고 했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복효근 -상처에 대하여- 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