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젠베르크가 쓴 <부분과 전체>의 새로운 번역본이 나왔다. 유영미 씨 번역이다.

지식산업사에서 출간(김용준 역)한 책이 있긴 하나, 대화를 읽기 너무 불편했다. 


찾아보니 지식산업사에서 출간된 책에 이런 불평까지 해놓았다. 

읽기는 읽지만, 누가 제발 이 책 좀 다시 번역해주길.

책을 읽으며 번역을 탓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이 책은 너무 오래전 번역해서인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새로운 책이 나온 김에 구입해 대화 한 단락을 비교해본다.


쿠르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것은 나에게도 의심스럽게 생각되기는 하지만, 내가 호크와 고리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면 무엇보다도 어떠한 경험사실들이 도해자로 하여금 그렇게 그림을 그리게 하였는지를 먼저 알아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자연과학은 경험에서부터 나오는 것이지, 어떤 철학적 사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경험사실들을 신뢰할 수 있을 때, 즉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얻어진 사실일 때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내가 알기에는 화학자들은 우선 화학결합에서 원소의 구성요소들은 항상 어떤 일정한 무게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정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원자의 존재, 즉 모든 화학적 원소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가장 작은 입자들의 존재를 믿을지라도 그것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른 종류의 힘이 항상 탄소원자 하나가 산소원자 두 개만을 끌어당겨 결합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기에는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두 종류의 원자 사이에 인력이 존재한다면 왜 때때로 산소원자 세 개가 결합되어서는 안 될까?"


지식산업사



쿠르트는 내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 역시 그런 그림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은 왜 갈고리단추 그림을 그려 놓았을까? 어떤 경험이 그로 하여금 이런 그림을 그리게 했을까?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우선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거야. 오늘날의 자연과학은 철학적 사색이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하잖아. 신빙성 있는 경험이라면 그 경험을 받아들여야겠지. 내가 알기로 화학자들은 처음에 화학결합에서 기본 원소들이 늘 특정한 중량비를 이룬다는 것을 확인했어. 원소들이 특정한 중량비를 이룬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지. 원소의 성질을 잃지 않는 최소 단위인 원자라는 것이 있다고 해도, 탄소 원자 하나가 늘 산소 원자 두 개를 끌어당겨서 결합한다는 것은 기존에 알려진 힘들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아. 탄소 원자와 산소 원자 사이에 끌어당기는 힘이 존재한다면, 어째서 가끔은 탄소 원자가 산소 원자 세 개와 결합하지 않는 걸까?"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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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6-08-3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예전 거 읽었는데, 읽고 나서도 뭔말인지 몰라서 낙담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새로 번역된 것은 괜찮나요? 진심 궁금해서...

boooo 2016-09-01 10:05   좋아요 0 | URL
조금 읽어봤는데 매끄럽게 잘 읽힙니다. 다시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괜찮을 거 같습니다 ^^

cyrus 2016-08-3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판 번역이 엉망이라서 아예 읽어볼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인용문만 봤는데 읽기 불편하군요.

boooo 2016-09-01 10:06   좋아요 0 | URL
네. 읽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새로운 번역은 훨씬 이해가 잘 되네요. ^^

blueyonder 2016-09-0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번역의 좋은 비교 감사합니다! 어떻게 달라졌나 하는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네요.

boooo 2016-09-18 21:45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었다니 좋으네요~ ^^

java 2016-10-27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읽을려고 했는데 새번역이 나왔다니 좋은 때네요~